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터뷰] '귀를 꽃이라 부르는 저녁' 권덕하 시인을 만나다
상태바
[북터뷰] '귀를 꽃이라 부르는 저녁' 권덕하 시인을 만나다
  • 송영두 기자
  • 승인 2020.08.16 13:5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뉴스앤북'은 매주 시집, 소설, 산문 등 신간을 발매한 작가들을 만나 그들이 가진 독특한 창작 세계를 들여다보려고 합니다. 소소하면서 진지한 작가와의 대담 속에서 그들의 눈으로 본 세상을 뉴스앤북이 독자여러분께 전해드립니다. 뉴스앤북과 함께 분야와 지역을 넘어 다양한 책과 사람들을 만나보세요. 

권덕하 시인
권덕하 시인

쏟아지던 비가 그치고 숨어있던 맑은 하늘이 드러난 8월 뉴스앤북이 권덕하 시인을 만났다.

권 시인은 고요한 공간을 울리는 중후한 목소리로 시의 이야기를 때론 담담하게, 때론 신명나게 풀어갔다.

그는 타인의 말에도 오랫동안 귀 기울일 줄 아는 넉넉한 인정을 가진 사람이다.

생명의 존재들에 귀를 기울인다는 그의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보자.

권덕하 시인의 시집 '귀를 꽃이라 부르는 저녁'
권덕하 시인의 시집 '귀를 꽃이라 부르는 저녁'

Q. '귀를 꽃이라 부르는 저녁' 출간 축하드려요. 이 책을 펴내신 소감이 있나요?

A. 『귀를 꽃이라 부르는 저녁』이 제 세 번째 시집인데 이 책을 출간할 수 있어 매우 기쁜 마음입니다. 책을 출판하기 위해 준비하는 동안 출판사 쪽에서도 배려를 많이 해줘서 모든 일이 순조롭게 잘 풀렸죠. 덕분에 만족스럽게 책이 나왔어요.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출간이 조금 늦어진 부분이에요.

Q. 책을 출간하신 후 가장 만족스러운 부분이 있다면?

A. 시집 제목부터 책 표지 디자인까지 모두 마음에 들어요. 출판사와 대화를 통해 책을 만들어가는 과정조차 즐거웠죠. 시를 창작한다는 게 시간을 두고 하지 않으면 완벽한 작품을 만들 수 없잖아요. 그 시간 속에서 문장을 가다듬는 과정도 순조롭게 잘 풀렸습니다. 마냥 행복한 기분이죠.

Q. 이 시집을 통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있나요?

A. 요즘 사회가 시각적인 이미지에 많이 빠져 있잖아요. 유튜브 영상을 통해 정보를 주고받고 다양한 볼거리가 제공됩니다. 이런 세상 속에서 사람들이 청각, 소리의 세계에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는 마음에 시집을 펴냈죠. 우리 신체의 오감 중에서 청각에 대한 관심이 많이 떨어진다고 생각했어요. 미적인 부분에서도 듣는다는 것이 많이 소외됐죠. 귀는 굉장히 중립적인 위치인데 이 작품을 통해 ‘귀도 굉장한 즐거움을 줄 수 있고 중요하게 여겨 달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습니다.

Q. 귀가 중립적이라구요?

A. 눈은 감으면 안보이고, 입은 닫으면 되잖아요. 귀는 듣고 싶지 않아도 들어야 합니다. 귀는 손바닥으로 막아도 결국 열려있어요. 그래서 청각에 가장 주목하게 됐죠. 신체기관 중에서 가장 식물성에 접근하는 게 귀에요. 꽃과 귀는 가깝다고 생각했죠. 나이가 들며 귀가 어두워져 귀의 중요함을 더욱 깨닫고 있습니다.

Q. 시집에 수록된 작품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시가 있다면?

A. 저는 귀의 실존을 세 가지 경우로 나눠 표현한 ‘귀꽃’이 가장 생각나요.

내 눈길 닿지 않는 곳에서 피어/마음 모서리 품고 있다/들리지 않는 몸 그늘에 물드는 꽃//다른 꽃을 등에 얹어도 속 좋게 웃지만/부끄러울 때 가장 먼저 붉어지는 꽃//외면할 때는 외려 상대와 마주하다 불현 듯 먹먹해지는 빈집 같은 꽃 (중략) 거울 속 아니면 보이지 않으면서/한 번도 눈앞에 나타나지 않으면서/잠들어도 깨어서 머리맡 지키다//숨이 멎고 마음 떠나도/오래 머뭇거리다/요연한 이별 한 번 못한 채/몸에서 가장 늦게 지는 꽃(귀를 꽃이라 부르는 저녁 中 귀꽃1)

제 귀를 귀꽃이라 생각하고 표현했습니다. 귀는 잠들어도 항상 파수꾼처럼 깨어있죠. 사람이 생을 마감할 때도 귀는 가장 늦게 죽는다고 해요. 그래서 항상 말을 조심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귀를 꽃이라고 생각하면 상대방 말도 잘 들리고 화도 안내게 돼요. 그 생각을 가지고 시끄러운 소리도 잘 들어보면 재미있는 부분이 있죠.

Q. 시를 쓰시게 된 계기는 뭔가요?

A. 중학생 때 문예반에 갔더니 선생님이 한하운 시인의 시를 읽어줬어요. 그 시인은 몸이 아픈 환자였고, 자신의 처지를 시에 담아냈는데 충격을 받았죠. 큰 병을 가지고 있어도 훌륭한 글을 쓴 한 시인의 작품을 보고 시에 관심이 생기게 됐습니다. 시간이 지나서 고등학교 때부터 본격적으로 시를 썼어요. 당시 김수영 시인의 책을 우연히 접했는데 ‘풀’이란 시를 보고 감전된 듯 짜릿한 느낌을 받았죠. 그래서 서점에서 김 시인의 모든 시집을 찾아서 읽게 됐어요. 하지만 너무 어려워서 이해는 잘 안됐습니다.

Q. 평소 국어과목을 좋아하셨는데 왜 국어국문학과에 진학하지 않았죠?

A. 앞서 말한 김수영 시인의 영향을 받았습니다. 김 시인의 산문집을 읽다보면 영어를 잘해서 외국의 소설, 저널을 읽는다고 나와요. 그래서 ‘영어를 잘하면 좋은 게 많다‘라고 생각해 영어를 공부하게 됐죠. 하지만 그 과정에서 좋은 부분도 많지만 문제도 있었습니다. 영어를 공부하면 유학을 가야 된다는 생각을 했어요. 언어를 공부한다는 게 그들의 삶을 이해해야 완성된다고 느꼈죠. 그런데 형편이 안 되서 혼자 공부했고 그 순간이 굉장히 힘들었습니다.

Q. 삶에서 시와 굉장히 필연적인 부분이 많은 것 같은데 시는 삶에서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A. 언어는 정말이라고 생각해요. ‘정이든 말’이란 뜻이죠. 사람들이 말로 소통할 때 창의적인 방식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비유, 은유를 써서 이야기를 하고 상대방이 뜻을 확장시켜서 공감의 폭을 깊게 만들죠. 이게 예술의 소통방식이에요. 소통할 때는 직접적으로 대화를 통하지만 예술을 통해 공감을 나누면 더 큰 기쁨이죠. 독자들이 시집을 읽고 ‘이 부분이 참 좋았습니다.’라고 말해주면 더없이 행복한 마음입니다.

Q. 평소 시가 다가오는 시점이 있나요?

A. 적절한 생각들이 많이 떠오를 때 시가 써져요. 사리판단이 적절해서 기분이 좋아질 때 글이 잘 써질 때가 있죠. 예를 들어 내가 상대방이 싫어서 외면하고 보니까 마음 한쪽이 먹먹해지는데 귀는 상대방을 향하고 있습니다. 사람은 외면한다고 해서 끝나는 게 아니라 화해할 수 있는 여지가 있어요. 그런 인간의 모습은 적절하다고 느끼죠. 하지만 자신의 감정에 오롯이 빠져있을 때 부적절한 생각이 많이 납니다. 그럴 때는 시가 안 와요. 또 ‘시를 통해 유명해지고 싶다‘라는 맘을 가지면 글이 안 써져요. 결과적으로 특별한 목적성 없이 시를 쓸 때 시가 생긴다고 생각해요.

Q. 시를 쓸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있다면?

A. 글을 어렵게 쓰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것을 넘어가면 또 다른 경지가 있는데 바로 대중성이죠. 1차적으로 사물을 바라보는 의식에 머무르면 안 됩니다. 많은 대중들은 편하게 표현해주길 바라죠. 이질적이고 나쁘면 사람들이 꺼려해요. 심지어 ‘시인이 그렇게 잘났어?’라는 지적 위화감까지 느끼게 됩니다. 원인과 결과를 생각하고 다른 사물과 연관을 짓는 단계까지 나아가면 우리 삶은 조금 더 풍요로워 질 수 있다고 생각해요. 시를 찾아서 읽다보면 시집이 가지고 있는 세계가 열리죠.

Q. 글을 쓰지 않을 때 어떻게 시간을 보내세요?

A. 최근 지인들이 권해서 혼자 시 낭송을 시작했어요. 아직 습관은 안됐지만 다른 시인들의 작품을 낭송해보니까 눈으로 보는 것과 많이 다르다고 느꼈죠. 그렇게 하면 이해도 잘되고 시인들이 전하려는 목소리가 잘 들립니다.

Q. 앞으로의 작품 활동 계획 말씀해주세요.

A. 독자들에게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고 싶습니다. 독자들이 앞서 출간한 시집들에 대해 모두 어렵다고 표현했어요. 다음 시집은 대중적인 소재나 표현들을 담을 예정이죠. 시가 읽히지 않으면 소용없잖아요. 어려운 단어를 써서 의문이 떠오르면 곤란하다고 생각합니다.

Q. 추천해주고 싶은 시인, 작가가 있다면?

A. 저는 김백겸 시인을 추천하고 싶어요. 시단 선배인데 며칠 뒤 시집을 발간하죠. 다양한 위치에서 봉사하며 열심히 글을 쓰고 있는 사람입니다. 뉴스앤북이 김 시인의 이야기를 담아주셨으면 좋겠어요.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이 있나요?

A. 많은 독자들이 시를 가까이 했으면 좋겠어요. 시는 언어의 경제를 실천하는 가장 좋은 장르죠. 소설은 긴 이야기를 읽어야 하잖아요. 시는 어디든지 펼쳐서 한 구절로 시집 한 권을 다 읽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처음에는 어렵게 느껴져도 그 단계를 넘어섰으면 좋겠어요. 그러면 새로운 세상을 경험할 수 있죠. 앞으로 사람들이 시집을 많이 읽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작가 프로필

권덕하 시인은 대전에서 출생했다.

지난 1994년 '두고두고 살아나는 꽃'에 시를, 2002년 '작가마당'에 문학평론을 발표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그의 작품으로는 시집 '생강 발가락', '오래'와 문학평론집 '문학의 이름', 문학연구서 '콘라드와 바흐찐' 등이 있다.

송영두 기자와 권 시인
송영두 기자와 권 시인

 

송영두 기자 duden1212@naver.com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