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회 친일반민족행위자 명단에 오른 친일 시인 김해강의 '단죄비'가 전북 전주 덕진공원에 세워졌다.

민족문제연구소 전북지부와 광복회 전북지부는 제110주년 경술국치일을 맞아 29일 단죄비 제막식을 열었다.

단죄 비는 김해강 시비(詩碑) 바로 옆에 세워졌다.

김해강은 '전북 도민의 노래', '전주 시민의 노래'를 작사하는 등 오랫동안 지역에서 존경받는 문인으로 평가돼 왔으나, 일본 자살특공대를 칭송한 '돌아오지 않는 아홉 장사' 등의 시를 비롯한 친일 작품을 쓴 것으로 드러났다.

단죄비에는 '천황을 위해 죽는 것보다 더 위대하고 아름다운 죽음이 어디 있느냐고 부르짖던 김해강이여!', '그대의 글은 생명의 외경(畏敬)을 노래한 시가 아니라 죽음을 부추긴 사악한 선동문이었다!' 등의 글귀가 새겨졌다.

전주시는 지난 3월 조례 개정을 통해 그가 쓴 ‘전주시민의 노래’를 폐지했으며, 광복회는 친일반민족행위자 명단에 김해강 시인의 이름을 올려놓았다.

시와 함께 김해강 단죄비 설립사업을 추진해 온 김재호 민족문제연구소 전북지부장은 “앞으로도 후손들에게 부끄럽고 치욕적인 역사를 널리 알리는데 앞장서겠다”면서 “이는 수치스러운 역사가 더는 반복되지 않는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시는 또 토지·임야대장 등 공적장부에 존재하는 일본식 이름의 공부를 정비하는 '공적장부 일본이름 지우기'도 추진한다.

이는 공적장부에 일본식 이름으로 남아 있는 일본인, 일본기업, 창씨개명자의 귀속재산을 찾아내 국유화하는 게 핵심이다. 시는 내달까지 제적등본과 등기부등본, 토지대장 등 총 250건에 대한 조사작업에 들어갈 계획이다.

시는 창씨개명 기록이 있는 공부의 실제 토지 존재유무를 파악한 뒤 △공부정비 △창씨개명 정리 △공공재산에 해당하는 필지 등으로 분류해 조달청에 통보키로 했다.

일본식 이름으로 등재된 재산은 창씨개명 이전의 성명을 확인할 수 있는 경우 공부를 정리하고, 이외에는 조달청을 통해 단계적으로 국유화 처리키로 했다.

앞서 시는 일제가 남긴 치욕스러웠던 역사를 잊지 않고, 잔재를 청산하기 위해 지난 3월, 조례 개정을 통해 김해강이 쓴 '전주시민의 노래'를 폐지했다. 지난해 일본 미쓰비시 창업자의 아들이 자신의 아버지의 호인 '동산'을 따 지은 전주시 덕진구 동산동의 명칭을 '여의동'으로 변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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