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권의 책을 읽고 책을 쓴 작가의 마음을 모두 이해한다는 참 어려운 일이다.

지인의 소개로 읽게 된 '덧없는 환영들'이란 책은 더욱 그러한 것 같다.

주인공은 생후 6개월 만에 미국으로 입양된 아픈 과거를 갖고 있다. 입양된 한국인이 미국에서 성장하고, 한국으로 다시 돌아와 살게 되는 삶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리고 주인공의 내면이 잘 드러나 있어, 입양인 들의 아픈 삶을 들여다 볼 수 있다.

1972년도에 미국으로 입양을 간 아이는 30여년이 지난 2007년이 되어서야 한국에서 살기로 마음먹는다.

사람들은 저자에게 묻는다. “어쩌다 한국에서 살 생각을 했어요?”

저자는 답한다. “난 한국인이 말하는, 한국인이 가져야 할 특성들이 제거된 사람이지만 그래도 한국을 사랑한다. 한국에서 난 배가 덜 고프기 때문에 한국을 사랑한다. 한국에서 난 덜 위험하다고 느끼기에 한국을 사랑한다. 이곳 한국은 나의 불편한 집이기에 한국을 사랑한다. 난 계속 슬프지만 한국을 사랑한다. 내가 태어난 곳이고 나의 모든 조상들이 태어난 곳이고 그들이 죽은 곳이고 내가 죽고 싶은 곳이기에 한국을 사랑한다. 난 한국인이기에 한국을 사랑한다.”   

덧없는 환영들-제인 정 트렌카
덧없는 환영들

우리나라는 현재도 여전히 해외입양을 많이 보내는 나라중 하나다.

해외입양 문제는 어제 오늘의 애기가 아니다. 60~70년대는 경제적으로 살기 힘들어 해외로 입양을 보냈다 치더라도, 경제적으로 성장한 지금까지도 이런 일이 발생되는 걸까?

책을 읽고 궁금한 게 많아져, 자료를 찾아보니 이런 내용이 있었다.

‘1980년대 이전에 미국에 보내진 한국의 입양인 상당수가 무국적자이다.’

이런 사회적 문제는 해외로 입양된 사람들을 무국적자로 살게 했고, 한국으로 추방된 한 입양인은 지난 2017년 자살을 했다.

어느 국적에도 속하지 못한 상황에서 방황을 하고 고통을 받고 있는 게 현실이다. 입양을 보낸 나라도, 입양한 나라도 서로 책임을 지지 않는 무책임한 행동으로 인해 이들은 고립된 삶을 살아간다.

저자가 한국에서 살기로 마음먹은 2007년 여름, 해외 입양된 한국인 6백 명이 세계 각지에서 서울에 돌아왔고, 그 중 이백 명은 한국에 장기간 머물렀다고 한다.

저자는 자신이 겪은 일들을 책에 담아, 해외입양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책을 읽은 사람이라면, 해외입양에 대해 다시 생각을 해봤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해외입양 문제에 대해 공감하고, 함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의지를 가졌으면 좋겠다.

이 책을 읽고 많은 걸 알게 되었다. 가족과 함께 사는 삶이 얼마나 값지고 행복한 일인지 다시금 느꼈다.

책의 마지막 작가의 말 페이지에서 저자는 말한다. ‘한국에서 낯선 것들을 만나고자 자신의 가족과 나라, 언어, 문화를 떠나온 나의 입양 한국인 친구들이 그들의 삶의 일부를 볼 수 있는 특권을 내게 허락해준 것에 감사의 말을 전한다. 약 이십년 전에 한국에 돌아와, 지금 우리가 한국에 살도록 길을 열어준 이들에게 그 용기와 인내에 감사를 전한다.’

나도 저자에게 말하고 싶다. ‘한국을 찾아줘서 고맙고, 우리를 이해해줘서 고맙고, 용기를 내어줘서 고맙다고.’

더불어 해외 입양된 사람들이 가족들을 만나 행복하게 사는 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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