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이 나아갈 사회는 완벽하지 않습니다. 때로는 '나쁜 일'이 주어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여러분이 스스로를 하찮게 여겨서 그런 일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여러분은 그런 일을 할 사람이 아니니까요. 차라리 불편한 사람이 되십시오. 불편한 사람이 된다는 건 다시 말해서 자신만의 원칙을 가지고 산다는 뜻입니다. 원칙을 지키다 보면 여러분 생활이 불편해질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회사에서 해고되진 않을 겁니다. 우리 사회가 그 정도는 아닐 거라고 저는 믿습니다. 오히려 빛나는 경력이 될 수도 있습니다. 불편해지겠다는 각오만 있다면 여러분이 그 어려움들을 돌파해내리라 믿습니다." 

우리는 재벌과 공직자의 갑질에, 세월호 참사를 “교통사고”라 말하는 자들에게 신경이 곤두선다. 성폭력에 분노해 모여서 외치고, 막말을 참지 못해 언론사에 제보한다. 그리고 말한다. 제발 사람을 사람으로 대하라고, 사람에 대한 예의를 지키라고. 민주주의, 산업화, 공정, 정의, 복지, 기본소득에 이르기까지, ‘사람 살기 좋은 세상’을 위한 변화는 계속되는데 왜 사람의 가치는 점점 떨어지는 걸까. 우린 왜 사람을 종종 잊고 마는 걸까.

유례없는 경제성장과 민주주의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고 자부하는 한국 사회. 하지만 동시에 우리는 한국의 부끄러운 세계 1위의 목록을 볼 수 있다. OECD 산업재해 사망률 1위(매년 2000명의 노동자가 죽는다), 자살률 1위(2019년 기준 15년 연속 1위), 노인 빈곤율 1위, 저임금 여성 노동자 비율 1위, 어린이․청소년 행복지수 최하위까지. 세상의 문제를 바로잡고 대의를 실현하는 데는 노력하고 있지만, 뭔가를 놓쳤다는 생각이 든다.

태안 화력발전소에서 작업 중 사고로 숨진 비정규직 노동자라든지, ‘주민 갑질’에 시달리다 억울함과 두려움을 호소하는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강북구 아파트 경비원이라든지. 우리는 이렇게 사람의 죽음을 목격할 때에만 무엇이 문제인지 얼핏 깨닫는다. ‘사람에 대한 생각’을 하지 않는다는 것. 우린 일을 할 때도, 뉴스를 볼 때도, 댓글을 달 때도, 아이를 가르칠 때도, 식당에서 밥 먹을 때도 사람을 놓치고 있는 게 아닐까 권석천은 질문한다.

여기 여태껏 그럭저럭 잘 살아왔다고, “나 정도면 괜찮은 사람”이라고 믿어왔던 한 사람, 권석천이 있다. 프롤로그에서 그는 히말라야 고산지대를 여행하며 만난 에피소드를 소개하며 지금껏 가져온 자기 자신에 대한 믿음과 깨지는 경험을 보여준다. 현지 가이드와 소수민족 셰르파 앞에서, 스스로도 서늘해질 만큼 낯선 모습을 마주한다.

-권석천의 '사람에 대한 예의'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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