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지금에 와서 돌이켜보면 별로, 어쩌면 단 한번도, 대학원에서 저를 중심으로 한 삶을 살았던 기억은 없습니다. 나는 무엇을 선택해야 가장 행복할 것인가, 어떠한 선택이 나에게 가장 어울릴 것인가, 하는 고민이 없는, 마치 모든게 정해진 메뉴판 같은 나날들이었습니다. (...) ‘솔직히 순대 싫어하는 사람은 봤어도 떡볶이 안 먹는 사람은 못 봤다. 떡볶이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차이를 무화시킨다. 떡볶이 앞에서 모든 인간은 평등하다. 고로, 떡볶이는 음식의 헌법 제 11조다. 11이라는 숫자를 보라. 딱 봐도 떡볶이를 상징하고 있지 아니한가."

 

우리는 모두 조금씩 다른 맛의 떡볶이를 먹어 왔지만, 같은 마음으로 떡볶이를 먹고 싶어 한다. 어떤 날은 아주 맵게, 어떤 날은 달콤하게. 여기 취향별로 다르게 만든 10가지 맛의 떡볶이 소설집이 있다. 김동식, 김서령, 김민섭, 김설아, 김의경, 정명섭, 노희준, 차무진, 조영주, 이리나. 다양한 장르에서 활동하는 10명의 작가가 모인 만큼 그들이 선보이는 떡볶이 소설의 맛도 다양하다. 추억의 떡볶이부터 복수의 떡볶이까지. 떡볶이가 새로운 세상을 만드는 희망이 되기도, 누군가의 세상을 완전히 무너뜨리기도 한다. ‘떡볶이’라는 소재 하나로 무궁무진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떡볶이를 사랑하는 이들이라면 10명의 작가가 담아낸 다채로운 떡볶이 이야기에 금세 빠져들 것이다.

늘 하나가 부족한 떡볶이 개수에 울컥한 주인공이 귀여운 계략을 펼치고('컵떡볶이의 비밀'), 전지적 떡볶이 시점이 되어 철판 위를 헤엄치고('쫄깃쫄깃 탱탱의 모험'), 아홉수를 맞은 스물아홉 청춘이 떡볶이 한 그릇에 묘한 위로를 받는('송 구리 당당') 순한맛. 사람 사는 냄새 가득한 골목에서 벌어진 떡볶이집 청년의 뒤틀린 분노나 ('어느 떡볶이 청년의 순정에 대하여'), 떡볶이 여행을 하는 60대 여성의 떡볶이 복수극('둘이 먹다 하나가 죽어도 모를 떡볶이')에서는 매운맛을 느낄 수 있다.

읽다보면 목이 칼칼해지는 맛도 있다. 대학원에서 자신의 언어를 숨겨오며 김말이 하나도 선택하지 못하던 주인공이 회의감을 느낄 때('당신과 김말이를 중심으로'), 과도한 먹방과 성범죄 영상으로 먹음직스러운 떡볶이가 구역질을 일으키는 음식이 될 때('유라TV'), 돈과 명예, 성공만 좇다 소중한 이들을 내치고 마주하게 된 것이 삼천 원짜리 떡볶이였을 때('떡볶이 초끈이론'). 씁쓸한 현실을 떡볶이를 통해 생생하게 보여준다.

추억, 먹방, 좀비, 복수, 청춘 등 '당신의 떡볶이로부터'에는 말 그대로 떡볶이에 죽고 살고 떡볶이에 울고 웃는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여러 장르가 어우러진 10편의 작품들을 한 편 한 편 즐겁게 맛보자.

-김동식, 김서령, 김민섭 외 저 '당신의 떡볶이로부터'에서

저작권자 © 뉴스앤북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