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탓일까 뇌탓일까" 재미있는 심리이해 추천도서 4

 

1. 카야 노르뎅옌 '내가 왜 이렇나 싶을땐 뇌과학'

"마음이 아니라 뇌에 귀 기울여야 할 때"
뇌가 우리의 정체성이다. 뇌는 우리가 사랑에 빠지게도 하고 질투심에 활활 불타오르게도 한다. 우리의 모든 사고와 감정은 뉴런 사이에 주고받는 신호들의 신체물리적 과정이다. 뇌를 이해하면 나를 이해할 수 있다.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다면 당신의 전전두엽이 열심히 일하는 중이다. 사실 전전두엽만 일하는 건 아니다. 뇌 구석구석에서 당신이 이 글을 읽고 "뭔 소리야?" 또는 "오늘 점심은 부대찌개" 또는 "고양이 키우고 싶다" 뭐 이런 것들을 생각하게끔 해마, 대뇌피질, 편도체, 감각 정도 등 모두가 곳곳에서 힘을 합치고 있는 중이다.

치킨이 당기는 건 과학이었다.
뇌의 어디가 어떻게 힘을 합치고 있는지 알게 되면 오늘 치킨이 당기는 뇌과학적 정당한 이유를, 주변에 한둘쯤 있는 길치에게 희망을 주는 뇌세포가 있다는 사실을, 술이 쭉쭉 쭉쭉쭉 들어간 다음날 "아… 내가 어제 왜 그랬지…"에 대한 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만물의 영장으로서의 자부심과 여기저기 자랑할 만한 뇌과학 지식은 덤이다.

2. 이상현 '뇌를 들여다보니 마음이 보이네'

노인의학을 전공한 가정의학과 의사이자 연세대학교 의대 가정의학과 임상교수인 저자는 어느 날 환자 이름이 잘 생각나지 않자 자신이 치매에 걸릴까 걱정되어 뇌를 공부하기 시작했다. 뇌를 이해하면 인간과 세상을 이해할 수 있을까? 이 작은 구조물을 바깥에서 동서남북으로 나누어 면밀히 들여다보면 그 답을 찾을 수 있다. 그리고 이성의 세계에서 감정과 마음의 세계로 넘어가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지인을 만나 인사하려는데 갑자기 이름이 기억나지 않거나 한창 대화를 나누는 중에 평소 잘 쓰던 쉬운 단어가 생각나지 않는 경험을 해본 적이 있는가? 가정의학과 의사인 저자는 어느 날부터 환자 이름을 종종 떠올리지 못하고, 함께 고생하는 전공의 이름도 잊고, 심지어 오랜만에 만난 친구 이름을 기억하지 못하는 상황을 겪었다. 

스스로 기억력에 자신이 없어질 무렵 노인의학과 치매를 공부하기 시작했다. 저자는 뇌를 영역별로 나눠 뇌의 층층 구조를 들여다보면 인간과 세상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며, 오른쪽 뇌와 왼쪽 뇌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그 차이가 무엇인지, 또 앞쪽 뇌에서 어떻게 나를 이끄는지, 나아가 뇌의 깊은 중심에서 기억은 어떻게 형성되는지도 알 수 있을 거로 짐작했다. 그러나 뇌는 그런 각각의 점이나 영역이 아니었다. 뇌는 무수히 연결된 선이고 그 선은 서로 연결되어 거대한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다. 

나라는 존재가 세상의 한 점으로 존재하며 다른 점들과 연결되듯이, 뇌도 무수한 선으로 연결된 하나의 작은 우주였다. 그렇기 때문에 뇌 안을 들여다볼 것이 아니라 그 작은 뇌에서 벗어나 내면을 바라봐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이 책은 그렇게 피부라는 얇은 경계 안에 있는 ‘나’에서 벗어나 타인과 어떻게 연결되어 세상을 이루는지 알기 위한 뇌 탐험기이자 뇌와 마음의 연결고리를 꼼꼼히 파헤쳐 마음을 다독이는 방법을 다정하게 제공하는 안내서다.

 

3. 만프레드 슈피처, 노르베르트 헤르슈코비츠 '우유보다 뇌과학'

독일 최고의 뇌과학자 만프레드 슈피처와 스위스 소아과의사 노르베르트 헤르슈코비츠가 함께 쓴 이 책은 어려운 뇌과학 지식을 아이의 시각과 뇌 발달 관점에서 생생하게 구체화시켜 설명한다. 수동적인 존재로 인식하기 쉬운 아기가 얼마나 역동적으로 세상을 인식하고, 흡수하고, 판단하고, 조정하는지 흥미롭게 풀어놓는다.

아이의 뇌는 가능성이 꿈틀거리는 원시림과도 같다. 탄생 이후부터 이곳에서는 뇌간(brain stem)과 뇌 피질(cerebrocortex)의 발달로 생존에 필요한 장치들이 마련됨과 동시에, 시냅스(synapse)의 접합 강도가 바뀌며 통로가 생기고, 학습과 함께 신경세포 연결 구조가 바뀐다. 아이의 뇌는 매 순간 초 단위로 세계를 감지하고, 영향을 받는다. 모든 순간이 학습이고 교육이다. 

저자는 뇌 발달의 관점에서 “놀이는 학습이요, 학습이 곧 놀이‘라는 주장을 펼치며 “아이는 놀아야 한다”고 단언한다. 또한 아이의 뇌 발달에 미치는 부모의 막대한 영향력을 강조하면서 아이의 뇌세포를 깨우는 것은 영양이 풍부한 우유 한 잔보다 부모의 사소한 몸짓과 행동이라는 점을 조목조목 과학적 근거를 들어서 일깨우는 한편, 유치원 및 초등 교육 시스템의 한계와 개선 방향을 제시한다. 자녀 교육에 관심이 많은 부모와 유치원 및 초등 교육 일선에 종사하는 이들을 위한 필독서이다.

 

4. 샘 킨 '뇌과학자들'

샘 킨의 '뇌과학자들'은 뇌가 손상된 환자들로부터 뇌과학적 통찰을 얻은 뇌과학자들의 이야기들을 풀어냄으로써 뇌과학의 역사를 관통해 나가는 책이다. 샘 킨은 왕, 암살자, 식인종, 난쟁이, 탐험가의 일화를 늘어놓으며 뇌과학의 역사에 이야기의 숨결을 불어넣는다. 또뇌과학자들은 환자들이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살펴봄으로써 뇌 영역들이 정확하게 어떤 일을 하는지를 하나하나 밝혀냈다. 

뇌졸중, 발작, 수술 실패, 사고 등을 겪게 된 환자들의 삶은 극적으로 바뀌었다. 과거의 기억에 갇히거나, 몸에 팔이 세 개가 달렸다고 착각하거나,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두 가짜라고 믿었다. 끊임없이 거짓말을 늘어놓거나, 색정증 환자가 되거나, 실어증에 걸렸다. 이 책에는 뇌에 구멍이 숭숭 뚫린 암살자, 글은 쓰지만 글을 읽을 수 없는 환자, 사물은 알아보지만 사람은 알아보지 못하는 환자 등이 다양하게 등장하는데, 이를 통해 샘 킨은 우리의 뇌 속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를 명료하면서도 실감나게 그려낸다.

샘 킨은 우선 자신의 수면마비 이야기부터 꺼낸다. 자신은 똑바로 누워 잠을 자지 못하는데, 그런 자세로 자면 잠에서 깨도 몸은 여전히 옴짝달싹 못하는 상태에 빠질 때가 많기 때문이다. 수면마비 상태에 놓이면, 숨 쉬기가 힘들어져서 공포감을 느끼게 된다. 저자가 살펴본 결과에 따르면, 이런 수면마비는 뇌 속의 커뮤니케이션에 문제가 생겼기 때문이다. 뇌는 꿈을 꿀 때 근육을 축 늘어뜨리는 화학물질을 분비하게 하는데, 화학적 불균형 등으로 문제가 생기면 꿈에서 깼는데도 화학물질이 계속 분비되어 근육 마비 상태에 놓이게 된다.

이처럼 샘 킨은 뇌 손상 환자들의 이야기와 뇌과학자들의 이야기를 드라마틱하게 엮어내는데, 뇌진탕을 입은 프랑스 왕, 뇌를 먹는 식인종, 시각 장애인 탐험가, 모든 것을 기억하는 기억술사 등 환자들의 삶이 이 책의 씨줄이라면, 그들의 뇌를 들여다보고는 뇌과학적 통찰을 얻는 뇌과학자들의 삶은 이 책의 날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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