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변화와 원화 가치 변화가 워낙 헷갈리는 표현이다. 환율이 올랐다는 것은 원화 가치가 하락했다는 뜻이지만, ‘올랐다’는 표현 때문에 원화 가치가 오른 것으로 혼동하는 경우가 많다. 이와 같은 혼동을 피하기 위해서는 머릿속에 꼭 ‘환율=원화와 비교한 외화의 가치’라는 등식을 심어야 한다. 환율상승은 외화 가치 상승, 원화 가치 하락을 뜻한다는 것. 반대로 환율하락은 외화 가치 하락, 원화 가치 상승을 뜻한다. 반드시 꼭 기억하자!"

 

환율하락은 수익성 악화로 이어진다. 예를 들어 환율이 1,000원에서 500원으로 떨어지는 상황에서 삼성전자가 휴대폰 수출 가격을 500달러에서 800달러로 올렸다 하더라도 원화로 환산한 가격은 50만 원(500달러×1,000원)에서 40만 원(800달러×500원)으로 떨어진다. 40만 원이면 딱 원가 수준밖에 안 돼서 이익이 없게 된다. 

환율이 1,000원일 때는 10만 원(50만 원-40만 원)의 이익을 봤는데, 500원으로 떨어지면 이익을 전혀 내지 못하는 것이다. 예전과 같은 이익을 내기 위해서는 휴대폰 가격을 1,000달러로 올려야 한다. 하지만 갑자기 휴대폰 가격을 2배로 올려버리면 누가 사겠는가? 결국 같은 이익이 보장되도록 달러 표시 가격을 올리기는 어렵고 수익성이 악화될 수밖에 없다.

환율하락이 수출기업에게는 수익 약화의 어려움을 주지만 수입기업은 수입품을 늘리고 판매 가격을 낮춰 매출을 더 늘릴 수 있는 기회가 된다. 한국의 많은 기업이 거시경제적으로 환율을 주시하는 것은 이렇듯 환율의 경상수지에 대한 영향력이 절대적이기 때문이다. 잠깐이라도 경상수지 적자가 났다가는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가 망하게 생겼다’며 난리가 난다. 경상수지 흑자는 물가안정, 고용 확대와 더불어 정부의 3대 경제정책 목표 중 하나로 꼽을 수 있다. 수출을 늘리는 과정에서 추가 생산이 유발되면 경제성장과 일자리 증대로 이어진다. 

수출로 번 외화를 해외에 투자하면 국부를 키울 수 있고, 외환 사정이 풍요로워지면서 외환위기를 사전에 방어할 수 있다. 이렇듯 해외 무역 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환율의 오르내림이 기업의 이익은 물론 국민과 국가의 경제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크므로 지금과 같은 경제 불안 속에서는 환율 상황판을 꾸준히 주시해야 할 것이다.

-박유영의 '요즘 환율 쉬운 경제'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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