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북'은 매주 시집, 소설, 산문 등 신간을 발매한 작가들을 만나 그들이 가진 독특한 창작 세계를 들여다보려고 합니다. 소소하면서 진지한 작가와의 대담 속에서 그들의 눈으로 본 세상을 뉴스앤북이 독자여러분께 전해드립니다. 뉴스앤북과 함께 분야와 지역을 넘어 다양한 책과 사람들을 만나보세요. 

서현진 시인
서현진 시인

민족 대명절인 추석이 지나고 뉴스앤북이 서현진 시인을 만났다.

시인은 조용한 희망의 목소리로 생생한 삶의 현장을 진솔하게 들려준다.

그는 흰 빨래를 털어 가지런히 말리는 일을 참회라 말하고 집 안 구석에 쌓인 먼지를 모아 새의 부등깃을 만드는 행위를 사랑, 영양가 있는 흰쌀밥을 짓기 위해 콩을 넣는 행위를 헌신이라고 부른다.

시종일관 활짝 웃으며 적극적인 반응을 보여준 서 시인의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보자.

Q. 인터뷰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간단하게 자기소개 부탁드릴게요.

A. 전 1971년 전북 고창에서 태어난 서현진 시인입니다. 남다른 교육열을 가진 부모님 덕분에 초등학교 때부터 서울에 있는 외할머니 밑에서 형제들과 함께 자랐어요, 부모님은 고창에서 조그만 가게를 운영하며 생활비와 교육비를 마련해줬죠.

Q. 부모님과 떨어져 지내는 부분에서 힘들었던 점은 없었나요?

A. 8살 때부터 부모와 떨어져 살며 늘 정에 굶주렸어요. 그래서 어릴 때부터 책 속에 빠져 살았죠. 그 때 책이 주는 위로를 본능적으로 알았던 것 같습니다. 경제적인 부분에서도 큰 어려움을 겪었어요.

Q. 그런 과정이 시를 쓰게 된 결정적 계기인가요?

A. 고등학교에서 ‘시를 잊은 그대에게’를 쓴 정재찬 선생님을 만났어요. 당시 어찌나 강의를 잘하시는지 혼이 다 빠질 지경이었죠, 그래서 대학도 자연스럽게 국어국문학과로 진학했습니다. 특히 대학시절 제 지도교수였던 신대철 교수님의 영향을 많이 받았어요. 늘 대쪽 같고 설산 같은 가르침을 통해 글의 기법보다 시에 대한 태도나 진정성을 배웠죠. 참 감사한 분들입니다.

Q. 가장 최근에 시집 『작은 새를 위하여』를 출간했는데 소회가 궁금합니다.

A. 첫 시집이 저에겐 가장 큰 선물입니다. 제가 어떤 계기로 인해 크게 좌절해 시를 안 썼던 기간이 있었어요. 시를 안 쓰는 대신 다양한 장르의 책을 읽었죠. 결혼 후 서울에서 아이들 육아에 전념하다가 8년 전 남편을 따라 홍성에 오게 됐고 갑작스런 수술로 인해 우울증이 깊어져 다시 시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최근 시부터 대학시절 습작까지 약 100편의 작품 중 퇴고를 거쳐 첫 시집을 내게 됐어요. 무엇보다도 제 오랜 꿈이 이뤄져 기쁜 마음이죠. 이로 인해 우울증이 많이 회복됐습니다.

Q. 이번 시집에서 가장 애착을 느끼는 작품이 있다면 소개와 이유를 알려주세요.

A. 시집 마지막 부분에 있는 ‘흐른다’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모든 것은 흐릅니다 / 흐르지 않는 것은 이 세상에 없습니다 / 강물이 흐르듯이 풀도 벌레도 나무도 흐릅니다 / 하늘의 별과 달, 오로라도 흐르지요 / 사막의 모래, 공룡 화석, 바위산도 흐릅니다 / 살아있는 것, 죽은 것 다 흐르지요/나와 당신의 아이가 아이를 낳고 / 그 아이가 자라 또 아이를 낳는다 할지라도 / 우주의 흐름 속 작은 일부분일 뿐 / 시간과 공간은 태초부터 우리 존재와 상관없이 / 끝없이 흐르고만 있을 테지요그러니 / 너무 걱정하지 말아요 / 아무도 기억하지 못하는 시간이 곧 우리를 덮칠 터이니(작은 새를 위하여 중 ‘흐른다’)

제 시지만 힘들 때 읽으면 저도 위로를 받죠. 이 시집의 평론을 맡은 문종필 문학평론가도 “‘흐른다’를 통해 많은 격려를 받았다”고 말해줬습니다.

Q. 위 시를 통해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나요?

A. ‘흐른다’는 근시안적으로 상황이나 사물을 보지 않고, 넓게 보다 보면 결국 모든 것들이 제 자리로 돌아간다는 것을 이야기한 시에요. 강물이 흐르듯이 우리도 삶도 이어지고 있죠. 그러니 사소한 일에 너무 집착해 걱정하지 말라고 전하고 싶죠. 되어가는 것은 마치 우주처럼 결국 완성되기 마련입니다.

Q. 시집을 출간하며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부분이 있나요?

A. 제 시의 성격과 맞는 출판사를 고르는 데 중점을 뒀어요. 그래서 여러 출판사의 시집을 읽어봤고 천년의 시작이란 곳이 가장 마음에 들어 심사를 받게 됐죠. 대형출판사는 편집, 홍보 등이 체계적이기 때문에 시집이 오래 갑니다. 하지만 출판사보다 중요한 것은 더 좋은 작품을 많이 써야 하는 건 두말하면 잔소리겠죠.

Q. 창작열의 원동력이 무엇인지 궁금해요.

A. 창작열의 원동력은 타고나는 것도 있겠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절실함 내지는 간절함인 것 같아요. 더 잘 쓰고 싶다는 간절함이 매 순간을 그냥 지나치지 않고 다른 사람보다 외부 세계를 주의 깊게 관찰하게 되고, 그로 인한 파동이 내 속에 들어왔을 때 흘려보내지 않고 바로 낚아채게 하는 거죠. 그리고 그 파동을 언어로 어떻게 표현할까 하루 종일 고민하는 겁니다. 단어 하나를 붙들고 밤을 새기도 하죠.

Q. 등단 후 첫 시집을 펴내기까지 생계와 시 쓰기를 같이하는 것은 어려웠을 것 같아요.

A. 시간이 많다고 시를 잘 쓰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오히려 바쁘게 일 하면서 시를 쓰는 게 경험의 스펙트럼도 넓어지고 시간을 짜임새있게 쓸 수 있다 느끼죠. 전 게으른 편이라 일을 안 하고 집에만 있으면 더 무기력해질 것 같습니다. 한편으로 돈이 많으면 좋을 것 같긴 해요. 선택의 자유가 생기기 때문이죠. 세계여행을 하며 마음에 드는 장소가 나타나면, 한 달씩 머물면서 시를 쓰고 싶단 꿈을 가지고 있습니다.

Q. 앞으로의 활동 방향이나 삶의 계획 등이 궁금합니다.

A. 글공부를 더 많이 해 저만의 스타일의 시를 쓰고 싶습니다. 아직은 제 시가 작품성에서 스스로 만족할 정도는 아니에요. 많이 읽고 쓰는 것과 더불어 경험의 폭을 확장하는 것이 필요하죠. 시를 잘 쓰는 시인들과도 교류를 하며 서로에게 자극이 되면 좋을 것 같습니다. 현재 코로나19로 인해 훌륭한 시인들을 만나지 못해서 너무 안타까운 마음이에요.

Q. 추천해주고 싶은 시인, 작가가 있다면?

A. 국민대 국어국문학과 동기인 최세라 시인을 추천하고 싶어요. 최 시인은 시와 반시를 통해 등단해 『복화술사의 거리』, 『단 하나의 장면을 위해』란 시집을 냈죠. 대학 졸업 후부터 20년 넘게 꾸준히 공부하고 열심히 활동해 저에겐 큰 자극이 되는 친구입니다. 시를 잘 써 중앙 문단에서도 꽤 잘 나가는 시인이죠.

Q. 이외에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자유롭게 해주세요.

A. 때때로 나 자신에게 ‘돈도 안 되는데 왜 이러고 사나’란 질문을 합니다. 아이러니 하게도 시가 나를 살게 하고 있었어요. 시가 점점 제 전부가 되어가고 있죠. 또한 코로나19로 다들 힘들지만 이 또한 영원하지 않다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살아있는 모든 존재들이 끝이 있듯이 코로나19도 결국 끝나게 되어있어요. 현 상황에만 매몰되다 보면 몸과 마음이 너무 힘들어지죠. 우주의 시간 속에서 보면 우리의 시간은 정말 작고 아무 것도 아닐 수 있습니다. 우리는 잠깐 동안 몸의 시간만 살다가기 때문이에요. 코로나19로 인해 어수선한 요즘이지만 따뜻하고 여유로운 추석 연휴가 되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 시인 프로필

서현진 시인은 1971년 전북 고창에서 태어났다.

국민대 국어국문학과 졸업하고 동 대학원 국문학과를 수료했다.

현재 충남 작가회의 소속으로 홍성에 거주하며 작품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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