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형편없이 나빠지는데 좋은 사람들, 자꾸 보고 싶은 얼굴들이 많아지는 것은 기쁘면서도 슬퍼지는 일이다. 그런 사람들을 사랑했다가 괜히 마음으로 거리를 두었다가 여전한 호의를 숨기지 못해 돌아가는 것은 나의 한계이기도 하지만 적어도 지금은 사랑하죠, 오늘도, 라고 말할 수 있다. 그리고 오늘은 채 끝나지도 않았지, 라고."

 

'사랑 밖의 모든 말들'은 2010년대에 그 누구보다 왕성하게 작품활동을 펼쳐온 작가가 한 시절을 마무르는 노작이자 다가온 2020년대를 예비하는 작업이기도 하다. 총 5부로 구성된 이번 산문집은 그간 소설가로서 선보여온 그의 작품세계와 그 궤를 함께한다. 작가 김금희를 대표하는 키워드 몇 가지를 꼽아보자면 아마도 ‘사랑과 연애’ ‘가족과 친구’ ‘사회와 노동’ 그리고 ‘마음의 풍경’이 아닐까. 

1부 ‘언제나 귤이었다’에는 지금의 김금희를 빚고 만든 유년의 풍경과 가족의 이야기를, 2부 ‘소설 수업’에는 그를 작가로 발돋움하게 한 문학적 내력과 영감의 여정을 풀어냈다. 3부 ‘밤을 기록하는 밤’은 김금희의 특장인 사랑과 연애에 관한 내밀한 마음 보고서들을 담았고, 4부 ‘유미의 얼굴’에서는 사회문제와 노동에 각별한 관심을 가져온 작가가 바라본 지금의 대한민국을 부드러운 르포르타주 형식으로 그려냈다. 5부 ‘송년 산보’는 작가 자신의 내면의 풍경과 사색의 대상으로서의 풍경을 응시한 담백한 글을 모았다. 물론 어느 페이지를 펼치더라도 우리를 반기는 다정하고도 사려 깊은 문장은 이번에도 변함이 없다.

타고난 ‘기억력’과 독보적인 ‘발견력’으로 길어올린 나도 몰랐던 내 마음과 나는 잊었던 내 기억. ‘마음의 사회학’이란 말은 어쩌면 그 누구보다 김금희에게 잘 어울리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또한 서문에서 밝힌 바와 같이 독자의 물리적인 안전과 심리적인 안전을 헤아리는 다정한 마음은 이번 산문집을 관통하는 작가의 요체이기도 하다. 말할 것도 없이 우리는 그의 글이 불러일으킬 파장을 기꺼이 감내할 준비가 되어 있지만, 파문이 인 후에도 우리를 부드럽게 감싸안아줄 그의 문장이 있기에 전혀 걱정할 필요는 없다.

이 책을 쥐고 있는 동안만큼은 너와 내가 떨어져 있지만 현실의 부재를 뛰어넘어 단단하게 연결된다는 것까지도. 사랑의 기적을 가득 담은 김금희의 다정한 플랜이 최선을 다해 오늘의 당신을 지시하고 있다.
 
-김금희의 '사랑 밖의 모든 말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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