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북'은 매주 시집, 소설, 산문 등 신간을 발매한 작가들을 만나 그들이 가진 독특한 창작 세계를 들여다보려고 합니다. 소소하면서 진지한 작가와의 대담 속에서 그들의 눈으로 본 세상을 뉴스앤북이 독자여러분께 전해드립니다. 뉴스앤북과 함께 분야와 지역을 넘어 다양한 책과 사람들을 만나보세요. 

김정아 시인
김정아 시인

풍광 하늘의 구름이 멋지게 움직이는 10월 뉴스앤북이 김정아 시인을 만났다.

그는 60대에 시의 세계로 들어와 자신의 문학 길을 묵묵히 걷고 있다.

나이가 무색한 김 시인의 목소리엔 여전히 소녀 같은 수줍음과 떨림이 가득했다.

단어마다 자신의 진심을 담아내는 여시인의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보자.

Q. 안녕하세요. 인터뷰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간단하게 자기소개 부탁드릴게요.

A. 저는 세 아이의 엄마 김정아 시인입니다. 현재 가게를 운영하고 있어요. 늦은 나이에 등단했지만 열정을 가지고 시를 쓰고 있죠.

Q. 지난 2019년 어떻게 보면 늦은 나이에 등단하셨는데 소회가 궁금합니다.

A. 공기 한 모금을 들이마시는 사소한 일도 너무나 감사한 지금, 기적 같은 삶을 선물해준 지인들에게 감사한 마음입니다. 등단했다는 게 저에겐 큰 감동이에요. 전혀 생각하지 못한 선물을 받은 기분이죠. 인생을 다시 사는 것 같습니다.

Q. 최근 ‘등단 없이’ 시인, 작가가 되는 사회 전반적인 분위기가 있는데?

A. 저는 그런 제도를 잘 몰랐습니다. 등단 없이 시집을 낼 수 있다는 것조차 알지 못했죠. 어느 날 길을 걷고 있는데 노부부가 옷을 맞춰 입고 서 있었어요. 남편은 정정한데 부인은 허리도 구부정하고 초라했죠. 그 모습을 보고 ‘여자가 너무 고생했고, 부부가 이제 하나가 됐구나.’ 생각했습니다. 이 아름다운 장면을 시로 써서 문학 활동에 큰 도움을 준 지인에게 보냈는데 너무 잘 썼다고 칭찬하며 10편을 더 써서 보내라고 했어요. 그 때부터 이상하게 시가 잘 써져서 금방 10편을 완성했고 지인의 도움으로 얼떨결에 등단을 하게 됐죠.

Q. 등단 후 삶에서 달라진 부분이 있나요?

A. 일단 남편의 대접이 달라진 것 같아요. 같이 가게를 운영하며 늘 같이 있다 보니 서로의 소중함을 몰랐죠. 하지만 등단 후 사람들에게 축하 인사를 받고 제 시가 신문에 실리니까 남편이 절 다시 보게된 것 같아요. 특히 애들이 절 엄청 자랑스러워하는 게 참 좋습니다.

Q. 그만큼 가족들에 대한 고마움이 크시겠어요.

A. 가게 운영 때문에 가족들을 잘 챙겨주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미안한 마음이 컸는데 애들이 엄마 고생만 한다며 오히려 저를 걱정했어요. 지금은 아이들이 그런 생각을 하지 않죠. 작품 활동을 통해 아이들한테 ‘내가 괜찮은 사람이다‘라고 알려줄 수 있는 계기가 됐기 때문입니다. 말로 다할 수 없는 고마움이 크죠.

Q. 최근 시집 『구름 골짜기』엔 신인의 것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인생의 깊이가 깊게 배어 있어요.

A. 인생을 정리하고 아이들에게 뭐라도 남겨 줘야한다는 마음과 내가 세상에 없을 때 이렇게 살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책을 출간했어요. 의외로 사람들이 좋아해줘서 많이 놀랐죠. 있는 그대로의 저를 표현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습니다. 제 감정을 숨길 수도 없고 포장하는 것도 용납이 안돼요. 시를 아름답게 표현할 순 있지만 거짓 감정을 보탤 수는 없죠. 없는 감정은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Q. 『구름 골짜기』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시가 있나요?

A. 민들레의 보금자리가 너무 기억에 남습니다.

삼신할머니가

서역 꽃밭에서

꽃 한 송이 꺾어 주고

볼기쳐서 내보냈지.

 

바람이 데리고 다니다

내려놓은 자리

그 곳이 민들레의 자리.

 

박복하여

보도블록에 떨어져도

꽃은 피운다.

 

납작 엎드린 채

고개도 못들고

꽃을 피운다.

 

멀리

날아가렴

더 좋은 곳으로.

기운을

가득 담아

씨를 날린다.

『구름 골짜기』 중 '민들레의 보금자리'

큰 딸이 대학을 졸업할 때 가게 일 때문에 가지 못했는데 아이가 너무 아쉬워했어요. 저는 민들레처럼 그 자리에서 움직일 수 없었죠. 그렇지만 민들레가 씨를 날리듯이 자식들은 더 좋은 곳으로 훨훨 날아가길 바란 마음에 시를 썼습니다. 그게 엄마의 마음인 것 같아요.

Q. 시가 다가오는 특별한 시점이 있나요?

A. 시상이 떠오르는 특별한 시간은 없습니다. 시는 갑자기 온다고 생각해요. 가게를 열기 전 준비 작업을 하거나, 손님이 없을 때도 갑자기 시가 떠오르죠. 그러면 바로 핸드폰에 시를 옮겨 적습니다. 휴대폰이 참 고마운 존재죠.

Q. 휴대폰이 좋아진 만큼 종이책에 대한 관심도 많이 낮아지고 있잖아요.

A. 저는 나이가 있어서 그런지 활자책에 대한 정감을 많이 느껴요. 종이책을 봐야 정말 책을 읽는단 생각이죠. 휴대폰으로 책을 읽으면 글을 읽는단 감각이 무뎌지는 것 같습니다. 상대적으로 책에 대한 기억 연동이 종이책에 비해 떨어지죠.

Q. 앞으로 예정된 작품 활동 계획이 있나요?

A. 가족 시집을 출간할 예정입니다. 제가 시를 쓰면 바로 위 언니들에게 보내요. 그러면 큰 언니는 칭찬이 아닌 답시를 보내죠. 너무 신기한 마음에 언니에게 같이 시집을 내자고 말했고 지금 준비하고 있는 단계입니다. 가족들과 함께할 수 있다는 게 벅찬 감동이에요.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 자유롭게 남겨주세요.

A. 가족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많습니다. 애들한테도 마음 표현은 많이 못해줬지만 항상 사랑하는 마음은 누구보다 크다고 말해주고 싶어요. 또 항상 응원하니까 각자의 길에서 최선을 다했으면 좋겠죠. 그리고 교과서에 실릴 수 있는 시를 쓰고 싶은 마음입니다. 감사합니다.

◆ 시인 프로필

김정아 시인은 지난 2019년 제111회 문학사랑 신인작품상으로 등단했다.

서울 천안 등에서 유치원 교사로 오랜 기간 근무했으며 <우수 유치원 교사상>, <유치원 교재교구 전시회> 등을 수상했다.

시집으로는 『구름 골짜기』가 있다.

송영두 기자와 김 시인
송영두 기자와 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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