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동 화백 '가짜 미투' 의혹에 씁쓸한 문학계(사진=SBS방송화면)
박재동 화백 '가짜 미투' 의혹에 씁쓸한 문학계(사진=SBS방송화면)

시사만화가 박재동 화백이 자신의 성폭력 의혹을 보도한 언론사를 상대로 소송을 냈으나 1심에 이어 항소심도 패소했다.

서울고법 민사13부(강민구 박재영 이정훈 부장판사)는 16일 박 화백이 SBS를 상대로 낸 정정보도 청구 소송에서 1심과 마찬가지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박 화백이 여러가지 많이 설명도 하고 억울한 게 많다고 하지만, 면밀하게 살펴봐도 1심 선고가 불합리하다고 볼 수 없다"며 "박 화백의 항소를 모두 기각하고, 항소 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고 판시했다.

SBS는 지난 2018년 2월 세 차례에 걸쳐 박씨에 대한 성추행·성희롱 의혹을 보도했다. 피해를 주장하는 후배 여성 만화가인 이모씨가 직접 이 사실을 제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도에는 2011년 박 화백이 결혼식 주례를 부탁하러 온 이씨에게 성추행·성희롱을 했으며,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 교수로 재직하던 당시 학생들에게도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에 박 화백은 SBS가 허위사실을 보도해 자신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정정보도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1심은 보도 내용이 허위라고 보기 어렵다며 SBS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이들의 대화 내용이 제3자에게 공개될 것이 예정돼 있지 않았던 점 등에 비춰보면 내용의 진실성이 담보되고 있었던 상황이었다”며 “이들의 대화 내용은 이후 피해자가 한국만화가협회, SBS 등에 제보한 내용, 법정 증언과 대부분 일치하고 있다”고 판시했다.

박 화백 측은 A씨의 진술 신빙성을 깨기 위해 ‘A씨가 성추행을 당한 직후 재차 주례를 부탁했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A씨가 성추행을 당한 이후 박 화백에게 주례를 부탁하는 전화를 했다고 볼 만한 아무런 증거가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2심 재판부도 “여러 가지 박 화백이 많이 설명하고 억울한 게 많다고 하지만 면밀히 살펴봐도 1심이 불합리하다고 볼 수 없다”며 항소를 기각했다.

한편 박 화백은 이 의혹으로 학교에서 정직 3개월 징계를 받았으나, 서울행정법원에 낸 징계 처분 취소 소송에서는 승소해 복직한 뒤 퇴직했다.

이를 바라보는 문학계의 반응은 착잡하다. 한 시인은 "성문제 앞에만 서면 정말 믿을 사람을 찾기 어려우니 뼈를 깎는 심정으로 성문제에 엄격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또 한 소설가는 "언론사가 뭘 중시해야 하는지조차 모르는 상황이 돼버린 게 안타깝다"고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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