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보니 재밌네" 수학의 세계로 안내하는 도서 4

 

1. 김민형 '다시, 수학이 필요한 순간'

AI와 빅데이터가 각종 산업과 개인의 일상에 깊숙이 파고드는 지금, 데이터와 통계에 대한 이해가 생존 능력이라는 공감대가 널리 퍼지면서, 수학적 사고로 세상의 문제와 사회 현안을 이해하려는 노력들이 이어지고 있다. 이 책을 통해 자연과 우주, 그리고 인간의 생각이 작동하는 방식까지, 우리를 둘러싼 모든 순간에 수학이 존재하고 있음을 깨닫게 될 것이다.

이러한 가운데 세계적 수학자 김민형 교수의 명강의를 책으로 옮긴 '수학이 필요한 순간'은 8만 독자의 환호를 받으며 화제가 됐다. '다시, 수학이 필요한 순간'은 '수학이 필요한 순간'을 통해 수학의 세계에 첫 발을 딛은 독자들이자, 수학에 대한 이해가 서로 다른 다양한 독자 7인과 함께 난해하지만 본질적이고, 우리 삶에 닿아 있는 아름다운 수학의 세계를 경험해본 2019년 여름밤의 세미나를 옮긴 책이다. 
이름 하여 ‘여름 수학 학교’ 세미나에 함께한 이들의 면면은 이렇다. 물리학 책을 읽기 위해 수학이 필요한 기자, 프로그래밍 때문에 늘 수식을 만들어야 하는 개발자, 수학은 실체가 없는 학문이라고 믿는 중고등학생, 예술에 깃든 수학이 궁금한 미술작가, 수포자를 양산하고 싶지 않은 수학교사, 경직된 수학 시간이 트라우마로 남은 취업준비생 등. 

김민형 교수는 정보를 일방향으로 전달하는 수업 방식이 아닌, 일상적 대화를 바탕으로 깊은 이해로 다가가는 튜토리얼 형식의 세미나를 통해 기초적인 수의 개념부터 자연과 우주, 그리고 앞으로의 상식이 될 수학적 개념에 대한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 질문에 질문을 집요하게 이어가며 한여름 밤을 뜨겁게 달군 이 세미나에서 그들이 만난 수학의 세계는 과연 어떤 모습이었을까?

 

2. 김민형 '수학이 필요한 순간'

우리가 익숙하게 사용하는 연산, 매일 이야기하는 확률, 쉽게 그리는 좌표 등도 한때는 전문가들조차 이해할 수 없는 복잡한 이론이었다. 페르마, 뉴턴, 아인슈타인은 물론, 지금 잘 알지 못하는 현대 수학 이론들도 언젠가는 자연스럽게 떠올리는 상식이 될 것이다. 결국 인간은 ‘수학적 사고’를 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더 깊게 생각하는 데서 오는 짜릿하고 매력적인 희열에 빠지게 될 것이다.

꼭 수학이 아니더라도, 문제를 사고하는 과정에 조금이라도 부하가 걸리거나 오답을 마주하면 사람들은 이를 포기하거나 건너뛰고 싶어 한다. 하지만 수학의 역사에서 중요한 계기는 오히려 답이 틀렸거나 없는 상황일 때 더 많이 일어났다. 4강 ‘답이 없어도 좋다’는 ‘민주주의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으로 시작한다. 

대표자를 선출하는 방법에는 수십 가지가 있지만 그 어떤 것도 완벽할 순 없다. 하지만 수없이 많은 사회문화적 고려사항과 현실적 딜레마에도 불구하고 제한적인 조건에서 문제를 이해하고 적당한 답의 틀을 만들 때 오히려 문제의 본질에 다가설 수 있게 된다. 수학의 힘은 여기에 있다. 답에 가까워지는 과정이나 혹은 답이 없는 순간에도 포기하지 않고 더 깊이 이성적으로 사고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 책을 읽다가 문득 고개를 들었을 때 우리를 둘러싼 세상이 조금 다르게 보인다면 이는 수학적 사고에 가까워지고 있는 신호일 것이다.

 

3. 닉 폴슨, 제임스 스콧 '수학의 쓸모'

당신이 마지막으로 ‘계산’해본 적은 언제인가? 계산이라는 말만 들어도 진절머리가 나는가? 여기, 끔찍한 수포자 바이러스에 걸린 학생들을 치료한 두 교수가 있다. 닉 폴슨과 제임스 스콧은 각각 시카고대학교와 텍사스대학교 학생들에게 수학의 쓸모를 이해시킴으로써 그들의 눈이 빛나고 수학에 자신감이 생기게 만들었다.

'수학의 쓸모'는 그 두 교수가 마음을 합쳐 수학적 사고와 그 유용성에 관해 설명하는 모범사례 같은 책이다. 먼저 오늘날 변화의 최전선에 있는 알렉사부터 영상 인식 알고리즘에 이르는 멋진 기술이 확률을 정확하게 활용한 결과라는 사실을 설명한다. 또한 뉴턴, 나이팅게일, 그레이스 호퍼 등 매력적이고 역사적인 인물들이 수학을 이용함으로써 어떻게 문제를 해결하고 역사를 바꿨는지 이야기한다. 우리에게 왜 수학이 필요한지 깨달음을 주는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이다. 
혹시 위대한 거인들의 발자취를 따라가느라 수학이 더 어려워보일 것 같은가? 걱정하지 마라. 이 책은 그 가치는 알지만 수학이 어려운 사람들, 심지어 수학을 포기한 사람들조차 수학과의 거리감을 좁힐 수 있게 했다. 일상 속에서 흔히 맞닥뜨릴 수 있는 문제뿐만 아니라 수학과 관련이 없을 것 같은 문제에서 어떻게 수학을 이용하면 정답에 이를 수 있는지를 본다면 누구나 수학에 관한 어렵다는 선입견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이 책은 수포자들을 매혹시켰던 두 교수들의 강의 방식을 그대로 구현해 수학에 문외한인 사람도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쉽다. 수식은 간단한 사칙연산으로만 나타내고 동전 던지기와 각종 다이어그램에 빗대어 수학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 설명한다. 수학적 개념을 몰라도 이해할 수 있는 이 책을 읽고 나면 어떤 사람이라도 불확실성이 심화되는 앞으로의 세상에서 보다 정확한 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4. 클라라 그리마 '수학이 일상에서 이렇게 쓸모 있을 줄이야'

이 책의 저자 클라라 그리마는 스페인 세비야대학교 수학과 교수이자 수학 블로그 운영자다. 그녀는 어렵게 설명하지 않는다. 차근차근 설명하다가도 어려운 건 접어두고 유쾌하게 말한다. 그녀의 말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위대한 수학 정리와 공식들이 우리 곁에 와 있다. 그 누구라 해도 수학을 놀이 삼아 세상을 바라보는 재미에 빠지고 말 것이다.

수학은 어렵다. 이 말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은 둘 중 하나다. 수학을 좋아하거나, 잘하거나. 하지만 ‘수포자’라는 말이 나온 이유는 따로 있지 않다. 수학을 싫어하거나 어려워하는 사람이 그만큼 많다는 사실 때문이다. ‘수학, 꼭 알아야 할까?’라는 질문을 받는다면, 대답은 ‘아니오’다. 수학을 몰랐을 때 각자의 삶이 더 어려워진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반대로 수학을 안다고 해서, 더 많은 것을 누린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만큼 수학은, 넓게는 사회, 좁게는 나의 일상과 거리가 있어 보인다.

하지만 생활 곳곳에 숨겨진 수학을 발견하면 놀랄 것이다. 알고 보니 이 세상이 수학 없이 돌아가기 어렵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때 느끼는 감정을 무어라 설명할 수 있을까. 그렇다면 이제라도 수학을 배워야 할까? 앞서 말했듯 수학을 꼭 배워야 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분명한 건, 현재의 일상은 수학의 근방에서 벗어나지 않는다는 것이고 앞으로는 더더욱 그럴 거라는 예측이다. 그렇다면 수학과 일상의 연결 지점에서 수학을 이해하는 노력 정도는 필요하지 않을까. 최소한의 수학적 논리력이 이 세상을 이해하는 하나의 도구가 되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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