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반 평의 공간에서 우리는 몽상하고 욕망하고 휴식하고 잠들고 꿈꾸고 깨어난다. 슬플 때, 아플 때, 피곤할 때 우리는 이 작은 공간에 몸을 누인다. 이곳에서 때론 절망하고 자주 슬퍼하고 종종 사랑한다. 그리고 대개 우리는 침대에서 태어나고, 마지막 호흡을 멈춘다. 사람이 살면서 조금은 겸손해질 수 있다면, 그것은 침대의 공간 크기 때문이 아닐까."

 

코로나19로 인해 그 어느 곳도 마음 편히 다닐 수 없게 되었지만, 이런 때여서 더더욱 모두에게는 여행이 간절하다. 여행이 단지 타지로 떠나는 행위가 아니라 지친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족과의 식사와 친구들과의 차 한잔도 소원한 지금, 과연 우리에게 가능한 여행이 남아 있을까. 보통의 삶 틈 사이에서 자그마한 위로를 찾아 건네온 저자 안바다는 오히려 자가격리 상황이기에 가능한 단 하나의 여행을 소개한다.

저자는 “작은 공항” 현관에서 출발해 발코니에서 끝나는 여행을 계획하고 실행에 옮긴다. 짐도 경비도 들지 않는 간편한 여행이지만 감상은 결코 가볍지 않다. 익숙하지만 소외됐던 공간과 사물에 주목하자 펼쳐지는 삶의 풍경들. 오래전 과거와 미래에까지 가닿으며 풍경은 계속해서 확장된다. 늘 함께했음에도 바라본 적 없는 광경이다. 이내 집은 단 하나뿐인 여행지가 된다. “그 풍경으로 우리는 매일 떠나고 매일 도착한다.”

“여행은 구경이 아니라 발견”이라는 말처럼 여행의 깊이는 장소가 아니라 시선에 따라 결정된다. 거울 비친 제 모습에서 최초의 자화상을 바라보고, 반 평 크기 침대에서 드넓은 자유를 느끼고, 냉장고의 고장음에서 할머니의 신음을 듣고, 그리고 석양이 가라앉는 발코니에서 저 멀리 이착륙하는 비행기와 눈 맞추는 이 여행은 좁은 공간을 무한히 확장시킨다. 다만 집으로 떠나는 여행이 아니라할지라도 주위를 새로이 바라보는 여행자의 시선을 얻게 된다.

-안바다의 '나와 당신의 작은 공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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