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북'은 매주 시집, 소설, 산문 등 신간을 발매한 작가들을 만나 그들이 가진 독특한 창작 세계를 들여다보려고 합니다. 소소하면서 진지한 작가와의 대담 속에서 그들의 눈으로 본 세상을 뉴스앤북이 독자여러분께 전해드립니다. 뉴스앤북과 함께 분야와 지역을 넘어 다양한 책과 사람들을 만나보세요. 

최재학 작가
최재학 작가

깊어지는 가을만큼 일교차도 크게 벌어지는 9월의 어느 날 뉴스앤북이 최재학 작가를 만났다.

출판사 이든북에서 만난 최 작가는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주먹 인사를 건넸다.

그의 조쌀한 얼굴에선 작가 특유의 결곡한 기품이 묻어났다.

역사의 아픔과 상처를 과거의 기억으로 묻어두지 않고 그 공간을 기억하고 싶단 노작가의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보자.

Q. 인터뷰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간단하게 자기소개 한 번만 해주세요.

A. 전 충남 태안에서 태어나 30년간의 교직생활을 거쳐 고향을 주제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 최재학입니다. 교사로 일하며 시집을 두 권정도 출간했고 여기저기 원고를 보내 등단을 하게 됐어요. 시, 수필을 통해 문단에 들어오게 됐죠. 하지만 큰 교통사고를 당해 교사생활의 끝을 맺지 못했어요.

Q. 큰 사고 때문에 교편을 내려놨는데 아쉬운 마음이 크시겠어요.

A. 교직의 꽃은 자기가 생각했던 성향대로 아이들을 지도해 바람직한 인간을 만드는 거예요. 그런데 마무리를 못했죠. 가꾸기만 하고 결실을 보지 못해 안타깝습니다. 교원 생활 당시 전 학생들과 함께 목화, 보리를 심으며 수업을 진행했어요. 학교의 빈축을 사면서도 활동을 이어나갔죠. 그 경험을 통해 많은 보람을 느꼈습니다. 그래서 작품 속에 학교애가 많이 담아있어요.

Q. 시, 수필을 통해 등단했는데 현재 작품들은 소설이 주가 되고 있잖아요?

A. 제 작품 대부분은 고향이 배경이여서 농촌 이야기가 많이 담겨있어요. 농촌이 황폐화되고 있는 상황이 안타까워 시를 썼죠. 그런 문제들을 시 속에 조금씩 녹였습니다. 그렇게 하다 보니까 제가 가지고 있는 메시지를 온전히 독자들에게 전달할 수 없는 문제가 생겼어요. 그래서 수필을 쓰게 됐는데 더 나아가 소설을 만들고 싶단 욕심이 생겼죠. 하지만 소설을 쓰는 게 힘들단 걸 많이 느꼈습니다.

Q. 어떤 부분에서 소설이 가장 힘들다고 느꼈나요?

A. 제 작품은 모두 장편소설입니다. 소설이지만 다 경험의 뿌리로 쓴 글이죠. 하지만 사람들이 ‘글이 모두 허구니까 내 생각대로 쓰면 되겠다.’고 말해요. 사실하고 너무 멀어진 소설은 독자들에게 읽히지 않죠. 글 사이사이에 들어갈 재미를 내 능력으로 끼워 넣고 표현한다는 게 난해했습니다. 제 소설을 흥미로만 보면 괜찮지만 역사성, 사실성을 다루다 보니까 젊은이들에게 큰 인기가 없을 것 같아요.

Q. 작가님 소설에 역사를 담아내는 이유가 있나요?

A. 주로 유년 시절, 6.25전쟁에 관한 것들을 많이 다뤘어요. 요즘 젊은 세대는 6.25전쟁을 잘 모르고 이해하려고 노력하지 않죠. 주입교육만으론 역사의 중요성을 전달하지 못합니다. 일부 젊은 세대가 지금까지 어떻게 역사가 흘러왔는지 모르고 있어요. 현 시대의 사람들이 제 작품을 통해 조금이나마 과거의 이야기를 공감했으면 좋겠단 마음으로 『정태 삼촌』을 집필했습니다.

Q. 장편소설 『정태 삼촌』을 통해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가 있다면?

A. 『정태 삼촌』에서 나오는 학생은 6.25전쟁 당시 인민의용군으로 끌려가게 됩니다. 낙동강, 지리산을 거쳐서 전투에 참여하게 됐어요. 이후 거제도 수용소에 수감된 뒤 북한으로 끌려가는 과정을 그렸죠. ‘왜 학생이 아무것도 모르고 전쟁에 참여해야 했는가?’란 의문을 가지고 소설을 읽으면 될 것 같아요. 그러면 제가 전하려는 메시지가 보이죠.

Q. 젊은 세대들한테는 많이 낯선 주제일 것 같아요.

A. 많이 낯설겠죠. 그래서 6.25전쟁 당시 전사기록을 찾아서 작품 속에 넣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너무 거짓이라고 느낄 것 같았어요. 이 작품을 통해 학생들이 그 때 상황을 조금을 이해해주길 바랐죠. 일전에 한 학생이 ‘남북전쟁이 끝난 게 아닌가.’란 말을 했습니다. 종전선언은 안했어도 사실상 전쟁이 종료된 것처럼 보일 수 있어요. 그런데 전쟁은 마무리될 수 없죠. 지금까지도 머릿속에 이념전쟁이 남았기 때문입니다. 전 ‘앞으로 전쟁에 대한 갈등이 어떻게 풀어질까?’란 생각을 했어요. 그 마음에 조금은 공감해주길 원하죠.

Q. 앞으로도 계속 소설을 통해 이야기를 전달할 예정인가요?

A. 제 첫 수필의 주제는 고향에 있는 선배였는데 그는 소아마비 환자였습니다. 선배가 한 여인을 마음에 품고 있었지만 마음을 쉽게 고백하지 못했어요. 바닷가를 걷던 중 지나온 발자국을 보고 그 여자와 같이 갈 수 없는 인연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죠. 그래서 결국 헤어지게 됐습니다. 이 아름다운 이야기를 시, 수필로는 모두 풀어낼 수 없었어요. 그래서 소설을 계속 쓰고 싶죠. 소설이 갖는 매력은 많은 메시지를 전달 할 수 있단 겁니다. 능력에 한계는 있겠지만 시, 수필은 그 만큼 도달할 수 없다고 자각했어요.

Q. 작가님 삶에서 글을 쓴다는 건 어떤 의미가 있나요?

A. 가끔 사람들이 ‘소설 같은 인생을 살았다’고 말해요. 우리가 사는 세상은 모두 소설이라고 말할 수 있죠. 그것이 허구라고 느끼는 것은 글 사이사이 기름칠을 할 수 있는 이야기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글이 인생에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제 작품을 통해 인간이 사는 묘미를 더해주고 싶은 마음이죠.

Q. 현재 코로나19로 인해 출판계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현 상황을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A. 전 코로나19로 인해 사람들의 삶이 이분화 됐다고 생각해요. 전문가들조차 코로나19 이전과 이후의 시대를 나눠 얘기할 정도죠. 때문에 출판과 문화 예술계 모두가 힘든 상황입니다. 하지만 발상의 전환을 거치면 새로운 문화의 사조가 움직일 수 있는 계기에요. 질병으로 인한 애환을 예술적으로 풀어내면 또 다른 볼거리가 만들어질 것 같습니다.

Q. 이미 ‘언택트’란 새로운 문화의 흐름이 생겨버렸잖아요.

A. 한정된 시간, 제한된 공간속에서 예술인들의 음성, 몸짓과 호흡으로 창조하는 순간을 바로 눈앞에서 느낄 수 있는 현장성은 공연예술의 장점이에요. 하지만 2020년 유례없는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해 그것을 즐길 수 없어요. 때문에 모든 문학, 예술가들이 한 장르만 전문적으로 파고들지 못하고 있죠. 모든 것이 방황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Q. 방황하는 문화 예술계를 멈출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A. 제가 수필집 『끝이 없는 방황』을 출간하고 20여년의 세월이 흘렀어요. 하지만 아직까지 방황은 계속되고 있죠. 많은 세월이 흘렀는데도 똑같은 넋두리를 뱉고 있습니다. 방황은 살아있는 실체라고 생각해요. 마지막 순간에 당도하면 생기니 아무래도 제 생에선 영원히 찾을 수 없겠죠. 그래도 그 끝을 찾아 또다시 떠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Q. 앞으로 작품 활동을 통해 계속 방황을 이어갈 예정인가요?

A. 이제 단체 활동을 안 할 생각이에요. 저는 지금 문중사를 써야하기 때문이죠. 가문이 성장했다 몰락한 과정을 후손들에게 전해야겠단 마음입니다. 역사 속 놓쳐서는 안 될 이야기들이 많이 있어요. 그만 쓰려고 했는데 사회의 문제점들이 많이 보이기 시작해 펜을 잡았죠. 또 제 모교의 백년사를 기록하는 게 앞으로 하고 싶은 일입니다.

Q. 추천해주고 싶은 작가, 시인이 있나요?

A. 대전 지역에서 활동하는 엄기창 시인을 추천하고 싶어요. 시를 참 잘 쓰죠. 같이 활동을 하다보면 남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 부분이 존경스럽기도 해요. 또 다른 한명은 강표성 수필가를 알리고 싶죠. 두 사람의 이야기를 뉴스앤북이 담아줬으면 좋겠습니다.

Q. 마지막으로 위기 속 문화 예술계를 위해 한마디 전해주세요.

A. 문화가 생계를 위한 직업이 되면 안돼요. 그것은 우리 생활을 빛나게 만들어주는 행위죠. 새롭게 예술을 접하는 사람들을 들뜨게 만드는 겁니다. 누구든지 원고만 내면 다 시인이 되는 상황인데 참 좋아요. 사회가 깨끗해지고 밝아지겠죠. 하지만 다른 목적 없이 사실대로 활동을 해야 합니다. 한 단체에서 회원 확보, 이익을 편취하기 위해 갖가지 상을 만들어 놓고 있어요. 그런 일들에 대한 규제가 강하게 있어야 올바른 사회가 되겠죠. 감사합니다.

◆ 작가 프로필

최재학 작가는 충남 태안에서 태어나 작품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문양목 선생 추모 사업회 회장을 역임한 바 있으며 이사장, (사)독립운동가 회원으로 추모 사업을 이어가고 있다.

현재 한국문협, 국제펜문학, 대전문협, 문학사랑 회원이다.

저서로는 시집 『2월엔 이별이 있어야 한다』,『나는 당신을 모릅니다』를 펴냈으며, 수필집 『끝이 없는 방황』,『고향에 있어도 고향이 그립다』,『간이역에서』,『그 노래 그 사연』,『고맙다는 말보다 더 고마운 말』,『방황의 끝은 어디인가』를 출간했다,

또한 장편소설 『잃어버린 섬』, 『통곡』을, 전기집으로 『독립운동가 우운 문양목 선생의 생애』,『문양목 평전』을, 향토자료집 『남면지』(공저) ,『여기가 내 고향 남면이다』등 다양한 장르에도 열을 쏟으며 작품을 집필했다.

송영두 기자와 최 작가

 

저작권자 © 뉴스앤북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