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북'은 매주 시집, 소설, 산문 등 신간을 발매한 작가들을 만나 그들이 가진 독특한 창작 세계를 들여다보려고 합니다. 소소하면서 진지한 작가와의 대담 속에서 그들의 눈으로 본 세상을 뉴스앤북이 독자여러분께 전해드립니다. 뉴스앤북과 함께 분야와 지역을 넘어 다양한 책과 사람들을 만나보세요. 

김백겸 시인
김백겸 시인

제10호 태풍 하이선이 다가오고 있는 9월의 어느 날 뉴스앤북이 김백겸 시인을 만났다.

청년 시절부터 백수를 꿈꿔왔다는 그는 현재 삶에 대한 만족감을 드러냈다.

그는 양떼를 치며 수금을 뜯고 시와 노래를 부르던 방랑생활을 즐기며 꿈같은 일상을 이어가고 있다.

현재 세종에서 산책과 독서, 시에만 전념하고 있다는 그의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보자.

Q. 안녕하세요. 인터뷰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먼저 '지질시간'을 출간한 소감 말씀해주세요.

A. 가장 최근 시라고 하는 것은 시인이 근래에 생각한 것들을 담아낸 결정체에요. 그래서 더 애착이 가죠. 이번 시집에는 과학, 신화를 바라본다는 새로운 주제를 담았습니다. 지질시간은 진화론적 관점에서 문명을 해석한 작품이에요. 저로썬 힘들게 썼지만 너무 마음에 들죠. 이 시집에서 시 한편이 남는다면 지질시간이 남을 것 같습니다.

Q. 이번 시집 '지질시간'에 과학, 신화란 주제를 담았는데 책 소개 중 ‘평행세계의 나’를 생각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A. 요새 사회가 양자역학적 세계관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있잖아요. 시인들은 기본적으로 철학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죠. 하지만 철학책을 봐도 해결되지 않는 문제점이 너무 많습니다. 그 문제를 과학이 설명하고 있어요. 철학은 더 깊은 세계관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지만 과학의 지평은 나날이 넓어지고 있죠. 제 생각에는 이미 과학이 철학을 추월했습니다. 철학이 새로운 철학을 만들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고 있어요.

Q. 새로운 철학이 뭐고 어떻게 만들어질 수 있을까요?

A. 옛날에 유클리드기하학 세상에 나와 과학의 지평을 넓혔어요. 그것을 시작으로 뉴턴 역학을 근대 세계관이 만들어지고 아인슈타인 상대성이론이 나왔죠. 양자역학이 나왔는데 그것이 아인슈타인의 세계관을 포섭하며 더 넓어졌습니다. 그러고 나서 양자역학적 철학이론이 정립되지 못했어요. 철학이 생기고 세계가 변하는 것이 아니라 물리적인 세계가 먼저 변한 뒤 사회를 변화 시키는 순서죠. 그 변화를 보고 철학이 정립됩니다.

Q. 철학과 과학이 굉장히 밀접한 관계네요.

A. 당연하죠. 본래 과학과 철학은 뿌리가 하나에요. 그리스 시대의 자연철학자들은 철학과 과학을 하나로 봤습니다. 그래서 세계관이 새로운 사실을 반영하니 철학도 따라왔죠. 하지만 현재 철학이 해체되는 분위기 때문에 미래의 철학이론은 만들어지기 힘들 것 같습니다. 철학적 의문을 개별과학이 다 흡수했기 때문이에요.

Q. 지질시간을 통해 독자들에게 전하려는 메시지는 뭔가요?

A. 시인들은 자기 생각과 감정을 시로 쓰는 사람이에요. 내가 생각하는 생각을 시로써 표현하는 거죠. 1부에서는 과학적 세계관을 많이 넣었고, 2부는 이미지, 3부는 저의 개인사, 4부는 과거의 철학적 세계관을 담아냈습니다. 독자들은 3부를 가장 좋아할 것 같아요.

Q. 왜 독자들이 3부를 가장 좋아할 것 같나요?

A.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내용들이기 때문이죠. 모든 문학의 근본은 스토리에요. 고대 그리스 문화, 신화, 설화는 모두 스토리입니다. 인간의 본능이 그래요. 이야기를 통해서 세상을 이해하려고 하죠. 개인적으로 보면 내 삶 자체가 하나의 이야기입니다. 내가 경험하지 못한 다른 사람, 세상에 대한 궁금증이 있기 때문에 늘 새로운 것을 추구해요. 인간은 자신의 삶을 확대하고자 욕망을 영화, 문학을 통해 욕구를 해결하죠.

Q. 현재 코로나19로 인해 문화적 욕구를 해결할 수 있는 폭이 많이 작아졌어요. 현 상황을 어떻게 바라보나요?

A. 코로나19가 종식되지 않는 한 산업뿐만 아니라 문화적인 부분도 많이 바뀔 것 같아요. 여러 가지 가능성이 있죠. 사람들이 집에만 있다 보면 상대적으로 문화가 혜택을 볼 수 있다 생각합니다. 못 보던 책을 한 권 더 보고 관심을 가지게 되는 거죠.

Q. 문학을 처음 만나고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

A. 제가 충남대학교에 진학한 후 학보사 기자 생활을 시작했어요. 경영학 공부보다 더 열심히 했죠. 편집장이 된 후로는 총학생회 활동이나 단과대학 행사에도 객원기자 자격으로 참가하고 다른 대학의 행사에도 초청받았습니다. 인생에서 처음으로 공적인 관계에 참가하고 활동을 시작했어요. 다소 내성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던 제가 교수, 기자들과 안면을 익하고 스스럼없이 교류하는 기회가 됐죠. 이후 글 쓰는 후배들과 ‘화요문학’을 결성해 같이 시 공부를 했습니다.

Q. .인생에서 매우 큰 변화를 가지고 온 변곡점이 있나요?

A. 지난 1983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3수 끝에 당선되며 시인의 삶을 시작했어요. 시를 인생에 부수적인 일로 생각했고 그 자체가 삶의 중심문제라고 느끼지 않았죠. 그래서 시인으로는 가망이 없다고 생각해 두 번째 시집을 출간한 뒤 40대의 십년 간 시를 멀리했습니다. 지병인 갑상선저하와 부정맥의 혈전으로 인한 뇌경색까지 오는 일이 6개월 사이에 일어나 큰 충격을 받은 적도 있어요. 현재 세종시에서 산책학고 독서하는 정양생활로 들어섰죠.

Q. 지금까지의 활동이 삶에서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A. 인생과 마찬가지로 예술 행위도 시간의 미로 속에 있는 자신의 정체, 혹은 자신이 속하고 있는 세계의 정체를 밝혀 나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지금은 과학자와 예술가들이 종교와 신화 영웅들의 역할을 대신한다고 느끼죠. 영웅들은 세계의 비밀, 중심을 드러내고자 하는 길을 걸어가는 사람들입니다. 영웅들이 가는 초월의 길로 인해 현실의 시간들이 갱신된다고 파악했어요. 작품 활동은 세계의 중심에 대한 지식 혹은 길을 밝히는 작업이죠.

Q. 시를 쓰려는 후배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시나 소설은 자신의 인생 경험을 통해 기억과 환상, 욕망을 표현하는 겁니다. 그러나 이 이야기들은 .선배들이 경험으로 쌓아올려온 문학적 표현과 콘텐츠의 형식을 빌리지 않고는 훌륭하게 쓸 수 없어요. 작가가 되려는 자에게는 책과 고전뿐 아니라 현재의 지식과 과제, 자본, 사회경제, 양자물리학적인 세계관들 등 무한하게 많은 주제들이 있죠. 그런데 책을 잘 읽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닙니다. 주위에 작가를 목표로 하는 사람들이 글자 문맹은 아니지만 지식 문맹이 많은 것을 봤어요. 작가의 역량은 결국 독서량에서 승패가 갈리죠.

Q. 추천해주고 싶은 시인, 작가가 있나요?

A. 세종에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 이은봉 시인을 추천하고 싶어요. 현재 대전문학관장을 맡고 있죠. 곧 평론집을 출간하는 이 시인의 이야기를 뉴스앤북이 담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Q. 앞으로의 작품 활동 계획이 있나요?

A. 은퇴 후 시에 투자할 수 있는 시간이 많아졌어요. 앞으로 두 권정도의 시집을 더 출간할 예정입니다.

Q.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나요?

A. 처음엔 시를 ‘여기’로 시작했어요. 생업은 따로 있었지만 글은 취미로 즐겼죠. 하지만 삶에서 본업보다 문학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지기 시작했습니다. 은퇴 후 100% 문학에 전념하는 시간이 와서 너무 좋아요. 생을 마감하기 전 사람들 기억에 남는 작품을 남기고 싶은 마음이죠. 앞으로 제 활동을 지켜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 시인 프로필

김백겸 시인은 대전에서 태어났고, 1983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기상예보'가 당선되어 한국문단에 등단했다.

시집으로는 '지질시간', '비를 주제로 한 서정별곡', '가슴에 앉힌 山 하나', '북소리', '비밀방', '비밀정원', '기호의 고고학', '거울아 거울아', '지질 시간'이 있고, 시론집으로는 '시적 환상과 표현의 불꽃에 갇힌 시와 시인들', '시를 읽는 천개의 스펙트럼', '시(poesie)의 '시뮬라크르'와 실재實在라는 광원光源' 등을 썼다.

계간 시와표현및 웹진 시인광장의 주간을 맡아 현장 문단에 봉사한 경력이 있다.

김백겸 시인의 문학비평(시론)인 '시(poesie)' '시뮬라크르'와 실재實在라는 광원光源]은 그가 ‘신화적 상상력’의 소유자이듯이, 다양한 신화와 종교와 주역과 역사철학과 정신분석학을 통하여 자본주의 사회와 현대문명사회의 본질을 파헤쳐 나가게 된다.

돈이 전지전능한 신이 되고, 그 모든 것이 디지털화 되어가는 현대문명사회에서, 그는 ‘시란 무엇인가’라는 주제를 통해서, 우리 인간들의 ‘마음의 병’을 치료하고, 궁극적으로는 철학적인 의사로서 우리 인간들의 구원할 수 있는 지혜를 제시해 보기도 한다.

송영두 기자와 김 시인
송영두 기자와 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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