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북'은 매주 시집, 소설, 산문 등 신간을 발매한 작가들을 만나 그들이 가진 독특한 창작 세계를 들여다보려고 합니다. 소소하면서 진지한 작가와의 대담 속에서 그들의 눈으로 본 세상을 뉴스앤북이 독자여러분께 전해드립니다. 뉴스앤북과 함께 분야와 지역을 넘어 다양한 책과 사람들을 만나보세요. 

성배순 시인
성배순 시인

태양이 내리쬐는 무더운 8월의 어느 날 뉴스앤북이 성배순 시인을 만났다.

성 시인은 한국독서교육문화연구소장을 지내며 동시에 작품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그는 “세종의 토박이로서 세종시가 생기는 과정을 줄곧 봐왔던 사람”이라며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로 자신을 소개했다.

고향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남달랐던 그는 정신없이 세종에 대한 이야기부터 꺼냈다.

Q. 세종에 대한 소개를 간단하게 해주세요.

A. 세종의 옛 이름은 충남 연기군입니다. 세종 토박이로서 연기군에서 행정중심복합도시로 변화하는 과정을 지근거리에서 지켜봤죠. 산이 하나하나 없어지고, 건물이 올라서는 모습을 직접 봐 감회가 남달라요. 그런데 사람들이 세종 지역에는 역사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전 세종시의 역사, 문화 등을 계속해서 조명하고 있어요. 땅은 그대로인데 지역명만 바뀌었을 뿐이죠. 세종이란 곳을 많은 사람들이 알아줬으면 좋겠어요.

Q. 세종을 알리기 위해 어떤 활동을 하고 있나요?

A. 이은봉 시인 등 세종의 여러 문인들과 함께 시 전문 무크지(부정기간행물) ‘세종시마루’를 창간해 지역을 알리고 있습니다. 세종시마루는 세종마루시낭독회가 땀 흘려 만든 결과물이죠. 지난 2017년부터 세종·대전·충남·충북지역 시인을 중심으로 회원들이 창작한 시를 발표했습니다. 그동안 발표된 작품을 세종시마루를 통해 묶어냈어요. 평론, 르포, 다큐멘터리 등 다양한 읽을거리를 통해 세종을 조명했죠.

Q. 세종마루시낭독회는 어떻게 모이게 됐나요?

A. 세종지역 작가들을 위해 작품 발표 기회를 마련하자는 취지에서 모이게 됐어요. 세종 문인들의 신작을 발표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기 위해 머리를 모았죠. 지금은 타 지역 시인들도 많이 참가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세종마루는 항상 열려있어요. 많은 관심과 참여가 이어졌으면 좋겠습니다.

Q. 그럼 가장 최근 펴낸 그림책 『세종호수공원』에는 어떤 이야기를 담았나요?

A. ‘세종호수공원’은 제 시를 온전히 그림책으로 옮긴 작품이에요. 책에서 나오는 탐은 욕심이 많은 동물이죠. 하늘의 해와 달, 산과 바다를 먹어치웠지만 탐의 허기는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어느 날 문득 자신의 모습이 궁금해진 탐은 자신의 모습이 비친 호수를 보려했어요. 하지만 호수의 물까지 다 먹어치운 탓에 탐은 자신의 모습을 볼 수 없었죠. 탐은 어느 순간 목구멍을 간질이는 씨를 뱉자 싹이 돋았고 오묘한 기분을 느꼈습니다. 그래서 탐은 그동안 먹은 것을 하나하나씩 뱉어내기 시작했어요. 해, 달, 구름, 바람이 쏟아져 나오면서 세상은 밝아지기 시작했고 평화가 찾아왔죠. 탐은 그동안 뺏었던 사람들의 꿈도 모두 돌려줬습니다. 잃어버린 꿈을 찾으러 사람들이 몰려오면서 세상의 마루 호수는 매일같이 사람들로 북적이게 된다는 내용이에요. 세종이 세상의 마루가 되길 바라는 마음을 살짝 넣었죠.

Q. 그림책, 시집 등을 펴내고 있는데 힘들진 않으세요?

A. 시, 그림, 동화를 하나로 묶어 문학으로 봅니다. 문학을 발전시키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죠. 하지만 여전히 작품을 많이 내놓지 못해요. 그래서 작품 활동에 시간을 많이 투자합니다. 5~6년에 한 권씩 꼴로 책을 펴냈죠. 하지만 최근엔 작품을 오래 붙잡고 있다고 해서 좋은 작품이 나오지는 않는다고 생각해요. 잘 쓴 글이란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지만 누가 봐도 읽기 편한 글을 쓰고 싶습니다.

Q. 문학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A. 초등학교 3학년 때 친언니가 저에게 한국문학전집을 선물해줬습니다. 전집에는 아동문학, 시, 소설이 가득 있었죠. 많은 작품 중 방학숙제로 한하운 시인의 ‘보리피리’를 베끼게 됐는데 상을 받게 됐어요. 너무 당황스러웠지만 그 계기로 ‘글 잘 쓰는 애’란 별명을 얻게 됐죠. 그래서 각종 대회에 대표로 나가게 됐습니다. 당시 상을 받으니까 ‘제가 시를 잘 쓰나?’란 생각을 혼자 했어요. 그래서 자신감이 생겼고 어떠한 주제가 나와도 시를 쓰는데 걱정이 안됐죠. 그 때부터 지금까지 계속 글을 쓰고 있습니다.

Q. 당시에 기억에 남는 일이 많겠어요.

A. 대회에 나가면 다 수필을 쓰지 시를 쓴 사람은 저밖에 없었어요. 그래서 제 작품이 유독 주목을 받았고 심사위원 사이에서 논쟁이 벌어졌습니다. 다른 사람이 대신 써줬다는 의심을 받게 됐죠. 그러다 심사위원 중에 저를 아는 분이 “원래 이 아이는 시를 즐겨 쓴다.”고 말해줬지만 소용없었어요. 결국 저는 2등을 했고 당시 너무 속상했던 기억이 남습니다.

Q. 지금 글을 쓸 때와 옛날, 어떤 부분이 가장 많이 바뀌었나요?

A. 요즘 사람들은 짧은 글을 선호해요. 젊은이들이 SNS시를 통해 위로를 받고 있죠. SNS 상에서 유행하고 있는 시는 ‘시가 죽었다’고 하는 시점에서 큰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현재 한국의 문단 제도가 특별한 과정과 형식을 거쳐야 시인이란 직함을 받잖아요. 그런데 온라인상에서는 누구나 시인, 작가가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대중성과 작품성 사이에서 큰 괴리감이 들 때가 있죠. 두 개를 모두 챙길 순 없다고 생각해요. 2030 세대는 쉽고 공감할 수 있는 글을 원합니다. 그래서 ‘약을 먹이려면 쓴 약을 달콤한 설탕으로 덮는데 단맛에 익숙해진 젊은 사람들이 쓴 맛은 먹을까?’란 생각을 항상 하죠. 쉬운 글에 익숙하다 보면 시를 잊을 수 있겠다는 우려입니다.

Q. 이런 사회적 분위기가 출판계에도 영향을 끼칠까요?

A. 고대의 그림은 자연이나 대상을 똑같이 흉내 냈습니다. 조금이라도 달라지면 사기꾼으로 전락했어요. 그런데 시대가 변하고 그림 자체를 왜곡해 사실과 다르게 그리죠. 미화하거나 자신의 메시지를 숨겨서 전하는 것처럼 형태가 바뀝니다. 시도 예전에는 계몽과 관련된 이야기가 많았지만 지금은 개인의 정서를 담는 분위기로 치우쳤어요. 시도 점점 분위기가 바뀌고 있죠. 분명히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습니다.

Q. 조금 더 자세히 얘기해주실 수 있나요?

A. 소설도 스낵 컬처 시대에 맞춰서 변화되고 있어요.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짧은 시간 동안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문화 콘텐츠를 추구하기 때문에 점점 짧아지고 있죠. 좁은 공간 안에 기승전결을 모두 담아야하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또 요즘엔 유튜브 등 시각적인 부분에 노출되어 있어서 계속해서 다른 화면을 요구해요. 잠시라도 생각할 틈을 안주죠. 종이책은 읽다가도 앞으로 다시 돌아와서 읽을 수 있는데 새로 바뀐 소설은 그게 안돼요.

Q. 생각할 틈이요?

A. 지금 시대에는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예전에는 책을 읽을 때 사색을 했는데 지금은 그 단어조차 낯설어졌죠. 독서 못지않게 사색이 필요했지만 지금은 아예 사라져버렸다고 느낍니다. 젊은 사람들은 발전한 영상매체에 너무 몰입해서 생각할 시간이 많이 부족한 것 같아요.

요즘 코로나19로 인해 사람들이 밖이 아닌 안에 있단 말이에요. 외부가 잠잠해지면 탐구할 대상이 자기 자신밖에 없죠. 사람들이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면 새로운 문학의 장르가 탄생한다는 생각을 합니다. 새로운 문화를 받아들인다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인데 벌써부터 걱정되죠.

Q. 앞으로 작품 활동 계획을 어떻게 준비하고 계신가요?

A. 제가 먼저 지역을 알아야 한다는 생각에 세종의 역사, 인물, 설화를 시로 만들 계획이에요. 이곳의 이야기를 어떤 형태로든 작품화해야 된다는 마음이죠. 시간이지나 그 결과물이 뮤지컬, 연극 등으로 새롭게 탄생할 수 있어요.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놓고 다음 작품을 준비할 예정입니다. 하지만 ‘대중들이 찾지 않는 시를 써야하나‘라는 고민에 빠졌어요. 제가 써왔던 시의 관습이 있기 때문에 걱정입니다. 가족들은 대중들이 읽는 시를 쓰라고 권유하지만 너무 어려운 결정이에요.

Q. 추천해주고 싶은 시인, 작가가 있나요?

A. 등단한지 30년 지났지만 20년 만에 시집을 발표한 사람이 있어요. 진영대 시인이죠. 자신의 시를 아끼고 함부로 발표하지 않습니다. 시에 담긴 사연도 굉장히 깊고 진중한 사람이에요. 진 시인의 이야기를 뉴스앤북이 담아줬으면 좋겠습니다.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김소월의 시 같은 경우 백년이 넘어도 사랑받고 있잖아요. 하지만 그것을 뛰어넘으려고 시도한 장르는 모두 사라지고 없죠. 어느 시대든지 유행은 있었습니다. 한 때 사랑받았던 글, 그림이 있지만 지금은 바람처럼 사라졌어요. 유행은 흘러가요. 시대의 분위기는 계속 바뀌고 그것에 맞춰 살아야죠. 대중들이 관심을 가지지 않으면 없어져버립니다. 그러기 위해선 새로운 문화를 배척하지 않고 받아들이는 마음이 중요해요. ‘아니다’라고 결론짓기 보다는 그들이 새로운 것에 직접 참여해 수준을 격상시키는 거죠. 현 상황이 불만이라면 멀리서 보지 않고 다가와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문제점이 생기겠지만 그 과정을 통해 발전해 나가는 거라고 생각해요.

◆ 시인 프로필

2004년 경인일보 신춘문예, 계간 ‘시로 여는 세상‘ 신인상을 통해 등단한 성배순 시인은 시집으로『세상의 마루』, 『어미의 붉은 꽃잎을 찢고』, 『아무르 호랑이를 찾아서』, 그림책 『세종호수공원』, 시비집 『세종·충남 詩香을 찾아서』 등이 있다.

송영두 기자와 성 시인
송영두 기자와 성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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