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폐인은 스스로를 보호해야 한다. 그들은 세상을 조각난 상태로 받아들인다. 이는 아이들의 삶을 극적으로 만든다. 자폐증이 있는 아이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시선을 아래로 떨구고 귀를 막는 것은 배로 슬픈 일이다. 고통과 더불어 삶에 필수적인 자극까지 막아버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발달이 어려워진다. 지금 자신을 구원하기 위해 하는 행동이 미래를 망쳐버린다."

 

“당신은 알고 있을 거 아니에요. 당신은 뇌과학자잖아요.” 사람들은 그가 뇌과학자이기 때문에 아이를 도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는 더 깊은 좌절감에 빠졌다. 높이 평가받은 논문도, 저명한 상도 도움이 되지 않았다. 뇌를 가장 잘 안다고 생각했는데, 아들의 뇌는 이해할 수 없었다.

'나는 자폐 아들을 둔 뇌과학자입니다'는 세계적인 뇌과학자 헨리 마크람과 자폐 아들 카이의 특별한 성장을 그린 책이다. 이 책의 저자 로렌츠 바그너는 독일의 유명 저널리스트이자 전기 작가다. 그가 마크람 가족의 사연을 소개한 심층기사 ‘The Son Code’는 수많은 독자들 사이에서 공유되고 추천되면서 대중에게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다. 독일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일간지 '쥐트도이체차이퉁'에서 가장 많이 읽힌 기사 중 하나가 되기도 했다. 독자들의 성원은 계속 이어졌다. 저자는 헨리와 카이의 경이로운 이야기를 보다 자세하게 취재했고 그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담아 이 책을 썼다.

이 책의 주인공인 헨리 마크람은 신경과학 분야를 선도하며 컴퓨터 시뮬레이션이 가능한 인공두뇌 개발을 목표로 뇌과학 프로젝트를 이끈 주역이다. 그가 선구적인 뇌신경 연구를 시도하는 배경에는 아들 카이가 있다. 이 책은 학자로서, 또 아버지로서 아들을 위해 자폐증 연구에 매달린 헨리가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기존의 상식을 뒤집고 마침내 자폐증에 대한 새로운 진실에 도달하는 과정을 솔직하고 담담하게 풀어냈다.

자폐증은 자폐 스펙트럼 장애라고 명명할 만큼 증상이 다양하며 그 원인도 불명확하다. 아직도 더 탐구해야 할 미지의 영역이다. 이 책은 아버지이자 뇌과학자인 한 남자의 시선을 통해 자폐의 세계를 생생하게 그려낸다. 즐거운 추억뿐 아니라 화가 나고 실망했던 기억까지 부모로서의 심정 또한 가감 없이 고백한다. 자폐에 한 발자국 더 가까이 다가가 폭넓게 공감할 수 있도록 해주는 책이다.

이제 헨리에게 카이는 이해할 수 없는 아이가 아니다. 헨리와 카이, 마크람 가족은 서로를 보듬고 지지하며 언제나 함께한다. 헨리는 카이에게 안정감과 따뜻함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고, 카이 역시 스스로 행동을 조절하기 위해 노력한다. 자폐인은 그저 세상을 더 많이 느끼고 있을 뿐이다. 20대 청년이 된 카이 역시 더 많은 것을 느끼며 세상으로, 미래로 나아가고 있다.

-로렌츠 바그너의 '나는 자폐 아들을 둔 뇌과학자입니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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