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먹고 잘 살아라. 나쁜 새끼.’
처음에는 숨쉬기도 힘들 만큼 화가 났는데 다음 순간, 사회 초년생 때부터 함께한 4000일의 추억을 어떻게 처리하나, 머리가 아팠다. 습관이 되어버린 주말 데이트를 무엇으로 채워야 할지, 잠들기 전 수다는 무엇으로 대체해야 할지 하나도 알려주지 않은 채 자기 혼자 쏙 빠져버렸다는 것이, 허탈하고 속상했다. 지난 연애를 후회하며 잠드는 밤 대신 왁자지껄한 사람들 틈에 섞이기로 했다."

 

연애 소설은 여성을 위한 현대적인 성애를 다룬 가장 인기 있는 형태의 문학이다. 어떤 연애 소설에서는 에로틱한 행위가 많이 포함되어 있고, 어떤 연애 소설에서는 남녀가 키스하는 장면 이상의 에로틱한 행위는 없다. 로맨스 장르는 이 두 극단 사이의 스펙트럼을 실행한다. 작가는 여성이 공감할 수 있는 소설을 쓰고 싶어서 이 책을 쓰게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이 책의 주인공은 ‘ 나만 이런 건 아니구나’하고 위로를 전달하는 매개체이자 사랑에 대한 질문과 답을 찾아가는 인물이다.

작가는 첫사랑 같은 연애소설을 말하는 게 아니라 남자와 여자가 사랑을 바라보는 관점이 다를 수 있고, 또한 사랑을 찾아가는 방식이 다를 수 있다는 점도 이야기한다. 몸과 마음이 급한 연애는 허무하게 끝날 확률이 높고, 천천히 지켜주고 서로의 마음을 위로해 주는 사랑은 성공할 확률이 높아진다. 하지만 그 또한 사람과 사람 사이의 연애이기에 정답은 없을지도 모른다.

이 책을 읽는 내내 사랑의 방법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많이 이야기하게 되니까 그 개념에 이름이 필요했겠구나 싶다. 그러나 일반적이지 않은 일이라면 그저 ‘남자(혹은 여자) 여러 명 만나는 걔 있잖아’ 라고 하면 될 일일 수도 있다. 굳이 '어장관리'라는 단어를 만들어 함축시킬 필요도 없고, 오는 사람 막지 않고 가는 사람 잡지 않는다는 요즘 사람의 연애방식도 이 책을 읽는 재미를 높여준다.

그래서 작가는 요즘 사람들의 연애 실상을 파고들어 적나라하게 풀어 놓고 싶었다고 말한다. 후에는 이 모든 그렇고 그러했던 일들이 촌스러운 히스토리가 된다 해도, 2020년을 살던 사람들이 어떻게 만나고 사랑했는지에 대한 기록에 0.01%라도 보탬이 된다면 그것만으로도 무척 의미가 있다고 말한다. 연애를 잘하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내 사랑을 만들고 지켜가는 연애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 책은 재미있고 스피드한 스토리 구성이 좋다. 그래서 누구나 혹은 내 친구의 연애사를 듣는 것처럼 적나라하다. 이 책을 통해 멋진 연애소설을 한번 써보는 재미난 인생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것이 이 책을 통해 작가가 독자에게 건네는 가장 솔직한 메시지일 것이다.

-조윤성의 '있을 법한 연애소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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