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덕하 시인의 신간 '귀를 꽃이라 부르는 저녁'이 출간됐다.

시를 쓰는 일은 “자기의 독단을 줄이고 남이 되어 보려는 노력”이다.

시인은 ‘귀꽃’이라는 상징을 통해 세상을 다시 바라보고, 관습적 인식에서 벗어나려고 한다. ‘귀꽃’은 석등이나 석탑 등에 새긴 꽃 모양을 뜻하는데, 권덕하 시인은 그 귀꽃이 우리 몸에도 깃들어 있다고 여긴다. 

석탑의 귀꽃처럼 시인의 몸속 ‘귀꽃’ 역시 수많은 사물, 풍경, 사람들의 사연과 속울음을 듣고 슬픔과 고통을 함께 느낌으로써 우리가 잃고 사는 사회적 삶의 원형을 되찾아 간다.

“외로움에 사무친 몸 기울어져/기가 막히면 가장 먼저 우는 꽃”이요, “오래 머뭇거리다/요연한 이별 한 번 못한 채/몸에서 가장 늦게 지는 꽃”(「귀꽃1」)이라는 구절에서 보듯, 시인은 이 시집을 통해 가장 먼저 울고, 가장 늦게까지 견디는 필경사(筆耕士)로서의 역할을 다한다.

그의 시에는 ‘귀꽃’으로 담아낸 뭇 생명에 대한 공평한 헌사가 깃들어 있다.

김현정 문학평론가는 권 시인의 시집에 대해 "시인은 ‘귀’를 ‘꽃’이라 부르고 시집 이름으로 삼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마음속으로 ‘귀꽃아’라고 가만히 부르면 귀꽃이 새겨진 돌탑처럼 격정을 다스릴 수 있다는 것을 시인은 알고 있는 것이다. 이 비법을 쓸 때 온몸에 생동하는 힘과 차분한 활기를 주목하고 시인은 귀꽃의 실존을 시로 나누어 표현한다. 온갖 현란한 시각적 형상들이 난무하는 세상에서 또한 시인은 남의 말에 오랫동안 귀 기울일 줄 아는 넉넉한 몸가짐을 통해 경청하는 힘의 사회적 가치를 드러낸다"고 덧붙였다.

또한 "‘마음 모서리 품고’, ‘몸 그늘에 물드는 꽃’은 사람들의 소원과 속 울음소리를 고이 들으며 깊이 공감하고, 다 ‘잠들어도 깨어서 머리맡 지키’는 꽃은 사연 많은 삶의 애환에 밤새 ‘뒤척인다.’ ‘부끄러울 때 가장 먼저’ 붉어지고, ‘기가 막히면 가장 먼저’ 울지만, 우리 ‘몸에서 가장 늦게 지는’ 귀꽃의 생애를 통해 시인은 이 땅의 소외된 현실과 애통한 역사적 상흔을 어루만진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이 시집에 실린 시를 읽을 때마다 절차탁마하는 시인의 태도를 느끼게 되는 것은 시 한 편 한 편이 정성을 다한 결과이기 때문이리라. 시집을 마주할 때마다 ‘먼 길 다녀와 벗어놓은 양말 한 켤레’처럼, ‘눕지 못하고 서서 잠든 말’로 살아가는 시인을 만난다. 귀꽃으로 새겨들은 뭇 존재의 표현과 참뜻이 다른 이들의 가슴에 고이 전해지기를 간절히 바라며 詩作에 매진하는 모습이 떠오르는 것이다"라고 전했다.

권덕하 시인이 세상을 향해 열어 놓은 ‘귀꽃’은 뭇 생명을 향한 경외라 해도 좋을 것이다. 

자본주의가 팽배해 있는 이 시대에도 소통과 상생, 배려와 나눔의 살이를 몸으로 체득한 생명들이 얼마나 많은지, 그들이 가진 지혜로움이야말로 얼마나 빛나는 ‘시’인지 시인은 주목한다.

시인은 두루 보살피고 두루 함께 살아가는 생명의 존재들에 귀를 기울여 “시장 너머에 있는 세상”을 보여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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