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터뷰] 시를 향한 뜨거운 열정, 주선미 시인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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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터뷰] 시를 향한 뜨거운 열정, 주선미 시인을 만나다
  • 송영두 기자
  • 승인 2020.09.20 16: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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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앤북'은 매주 시집, 소설, 산문 등 신간을 발매한 작가들을 만나 그들이 가진 독특한 창작 세계를 들여다보려고 합니다. 소소하면서 진지한 작가와의 대담 속에서 그들의 눈으로 본 세상을 뉴스앤북이 독자여러분께 전해드립니다. 뉴스앤북과 함께 분야와 지역을 넘어 다양한 책과 사람들을 만나보세요. 

주선미 시인
주선미 시인

더위가 한풀 꺾인 9월의 어느 날 뉴스앤북이 주선미 시인을 만났다.

주 시인은 사근사근 나지막한 목소리로 시에 대한 뜨거운 열정을 토로한다.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활동하고 있는 그의 이야기는 오늘날 시인의 역할을 돌아보게 만들었다.

세상이 건네는 몰이해, 비이성적 차별과 폭력에 시달리는 약자들을 보면 따스하게 감싸주고 싶다는 그의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보자.

Q. 글에 대한 뜨거운 열정이 벌써부터 느껴지는데 혹시 시를 쓰게 된 계기가 있다면?

A. 전 2004년부터 본격적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어요. 어렸을 때는 독서가 막연히 좋았죠. 글을 쓰는 게 마냥 행복했습니다. 시를 접하는 과정에서 스스로 ‘내가 천재인가?’란 생각을 했어요. 누군가 주제를 던져주면 아무리 어려워도 해냈죠. 칭찬을 많이 았고 그때부터 시와 함께한 거 같아요.

Q. 시와 함께하는 일상이 엄청 행복해보여요.

A. 제가 차를 새로 구입한지 5년이 됐는데 34만km 정도를 운전했어요. 원래 성격이 운전대만 앉으면 피곤함이 풀리는 성격이라 돌아다니는 걸 좋아합니다. 최근에 이문복 시인을 만나러 가던 중 끝없는 논길이 이어졌는데 문뜩 민화 ‘잭과 콩나무’가 머리에 떠올랐어요. ‘길을 따라 올라가면 엄청 큰 마을이 있겠지’란 생각을 했죠. 이런 소소한 일상을 즐기다보니 시인이 된 게 너무 만족스러워요.

Q. 시인이 된 후에 생각의 변화가 있나요?

A. 최근 한 시인의 추모제에 참석했는데 코로나19로 인해 모두 마스크를 쓰고 있었죠. 이런 모습을 보고 전에는 ‘마스크’란 단면적인 부분만 보고 시를 썼을 거예요. 하지만 저는 사람들이 움직이고 얘기하는 것을 ‘가면무도회에 빗대어 쓰면 되겠다.’생각했습니다.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새로운 것을 접하니까 창의적인 시상이 떠올랐어요. 그리고 저는 배우는 걸 엄청 좋아해서 책을 하나 봐도 끝까지 읽고, 뜨개질을 시작해도 작업을 마쳐야 잠을 잡니다. 시도 똑같죠.

Q. 시를 쓰면서 힘들었던 일은 없었나요?

A. 제가 글을 오래 쓰다 보니 현 상황에 너무 만족하고 적응해버린 기간이 있었죠. 특별한 일도 없이 지루한 일상만 그리다보니 열의가 사라졌습니다. 그러던 중 한 지인이 ‘시를 왜 이렇게 못써’라고 말했어요. 너무 큰 충격을 받았죠. 시를 읽는 독자가 캐낼 수 있는 무언가가 있어야 하는데 너무 단조롭다는 이유였습니다. 그래서 그 계기로 시를 전문적으로 배우게 됐고 더 적극적으로 시에 집중할 수 있었어요. 지난 15년간 써온 작품보다 더 좋은 글을 써내게 됐죠.

Q. 지인으로부터 받았던 비판이 성장의 계기가 된 거네요.

A. 그렇습니다. 당시 상황에 너무 안주하고 있었던 제 생각을 바꾸게 된 전환점이 됐어요. 비판을 받았을 땐 너무 놀랐지만 지금 생각하면 너무 고맙죠. 가족들도 ‘글을 쓰면 돈이 나와?’라고 물어보지만 지금은 시가 제 삶의 일부가 됐습니다. 시를 쓰지 말라고 하면 정말 고통스러울 것 같아요. 그 정도로 제 일상은 시에요.

Q. 조금 더 구체적으로 일상이 시가 된 이유가 있나요?

A. 현재 철학과 관련 된 도서를 읽고 있는데 예전엔 이해하지 못했던 글들이 다시 보이게 됐죠. 책을 항상 가까이 하기 위해 집안 구조도 바꿨습니다. 항상 제 머릿속에 시가 있어요. 예를 들어 가면무도회가 떠오르면 그 생각을 중심으로 ‘저 사람은 무도회에서 어떤 역할을 할까?’란 질문을 던지죠. 그 의문점을 통해 시상이 따라오면 몸이 아무리 피곤해도 작업을 합니다. 밤낮으로 글을 쓰며 결과물을 봤을 때 뿌듯함은 말로 표현할 수 없어요.

Q. 시를 쓴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닌데 뒤에서 지원해주는 가족들에 대한 고마움을 많이 느끼나요?

A. 고마움을 많이 느꼈죠. 처음엔 가족들 모두 “열심히 해“라며 저를 응원해줬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분위기가 반전됐어요. 제가 시에 너무 빠져있으니까 ‘꼭 그렇게 까지 글을 써야 돼?’라고 말하죠. 코로나19로 인해 외출이 많이 자제된 상황에서 집 밖으로 나가는 저에게 핀잔을 주기도 합니다. 하지만 저는 나가서 새로운 것을 접하고 싶어요. 등단한 지 얼마 안 된 지금 열심히 할 때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Q. 코로나19 때문에 출간을 미루는 시인, 작가들이 많은데 시집 『통증의 발원』을 통해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나요?

A. “시집을 내야지”란 생각을 가지고 글을 쓰는 것이 아니라 일상 속에서 시를 항상 썼기 때문에 그 작품들이 모여 세 번째 시집 『통증의 발원』이 됐습니다. 전 항상 ‘사는 것 자체가 통증이다’라고 말해요. ‘통증의 발원’은 제가 치통을 겪었을 때 쓴 시죠. 치과에서 이를 잘못 치료해서 며칠 동안 힘들었습니다. 그때 살아있으니까 이 통증도 느끼는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삶에서 누구나 느낄 수 있는 아픔을 표현하고 위로하고 싶었죠.

Q. 이번 시집을 통해 통증, 아픔을 조명했는데 시집 분위기가 조금 어두울 수 있겠어요.

A. 맞아요. 돌아다니며 사람들의 아픔을 기록하다 보니 분위기가 어두울 수 있죠. 그리고 이 시집에는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들어있습니다. 지난 최근 아버지가 뇌경색으로 쓰러지셨는데 코로나19 때문에 면회가 안됐어요. 그래서 집으로 모셔왔는데 일주일 만에 상태가 호전됐죠. 그 과정에서 느낀 건 통증이 아닌 진짜 고통인 것 같습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아픈 사람들의 상처를 볼 수 있었어요.

Q. 최근 사회가 종이책보다 전자책으로 시선을 돌리고 있잖아요. 현 상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A. 시인이 되기 전 밖에 나가지도 않고 책만 읽었어요. 종이책은 손에 쉽게 닿는데 전자책은 쉽게 찾아봐지지 않았죠. 아무리 힘들어도 종이책을 출간할 것 같습니다. 시집을 출간하지 않으면 없어지고 말아요. 시간이 지나면 모두 사라져 버리고 말죠. 과거 시와 문화 주간이신 박몽구 시인은 지난 1980년 5.18광주민주화운동이 한창일 때 가족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작품을 모두 아궁이에 태워버렸습니다. 제가 그런 상황을 겪는다면 너무 허탈하고 가슴이 아플 것 같아요. 뛰어난 영상 등 다양한 매체 속에서도 여전히 활자책의 중요성은 강조되고 있죠. 그것을 지켜낼 예정입니다.

Q. 종이책을 지키는 활동이 코로나19로 힘든 문화계에도 힘이 될까요?

A. 시인들은 현 상황을 뚫고 나갈 수 있도록 다리를 놓아주는 사람이에요. 짧은 글을 통해 사람들 생각을 변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죠. 부담스럽고 힘들지라도 해야 됩니다. 옛날부터 우리나라 사람들의 정신이 살아남은 건 글이 있었기 때문이에요. 시, 소설을 통해 민족의 역사성을 보존했죠. 코로나19로 전국적으로 힘든 상황이지만 충분히 이겨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후회 없이 제 역할을 수행할 예정이에요.

Q. 이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구체적으로 하는 활동이 있나요?

A. '평등과 소통을 지향하는 시 전문지 『시와 문화』를 세상에 보내고 있어요. 현재 15년 정도 활동을 이어가고 있죠. 시인, 작가들의 생각을 모아 엮고 있습니다. 시와 문화 필자들은 모두 정신이 살아있어요. 모지가 없어지면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이 사라진다는 생각을 하며 모두 열심히 활동하고 있죠. 최근 출간된 「2020 가을호」에서는 SNS를 통한 무차별적 폭로와 고발을 넘어 우리시가 다시 독자들의 사랑을 받는 길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Q. 추천해주고 싶은 시인, 작가가 있다면?

A. 여수에 살고 있는 김지란 시인을 추천하고 싶어요. 최근 첫 시집 『가막만 여자』을 출간해 자신의 마음을 모두 표현하고 있죠. 첫 시집이 아니면 이런 정서를 표현할 수 없습니다. 김 시인의 시를 읽으면 옛 향수를 느낄 수 있어요. 아름다운 환경 지키기에도 큰 관심을 보이고 있는 김지란 시인의 이야기를 뉴스앤북이 담아줬으면 좋겠습니다.

Q.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A. 충남에 있는 시인, 작가들과 함께 전국 사람들과 교류할 수 있는 장을 만들고 싶어요. 조그만 힘들을 보태고 싶은 마음이죠. 그러기 위해 앞으로도 시를 열심히 쓰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시인 프로필

주선미 시인은 2017년 『시와 문화』로 등단했다.

시집으로는 『안면도 가는 길』, 『일몰, 와온 바다에서』가 있다.

‘시와문화 젊은시인상’을 수상한 바 있으며 2020년도 충남문화재단 문학창작기금을 받았다.

현재 한국작가회의, 물앙금시문학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송영두 기자와 주 시인
송영두 기자와 주 시인

 

송영두 기자 duden12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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