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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미경 시인
신미경 시인

“오늘 역사의 나는 어둡지 않은 역사가 되기를...”

흩날리는 낙엽 풍경이 자연스러운 11월의 어느 날 뉴스앤북이 신미경 시인을 만났다.

밝은 미소 속에서 신 시인은 떠나보낸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담담하게 풀어갔다.

그의 말은 친구처럼, 가족처럼 혹은 연인처럼 아련하고 따뜻한 추억을 떠올리게 만든다.

여전히 소녀의 감성으로 글을 써내려가고 있는 시조시인의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보자.

Q. 인터뷰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간단하게 자기소개 부탁드릴게요.

A. 안녕하세요. 저는 시조시인 신미경입니다. 제 아버지 고향이 북한에 있는 평강이어서 저의 정서적 고향도 그곳이에요. 그래서 평강공주란 별명도 얻었죠.

Q. 평강공주란 별명 때문에 생긴 에피소드는 없나요?

A. 평강공주는 바보 같은 남편을 만나 부족한 것을 모두 채워주잖아요. 그래서 온달은 위대한 장군으로 거듭나게 되죠. 이 이야기가 제 삶과 비슷한 부분이 있는 것 같습니다. 멋진 남편과 그를 똑 닮은 아들과 살고 있기 때문이에요.

신미경 시인
신미경 시인

Q. 오랜 시간 문단활동을 하고 있는데 시조를 쓰게 된 직접적인 계기가 있다면?

A. 저는 글에 대한 관심이 크게 없었지만 우연히 국어국문학과에 진학했어요. 그 당시 시조와 관련된 과제를 받았고 글을 배워야겠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시조를 배우기 위해 남편과 주중에는 경남 고성, 주말에는 하동으로 갔습니다. 그것이 부족하다고 느껴 시조를 배울 수 있는 곳을 찾아다니다가 대전에서 좋은 선생님을 만나 글을 쓰고 있습니다.

Q. 글 쓰는 것에 전폭 지원해주는 남편분에 대한 고마움이 크시겠어요?

A. 남편이 글 쓰는 것을 반대하지 않았지만 보수적인 성격 탓에 밖을 못나가게 했어요. 저는 지금도 귀엽다는 칭찬을 종종 듣는데 남편이 밖에서 애교만 부리는 줄 알고 싫었던 거죠. 그러던 중 제가 상을 타는 계기가 있었고 그 당시 수상소감으로 “오늘은 남편한테 고마워할래요. 여보가 나가게 해줘서 이렇게 상 탔어.”라고 말했습니다. 그때부터 남편이 외출을 허락했고 글 쓰는 게 편해졌습니다.

Q. 시조가 시인님 삶에서 어떤 의미로 자리 잡고 있나요?

A. 아무리 친구가 많고 부부금슬이 좋아도 가끔 외로울 때가 있죠. 그 외로움을 시조로 풀어내며 위로를 받습니다. 사람들은 모두 변할 수 있지만 글은 변하지 않아요. 글은 평생 같이 갈 수 있는 친구 같은 존재죠.

Q. 평생 친구 같은 시조의 어떤 매력에 빠졌나요?

A. 시조를 쓰다보면 시, 소설 등 다른 걸 쓰고 싶지 않아요. 시조는 율격, 음이 있기 때문이죠. 그 규칙에 맞춰 글을 쓰고 완성되면 성취감이 말로 다할 수 없을 만큼 큽니다. 하지만 제가 단시조를 쓰다보니까 글자 수에 제재를 받아 멋진 작품을 만들기 어려워요.

Q. 멋진 작품을 쓰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어도 단시조를 계속 쓸 건가요?

A. 제가 연시조로 등단했지만 현재는 단시조를 쓰고 있어요. 단시조는 짬짬이 제 감정을 글로 정리할 수 있죠. 연시조로 그것을 하려다보니 군더더기가 남는 겁니다. 그래서 조금 아쉽더라도 단시조를 추구했어요. 이제는 습관처럼 단시조를 써가고 있죠. 정격을 깨지 않으며 글을 써갈 예정입니다.

신미경 시인
신미경 시인

Q. 시조의 재료가 다가오는 시점이 있나요?

A. 시부모님, 친정아버지가 있는 현충원과 인적이 드문 대청댐 변두리를 주로 찾아 글을 써요. 혼자서 수려한 풍경 속에서 여유롭게 걷다보면 시상이 다가오죠. 혼자서 글과 논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자연에서 느낄 수 있는 특별한 것들에 대한 고마움이 너무 커요.

Q. 이달 말 ‘못 삭힌 열꽃마다 가시가 돋고’ 출간을 앞둔 소회가 궁금합니다.

A. 시조집 출간에 대한 기대감이 커요. 처음에는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내려고 했는데 코로나19가 대유행이 찾아왔어요. 코로나19도 지나고 나면 역사란 생각에 그 이야기도 담아냈죠. 특히 지난 9월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난 형부의 이야기를 집중적으로 그렸습니다.

Q. 세상을 떠난 형부에 대한 그리움을 어떤 식으로 표현했나요?

두려워 끌어안고 숨죽여 울던 나날

사위는 숨소리는 촛불 앞에 스러지고

굵은 비 내리는 날에 빗줄 잡고 올라갔다.

-신미경 '슬픈 그림자' 중 3연-

투병 생활을 했던 형부의 마음, 그것을 옆에서 지켜본 작은 언니의 가슴 아픈 이야기를 풀어냈어요. 그래서 이번 시조집은 슬픈 정서가 많이 담겨있죠. 제 사생활, 성격이 다 보일만큼 솔직한 표현이 많습니다.

Q. 책 출간을 준비하며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

A.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 표지를 보자마자 눈물을 흘렸어요. 표지에 비 그림이 있었는데 형부가 비 오는 날을 굉장히 좋아했기 때문이죠. 형부가 세상을 떠난 날에도 비가 굉장히 많이 왔습니다. 그래서 시집에 형부가 빗줄을 잡고 올라갔다고 표현했어요.

신미경 시인
신미경 시인

Q. ‘못 삭힌 열꽃마다 가시가 돋고’를 읽게 될 예비 독자들에게 전할 메시지가 있나요?

A. 시조라는 게 압축 되서 나오는 시이기 때문에 보는 사람의 관점에 따라 많이 달라져요. 이번 시조집은 독자들 생각보다 한 사람의 가족이 떠난 이야기를 하나의 역사처럼 담아냈죠. 어찌 보면 밝지 않은 분위기의 시조지만 저와 비슷한 상황을 겪은 독자들은 모두 이해할 수 있을 겁니다.

Q. 하나의 역사라고 하면?

A. 제 삶의 애환을 시조에 담아낸 겁니다. 특히 사람이 살다가 가는 마지막 단계의 중요성을 표현했어요. 나도 언젠간 세상을 떠날 텐데 내 마음을 가시처럼 세워놓지 않겠다고 다짐했죠. 우리는 베풀면서 살아야합니다. 형부가 ‘건강이 없으면 다 소용없다’라며 내려놓는 삶을 가르쳐 줬어요. 사람이 곁에 있을 때 잘하는 것이 가장 소중하다 생각하죠.

Q. 추천해주고 싶은 시인, 작가가 있나요?

A. 대전문인협회 이사이면서 대전대학교 출강교수인 홍인숙 시인을 추천하고 싶어요. 홍 시인은 글을 잘 쓰고 어떤 일에 대해서도 적극적이죠. 시간이 지나도 변치 않는 열정을 가진 그의 이야기를 뉴스앤북이 담아줬으면 좋겠습니다.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 자유롭게 남겨주세요.

A. 저의 모든 활동을 곁에서 지켜봐주는 남편과 항상 응원해주고 내편이 되어주는 아들에게 참 고맙다고 말하고 싶어요. 또 언니들에 대한 말로 다하지 못하는 감사함을 느끼고 있죠. 특히 얼마 전 형부를 떠나보낸 작은 언니에게 슬픈 마음을 이겨내고 살아가라고 응원해주고 싶습니다. 그만 슬퍼하란 말은 못하지만 현재 남아있는 가족들을 돌아봐줬으면 좋겠어요. 가족들과 함께 우울함을 이겨내길 바라죠. 감사합니다.

◆ 시인 프로필

신미경 시인은 서울에서 태어나 지난 2009년 ‘시조문학’을 통해 등단했다.

신 시인은 2010년 시조문학 신인상, 제18회 올해의 시조문학 작품상을 수상한 바 있다.

현재 한국시조시인협회 회원·대전문인협회 이사 한국시조협회 감사직을 맡고있다.

시조집으로는 '아버지의 자전거', '월정리역에서'가 있다.

송영두 기자와 신 시인
송영두 기자와 신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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