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골라주는 여자] 여혐·호모포비아 등 비난하기 바쁜 요즘, 극복의 실마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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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골라주는 여자] 여혐·호모포비아 등 비난하기 바쁜 요즘, 극복의 실마리는?
  • 강선영 기자
  • 승인 2020.09.20 08: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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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인류는 코로나19로 전 세계적인 팬데믹에 직면해 있다. 생활의 자유가 제한당하고 코앞의 미래가 불투명해진 사람들은 그 어느 때보다 ‘누군가’를 비난하기 바쁘다. 잘못된 행동을 바로잡고 더 나은 대안을 찾아 나서기보다 특정 인물, 교회 집단, 외국인, 성 소수자 등의 주체를 타깃으로 삼아 맹비난한다. 인터넷 세상에서도, 현실 세계에서도 ‘여혐’, ‘남혐’, ‘호모포비아’ 등 차별과 혐오 표현이 넘쳐나고 있다.

저명한 정치철학자인 저자 마사 누스바움(Martha C. Nussbaum)은 이 같은 상황은 역사적으로 자주 반복됐으며 이는 인류의 본성 때문임을 지적한다. 성별, 종교, 국적, 직업, 나이, 장애, 성적 지향 등 다양한 사회적 편 가르기의 근본에는 인간의 내밀한 감정이 배어 있다.

무력하게 태어나 불확실한 인생 앞에 설 수밖에 없는 인간이란 존재가 느끼는 두려움이란 감정이 근원이다. 이 두려움은 타인(기득권 또는 소수 집단)을 향한 혐오, 분노, 비난과 뒤섞여 타자화 전략으로 이어지고 나와 타인의 날 선 경계를 짓게 한다.

그는 신간 ‘타인에 대한 연민’에서 철학, 심리학, 고전을 폭넓게 아우르며 두려움과 두려움을 둘러싼 감정들의 지도를 그려낸다. 동시에 암울한 혐오의 시대를 넘어 한 걸음 나아가기 위해서, 인문학과 예술에서 희망의 실마리를 찾으려 애쓴다.

이 책의 추천사를 쓴 홍성수 교수(숙명여자대학교 법학부 교수, ‘말이 칼이 될 때’ 저자)는 “어느 한 문장 허투루 쓰인 것이 없는 이 책을 읽는 내내 누스바움의 간절함이 느껴졌다”며 “이 미국 노철학자의 간절한 호소가 한국 사회에도 큰 울림을 줬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현시대를 대표하는 지성 마사 누스바움은 꾸준히 ‘정치적 감정’이라는 표현으로 인류 사회에 현미경을 들이대 왔다. 그간의 역작인 ‘혐오와 수치심’, ‘혐오에서 인류애로’의 연장선인 이 책에서는 고대 그리스 로마 시대 철학자들의 사상과 현대 심리학자들의 언어를 빌려 인간의 근본적인 감정인 두려움을 집요하게 파고든다. 미지의 생 앞에서 한없이 불안해진 개인이 어떻게 이를 타인에 대한 배제와 증오로 발산하고, 나아가 사회적 분열을 일으키는지 그 과정을 샅샅이 훑는다. 또 기존의 학자적 시선을 확장해, 이 책을 읽는 이들의 연대를 독려하고 행동하는 지식인으로서의 면모를 드러낸다.

저자는 두려움이 어떻게 시기와 분노라는 유독한 감정들로 번져 가는지, 대중들의 공포심을 자극하는 포퓰리즘 정치가 현대 민주주의를 좀먹는 과정을 냉철하게 진단한다. 이 책에서는 미국의 인종 차별, 동성애 혐오, 무슬림 혐오, 최근 몇 년간 페미니즘 논쟁과 더불어 큰 화두가 된 여성 혐오 등의 사례들이 나열된다. 이는 미국의 이야기지만 극심한 기시감을 준다. 지금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대한민국은 과연, 이와 얼마나 다른 얼굴을 하고 있는가.

저자는 두려움에서 기반한 유독한 감정들을 타인에 대한 존중과 배려로 전환하기를, 나아가 서로를 연민하고 연대하기를 애써 권한다. 타인에 대한 연민, 인류애를 바탕으로 하는 연대를 주장하는 냉철한 학자이면서 휴머니스트인 저자의 차갑고도 뜨거운 시선이 가득하다. 

이에 홍성수 교수는 “다른 저작들에서의 누스바움은 학문적 호기심이 가득한 진중한 철학자였지만, 이 책에서의 그는 어느 시민 광장의 발언대에서 마이크를 들고 대중들에게 ‘여기서 멈춰 서면 안 된다’고 호소하고 있는 실천적 지식인이었다”라고 표현했다.

강선영 기자 ksy@newsnb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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