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계 권력 행사 논란 휩싸인 '시인동네' 결국 폐간 / 사진=시인동네 블로그

월간 ‘시인동네’가 신인작가들에 대한 발행인 고영(54) 시인의 위계 권력 행사 논란에 휘말리며 폐간하게 됐다. 고 시인은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입장문을 공개했기 때문이다.

논란의 시작은 지난 22일 이유운 작가가 자신의 트위터에 <시인동네> 편집위원이 신인상을 빌미로 자신에게 사적인 내용을 캐물었다고 밝히면서다. 그는 “(과거 <시인동네> 편집위원이 내가 신인상 후보에 올랐다며 전화를 걸어) 목소리가 어리다면서 나이를 물어봤다. 학과와 대학을 물어봤고, 그리고 사는 곳을 물어봤다. 내가 등단하면 자기 제자가 되는 거라고 했다. 내가 모 시인을 얘기했는데, 그 시인도 자기가 키운 거라며 자기가 잘 키워줄 거라고 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신인문학상은 내 시만 보고 평가하는 거 아닌가? 이상했다. 왜 ‘신인문학상’이 신인의 시를 발굴하는 시스템이 아니라 일개 편집위원의 제자를 발굴하는 시스템이 됐으며 그걸 거리낌 없고 부끄럼 없이 말하고 다닌단 말인가? 이 시인은 그간 수많은 신인 시인들에게 이런 압력을 과시해왔다”고 적었다.

이에 젊은 작가들도 ‘최종심에 올랐다’는 전화 통화 속에서 나이와 사는 곳, 학과와 학교 등의 사적 질문과 좋아하는 작가 등을 물어온 데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시인동네 발행인 고영 시인은 개인 페이스북 계정에 “이제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자 한다”고 폐간 결정을 공지하며 입장문을 밝혔다. 먼저, “‘시인동네 신인문학상’ 본선 진출자와 사전 통화”에 대해선 인정했다. 다만, 최종심 진출자 사전 검증은 “본인 확인이나 표절 여부, 타 매체의 등단 여부, 또 다른 결격 사유가 있는지 등을 알아보기 위해 잡지 편집자로서 반드시 해야 할 업무였다”고 설명했다. “그 과정에서 간단한 신상 정보를 물었는데, 이는 오랜 관행이자 관례”라며 “‘권력에 의한 위계 및 위력’으로 느껴 상처를 받으신 분이 계시다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했다.

그러나 “신인상 수상 여성 시인을 술자리에 불러낸다는 등의 지적은 사실이 아니므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못박았다. “시대의 흐름에 뒤처질 만큼 젠더 감수성이 부족함은 인정하고 반성하지만, 없는 사실을 인정할 순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시인동네’는 시 ‘상투적’ ‘딸꾹질의 사이학’ 등을 쓴 중견 시인 고영씨가 2012년 계간지로 창간, 2016년 월간지로 전환하며 8년째 발간해온 시 전문지다. 매해 상‧하반기 두 차례 ‘시인동네 신인문학상’을 통해 젊은 시인과 평론가를 발굴해왔다. 이번 달 10일까지 제20회 신인문학상 출품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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