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의 속박에서 완전히 벗어나는 것은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최소한 덜 속는 것만으로도 삶과 생각이 더 자유로워지는 방향으로 첫 발걸음을 뗄 수 있다. 일보를 내디뎠다면 생각이 엉뚱하게 나아가지 않도록 일정한 한도 내에서는 제어하는 일이 가능하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는 생각은 터무니없는 오만이다. 특정한 사람만이 아니라 자신과 관계를 맺는 모든 사람에 대한 편견이 생긴다. 스스로 편견을 만들어낼 뿐만 아니라 한번 생긴 편견을 확대 해석한다.”

 

일상어에 대한 우리의 신뢰는 절대적이다. 하지만 무심코 내뱉고 으레 쓰는 말에는 잘못된 오류가 넘치며, 결론적으로 말은 공평하지 않다. 거기에는 단순한 언어적 오류뿐만 아니라 정치적, 사회적으로 학습되어 온 관념이 내포되어 있다. 과거나 현재나 말을 만들고 유포하는 주도권은 항상 사회 강자에게 있다. 우리는 통념의 프레임에 갇힌 말들이 거리낌 없이 사람들을 지배한다는 사실을 깨달아야만 한다.

'우리를 속이는 말들'은 인간에 대해 부당한 편견을 심어주는 말과 세상에 관해 왜곡된 사고방식을 퍼뜨리는 말을 다루었다. “소확행을 즐겨라”는 사회와 기업이 주도한 ‘유행’이며, “그놈이 그놈이다”는 정치적으로 사용된 ‘구호’다. 또한 머릿속에 뿌리 깊게 박힌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는 심리학자와 유전학자의 ‘오판’이며, “진정성이 있어야 한다”는 사람들의 일방적이고 왜곡된 기준일 뿐이다. 이러한 어그러진 말들을 그림, 역사, 사회현상을 관찰해 인문학적으로 고찰한다. 상식적이고 규범적인 말에 속지 않는 방법은 말 뒤편에 숨겨진 진실을 들춰내는 것이다.

인간의 삶은 말에서 시작해 말로 끝난다. 삶을 하루로 요약하면, 아침에 일어나 밤에 잠들 때까지 언어의 매개 속에 우리는 살아간다. 그런데 사회적 통념의 말들에 권력과 사회적 강자의 의도가 들어가면서 속절없이 말의 덫에 빠져버렸다. 상황과 의도에 따라 다르게 해석해야 하는 말도, 처음부터 조작할 목적으로 만들어진 말도 의심 없이 그대로 받아들이는 게 익숙해졌다.

저자 박홍순은 '우리를 속이는 말들'의 궁극적 목적은 말에 의한 생각 왜곡을 걸러내고 새로운 시각을 갖는 일이라고 한다. 이제 더는 당연하게 살아갈 수 없는 세상이고, 말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는 시대다. 그렇기에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상식이라는 덫을 의심할 때, 비로소 관성적 시야에서 벗어날 수 있다.

-박홍순의 '우리를 속이는 말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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