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터뷰] 지역 문학 발전을 위해 시를 쓰는 이은봉 시인을 만나다
상태바
[북터뷰] 지역 문학 발전을 위해 시를 쓰는 이은봉 시인을 만나다
  • 송영두 기자
  • 승인 2020.10.11 13:5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뉴스앤북'은 매주 시집, 소설, 산문 등 신간을 발매한 작가들을 만나 그들이 가진 독특한 창작 세계를 들여다보려고 합니다. 소소하면서 진지한 작가와의 대담 속에서 그들의 눈으로 본 세상을 뉴스앤북이 독자여러분께 전해드립니다. 뉴스앤북과 함께 분야와 지역을 넘어 다양한 책과 사람들을 만나보세요. 

이은봉 시인
이은봉 시인

가을 옷을 꺼내야할 만큼 쌀쌀해진 10월의 어느 날 뉴스앤북이 이은봉 시인을 만났다.

대전문학관 사랑방에 들어서자 그는 특유의 미소를 지으며 인사를 건넨다.

그 부드럽고 친절한 분위기 속에서 다양한 지식을 가진 시인과 편하고 따뜻한 대화를 이었다.

순진무구한 마음으로 자신의 마음을 털어놓은 이 시인의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보자.

Q. 인터뷰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먼저 간단하게 자기소개 부탁드릴게요.

A. 저는 대전문학관 관장 이은봉 입니다. 한국예술인복지재단 문학부분 이사, 세종인문학연구소 소장, 광주대학교 명예교수기도 해요. 세종에 ‘세종마루시낭독회’란 모임이 있는데, 그곳의 회장이기도 하죠. ‘세종마루시낭독회’에서 발간하는 『세종시마루』란 문예지의 주간이기도 합니다.

Q. 많은 시집을 출간하고 계신데 요즘도 시를 쓰고 계신가요?

A. 당연히 시를 쓰고 있죠. 글을 쓰는 일이 업(業)이니만큼 많이 쓰려고 합니다. 저는 모두 11권의 시집을 간행했어요. 시조집도 1권 출간했으니 서정시집으로 모두 12권의 시집을 냈죠. 최근에 쓴 동시 한 편 소개하고 싶습니다.

시월의 아침 햇살/이은봉

시월의 아침 햇살, 그윽하다

아이는 두 손을 펼쳐

시월의 아침 햇살

정성껏 끌어안는다. 여기에서

세상의 모든 빛 태어나다니!

아이가 맞아들이는

시월의 아침 햇살, 검푸르다.

이를 어쩌나, 아이의

열린 가슴처럼

설레는 마음을 갖고 있는

시월의 아침 햇살이라니!

시월의 아침 햇살, 순결하다.

엄마와 떨어져 할머니와 함께 사는

아이의 슬픔과 설움,

순식간에 녹여버린다.

치마 섶 펼쳐 감싸 안는다.

Q. 지난 1983년 평론가로, 1984년 시인으로 등단하셨는데 시를 쓰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A. 저는 어렸을 때 뜻은 컸지만 잘하는 게 별로 없었어요. 공부, 운동, 놀이도 잘못했죠. 고등학교 때 문과에서 2등한 것이 최고의 실력이었습니다. 잘 하는 것이 많았다면 시를 안 썼을 거예요. 그나마 방에서 시집이나 소설집 등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게 취미였죠. 시, 수필이든 쓰면 곧잘 칭찬을 받았습니다. 칭찬은 고래도 춤을 추게 한다, 감탄은 강물도 꿈틀거리게 만든다고 하잖아요. 칭찬과 감탄을 따라가다 보니 문학계에 발을 들여놓게 됐죠.

Q. 그 칭찬에 힘입어 어떤 활동을 했나요?

A. 교내 백일장을 통해 상을 받은 적도 있습니다. 실은 문학을 통해 시로 좀 더 나은 세상, 좋은 세상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곤 했어요. 사람을 사랑하는 힘이 바로 문학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Q. 시집 『생활』 서평 중 시인님의 글은 항상 삶의 현장을 토대로 구축되어 왔다고 하는데 시가 다가오는 시점이 언제인가요?

A. 시는 사람들, 자연, 시로부터도 옵니다. 멋진 작품을 읽을 때도 시를 쓰고 싶어져요. 우수한 시는 만족스러운 시를 부른다고 하죠. 사람들에게 상처를 받거나 파괴된 자연을 만났을 때도 시가 다가옵니다. 딱한 마음, 차마 어찌하지 못하는 마음, 측은지심이 시를 쓰게 만들기 때문이에요.

Q. 주로 시를 쓰는 시간이 정해져 있나요? 아니면 즉흥적인가요?

A. 시간적으로 저녁이나 아침에 많이 찾아와요. 낮과 밤이 뒤섞이는 시간이죠. 낮은 이성이고, 밤은 감성이라면 이성과 감성이 뒤섞이는 혼돈의 시간에 시가 자주 찾아오는 셈입니다. 감성이라면 이성과 감성이 뒤섞이는 혼돈의 시간이 꼭 저녁이나 아침인 것은 아니에요. 몸이 피곤해 정신이 몽롱해질 때도 시가 자주 찾아오죠. 그래서 보들레르는 시를 두고 회복기의 노래라 말했고, 랭보는 착란의 형식이라 했습니다.

Q. 그렇다면 시인님의 시는 회복기의 노래, 착란의 형식 중 어디에 더 가깝나요?

A. 회복기의 노래, 착란의 형식이 모도 창작의 심리 상태를 말하는 것입니다. 보들레르의 말이나 랭보의 말이 모두 이성과 감성이 뒤섞여 있는 심리 상태를 뜻해요. 구태여 둘 중의 하나를 선택하라고 하면 내 경우에는 창작의 심리 상태가 랭보의 말인 '착란의 형식'에 좀 더 가깝죠.

Q. “시인은 형상이 가진 진리, 존재를 볼 줄 알고 전달하는 사람”이란 말씀을 하신 적 있는데 현 사회에서 시인의 역할은 뭘까요?

A. 상징주의자들은 세상의 모든 현상적이고 눈에 보이는 것들은 다 상징이란 얘기를 했어요. 시인은 이때의 상징을 푸는 사람이죠. 상징을 푼다는 것은 생활의 형상이 가지고 있는 진리를 깨닫는다는 뜻입니다. 형상이 지니고 있는 본질인 진리를 볼 줄 안다는 것이지요. 형상이 가진 진리, 존재를 볼 줄 아는 시인이라면 그것을 시로 만들어 나눌 수 있어야겠죠.

Q. 요즘 젊은 시인들이 내놓는 시는 이해하기 힘들다는 독자들이 많습니다. 일부 원로 시인들은 ‘이해 안 되는 시는 시가 아니다’라고 말하는데 시인님 생각은 어떠신가요?

A. 어떤 사람은 ‘시가 난해성을 본질로 지니고 있다’고 해요. 일리가 있는 얘기죠. 하지만 시의 난해성이 해석 불가능성은 아닙니다. 긍정적인 의미에서 그 어려움은 해석의 다의성을 뜻해요. 다의성이 아니라 해석불가능성이라면 요즘 젊은 시인들이 내놓는 시의 난해성은 받아들이기 어렵죠.

Q. 난해성을 받아들이기 어려운 이유가 있나요?

A. 시인이 인식하는 수준에 이르지 못해 시가 어려운 것은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입니다. 하지만 시인이 의도적으로 해석의 불가능성을 추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아요. 젊은 시인들이 추구하는 시의 난해성이 시에서 의미를 배제하고 지워버린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무의미시를 쓰려고 하는 거예요. 별로 바람직한 일이 아니죠.

Q.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문학계가 어려운 상황인데 대전문학관 운영에 고충은 없으신가요?

A. 대전문학관은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확산된 이후 제대로 된 역할을 못했어요. 계속 문을 닫아놓고 지낼 수밖에 없었죠. 참으로 안타까운 심정입니다.

Q. 그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현재 하고 계신 활동이 있나요?

A. 최근 시인, 작가들의 영상대담, 영상 콘서트 등을 만들어 방송국을 통해 방영하고 있습니다. 10월엔 대전 tjb와 문단의 유명한 어른을 초대해 명사초대석 영상을 제작할 예정이에요. 한 시대를 풍미한 명사들을 초청해 현안에 대한 그들의 혜안을 듣고 그들이 이룬 업적과 꿈을 공유하고 싶은 마음이죠.

Q. 삶을 돌아보면 어떤 점이 가장 아쉬움으로 남나요?

A. 그동안 최선을 다해 살았지만 ‘조금 더 부지런해야 하지 않았나.’란 생각이 들어요. 작은 것에 너무 연연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들죠. 무엇보다 많이 공부하지 못하고 책을 출간하지 못한 부분이 아쉽습니다.

Q 그런 기회는 없겠지만, 또 한 번 삶이 주어지면 이렇게 살 겁니까?

A. 능력이 되는 한 최선을 다해 살 것 같아요. 제 삶에 정성을 다해 산다는 거죠. 최선을 다하고 정성을 다하는 삶이 문학의 길이 아니어도 좋습니다.

Q. 추천해주고 싶은 시인, 작가가 있나요?

A. 대전, 충남 사람들에게도 문화적 지역의식은 필요합니다. 대전 지역 시인, 작가들의 작품을 많이 읽어주길 바라는 맘이죠. 올해 나태주, 구재기, 이강산, 정완희, 권덕하, 김백겸, 이선희, 이병연, 진영대, 조민정 등이 시집을 냈어요. 이들을 모두 추천하고 싶습니다. 또 이 지역 출신인 김성동 소설가는 『눈물의 골짜기』라는 작품집을 냈죠. 챙겨 읽어보길 바라요.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 자유롭게 해주세요.

A. 저는 대전문학관의 관장으로서 대전, 세종, 충남 사람들이 애향심을 갖고 이 지역을 많이 사랑해주길 바랍니다. 적어도 문화, 예술, 철학 면에서도 지역 문인들이 자부심을 갖고 살길 원해요. 그렇게 하려면 대전, 세종, 충남 사람들도 첨단의 정신을 가져야 할 뿐만 아니라 그 정신을 실천할 수 있어야하죠. 역사를 좀 앞서 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시인 프로필

이은봉 시인은 1953년 충남 공주(현, 세종시)에서 태어났다. 숭실대학교 국어국문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83년 [삶의문학] 제5호에 「시와 상실의식 혹은 근대화」를 발표하며 평론가로, 1984년 『창작과비평』 신작 시집 『마침내 시인이여』에 「좋은 세상」 외 6편을 발표하며 시인으로 등단했다.

특히 한성기 문학상, 유심 작품상, 가톨릭 문학상, 시와시학상, 질마재 문학상, 송수권 문학상 등을 수상한 바 있다.

시집으로 『좋은 세상』, 『봄 여름 가을 겨울』, 『절망은 어깨동무를 하고』, 『무엇이 너를 키우니』, 『내 몸에는 달이 살고 있다』, 『길은 당나귀를 타고』, 『책바위』, 『첫눈 아침』, 『걸레옷을 입은 구름』, 『봄바람, 은여우』 등이 있고, 시조집 『파편들에대한 단상』이 있으며, 평론집으로 『실사구시의 시학』, 『진실의 시학』, 『시와 생태적 상상력』, 『화두 또는 호기심』, 『시와 깨달음의 형식』 등이 있고, 시론집으론 『화두 또는 호기심』, 『풍경과 존재의 변증법』 등이 있다.

현재 (사)한국작가회의 사무총장, 부이사장 등을 역임했으며, 광주대학교 문예창작과 교수로 있다.

송영두 기자와 이 시인
송영두 기자와 이 시인

 

송영두 기자 duden1212@naver.com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