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정 국민대 시각디자인학과
이세정 국민대 시각디자인학과

이 책의 마지막 문장까지 읽는 것을 끝내고는 생각했다. 추리소설을 빙자한 가족애 소설. 추리와 가족애 두 단어 사이에는 어떠한 접점이 보이지 않아 보인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이 두 관계를 적절하게 잘 녹여 내었다.

시작은 아오야기 다케아키의 죽음으로부터 비롯된다. 그의 지갑을 들고 있던 유력한 용의자 후유키는 경찰의 심문을 피해 도망치다 교통사고를 당하고 끝내 사망하게 된다. 여기서 의문인 것은 다케아키가 칼에 맞은 상태에서 범행 장소를 지나 니혼바시 다리 위 기린 동상 앞까지 걸어가 죽었다는 점.. 가가와 마쓰미야 형사는 이 미스터리한 사건의 진실을 파헤쳐 나간다. 추리의 과정 속에서 후유키의 알리바이가 뒤늦게 알려지면서 그가 범인이 아니라는 것이 밝혀진다. 반전으로 이 끔찍한 사건은 다케아키의 아들 아오야기 유토의 지난 행동과 관련이 있음을 알아낸다.

기린의 날개
기린의 날개

 

여기까지 봤을 때 아들과 나머지 유가족은 경찰의 수사 과정에서 아버지에 대해 아는 것이 없고 그들이 내뱉는 말 하나하나가 의심쩍다. 때문에 독자에게 아버지와 유가족의 관계는 미지근함을 넘어 그들이 한 가족이라는 것에 의문이 느껴질 정도일 것이다.

풀릴 듯 풀리지 않고 엉켜있는 사건에 대해 골머리를 앓을 때 즈음 두 형사는 복잡하게 얽힌 퍼즐을 하나씩 제자리에 맞춰 나가면서 사건의 수사 범위를 좁혀간다. 처음에 가졌던 유토의 행동과 태도에 대한 의심은 책을 한 장 한 장 넘겨가면서 확신으로 바뀐다. 결국 지난날 유토와 그의 친구들이 저지른 악행을 다케아키가 알게 되고 그러한 소행의 대가를 그가 대신 짊어져 왔음을 밝혀냄으로써 추리의 막을 내린다. 결국 모든 사실을 알고 있는 다케아키를 유토의 친구가 은폐를 위해 살인을 저질렀던 것이다.

죽기 직전까지 니혼바시 다리 위 기린 동상으로 다케아키가 몸을 옮긴 이유는 곧 아들에 대한 메시지를 전하기 위함이었다. 기린은 중국 전설에 나오는 상상 속 동물로 니혼바시 다리의 기린 동상에 날개를 달아 ‘전국을 향해 날갯짓을 한다.’는 의미를 부여했다고 한다. 즉 아버지는 아들에게 지난날의 아픔을 극복하여 힘차게 날아오르길 원했던 것이다.

아들의 잘못을 인식하고 그에 대한 대가를 대신해서 채워준, 아들을 향해 온몸으로 마지막 메시지를 남긴 아버지 다케아키를 통해 작가는 독자에게 어려움을 극복하고 언젠간 날개를 펴고 날 수 있기를 희망함을 전하고 싶은 것이 아니었을까.

저작권자 © 뉴스앤북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