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에는 어쩔 수 없이 거짓말을 했지만, 이제 더는 거짓을 말하고 싶지 않다. 에밀리를 보고 머릿속에 가장 먼저 든 생각은 그녀와 침대에서 뒹굴고 싶다는 거였다. 난 쓰레기였다. 하지만 그건 운명의 문제이거나 운명의 효과였다. 에밀리를 얻을 자격이 있든 없든 그런 생각으로 인해 우리가 함께 했다는 점만은 분명했다. 내 삶이 엉망진창이 되어 버린다 해도 에밀리의 잘못은 아니다. 이쯤에서 그 사실을 분명히 해 둬야겠다."

 

2019년 가장 창조적인 인물(MOST CREATIVE PEOPLE 2019)에 선정된 작가 니코 워커의 자전적 데뷔 소설. 2020년 하반기 개봉 예정인 루소 형제 감독 · 톰 홀랜드 주연의 동명 영화 '체리'의 원작 소설이다. 

타고난 문학 재능과 신선한 창의력으로 수많은 젊은이의 가슴을 붉게 물들인 전쟁의 어두운 일면을 그리고 있다. 끝도 없고 의미도 없는 전쟁의 실체와 그로 인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마약중독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잔인한 일상과 진실한 사랑 이야기가 출간 전부터 언론의 호평을 받으며 단숨에 전 세계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체리(Cherry)’는 미국에서 전쟁에 처음 투입된 군인을 속되게 이르는 말이다. 작가 니코 워커가 그의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전쟁과 마약중독이 한 젊은이를 어떻게 파멸시키는지 적나라하게 보여 주는 자전적 데뷔 소설이다. 이라크에 파병된 미군의 어두운 민낯을 과장 없이 그려내고,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때문에 헤로인에 찌든 채 파멸해 가는 모습을 진실하게 고백함으로써 작품에 대한 몰입도와 설득력을 더했다.

주인공은 어떤 상황도 어느 누구도 원망하지 않는다. 전쟁에서 겪은 일을 무용담처럼 늘어놓지도 않고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얻고 결국 일그러져 버린 삶을 미화하지도 않는다. 헤로인에 중독되어 은행강도가 된 현실 또한 원망하지 않는다. 자기 혐오에 가까울 정도로 스스로를 쓰레기라 여기며 차츰 파멸해 가는 모습을 솔직히 털어놓음으로써 중독에 대한 강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 영웅 없는 전쟁의 무의미함을 담담하게 폭로한다.

에밀리를 만나고 이라크에 파병되고 헤로인에 중독되어 은행강도가 되기까지 긴 여정을 담았지만 단숨에 읽어 내려갈 것이다. 하지만 그 여운은 오랜 시간 지속될 것이다. 전쟁에 참전하거나 마약에 중독되지 않았지만 지친 일상 속에서 때때로 솟구치는 욕망을 갈구하면서도 이러한 사실을 망각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마지막 페이지를 덮는 순간 분명한 사실을 깨달을 것이다. 우리의 삶을 지탱해 주는 것은 무엇인지, 우리의 삶은 파멸로 이끄는 것은 무언인지.

-니코 워커의 '체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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