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북'은 매주 시집, 소설, 산문 등 신간을 발매한 작가들을 만나 그들이 가진 독특한 창작 세계를 들여다보려고 합니다. 소소하면서 진지한 작가와의 대담 속에서 그들의 눈으로 본 세상을 뉴스앤북이 독자여러분께 전해드립니다. 뉴스앤북과 함께 분야와 지역을 넘어 다양한 책과 사람들을 만나보세요. 

이섬 시인
이섬 시인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7월의 어느 날 뉴스앤북이 이섬 시인을 만났다.

계롱의 한 카페에 들어서자 교양과 품격이 넘치는 노숙녀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 시인은 먹구름을 다 걷어낼 만큼 밝은 미소로 반겨줬고 “제가 인터뷰를 할 만한 사람인가요?”라고 조심스럽게 묻는 그에게서는 하늘거리는 코스모스처럼 수줍은 소녀의 모습이 묻어났다.

문학과 예술이 더더욱 견고히 발전할 수 있길 소원한다는 그의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보자.

Q. 인터뷰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간단하게 자기소개 부탁드릴게요.

A. 안녕하세요. 저는 지난 1995년 등단해 25년 동안 글을 쓰고 있는 시인 이섬입니다. 현재 계룡문인협회(이하 ‘계룡문협’) 회장직을 맡고 있어요. 만나서 반갑습니다.

Q. 지난 1995년 국민일보 문학상을 통해 등단하신 뒤 시를 쓰고 있는데 삶에서 시와 글은 무슨 의미가 있나요?

A. 저는 어려서부터 시 쓰는 걸 굉장히 좋아했어요. 기억의 습작을 한다고 종이만 있으면 시, 소설을 썼어요. 나이가 들어 결혼하고 육아를 하다 보니 글에 조금 소홀해지기도 했어요. 그래서 문학에 대한 갈증이 깊어졌고 서울 각 대학교 문학교실 프로그램을 통해 현역시인들의 강의를 들었습니다. 그 프로그램을 통해 글을 공부했죠. 그 과정은 어려우면서도 너무 좋았어요. 나한테 있던 잠재력을 끄집어내니까 고기가 물을 만난 듯 너무 기뻤죠. 조금 부끄러운 말이지만 어려서부터 문학에 대한 타고난 감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제 시와 글은 제 삶의 일부라고 생각해요.

Q. 기억에 남는 작품이 있나요?

A. 작품 하나하나가 다 자식 같아요. 시집이 조금 모자라면 모자란 대로, 좋으면 좋은 대로 마음에 담아두고 있죠. 굳이 작품 하나를 꼽자면 2,000만원 상당의 상금을 수상한 ‘향기 나는 소리’입니다.

Q. ‘향기 나는 소리’를 통해 당선돼 기분이 굉장히 좋았겠어요.

A. 기억에 많이 남죠. 작품을 내놓고 ‘됐으면 좋겠다.’란 생각만 하고 있었어요. 시간이 지나 주최 측에서 당선이 됐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너무 기쁜 와중에 ‘몇 명이나 뽑았어요?’라고 물어봤는데 전국에서 저 혼자 당선이 된 거에요. 감히 제가 당선될 거라고 상상도 못했죠. 그 소식에 그게 너무 감동받아서 눈물이 나왔어요. 그 상을 받은 뒤 삶의 많은 부분이 변화될 따름입니다.

Q. 작품을 통해 작가님께서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있다면?

A. 시집을 마무리하고 그 시간을 돌아보면 책마다 제가 하고자하는 이야기가 담겨 있더라고요, 첫 번째 시집부터 돌아보면 ‘물의 단조’에서 물에 대한 것을 많이 썼죠. 흐르는 물을 보면서 겸손을 배우고 인내를 키웠습니다. 물살은 흘러갈 때 소용돌이치고 부서지다가도 제 자리를 잡아서 흘러가잖아요. 그게 ‘인간 삶의 모습이 아닌가?’를 많이 생각했습니다.

Q. 시에 자연을 바라보는 시점이 많은데 시인에게 시가 다가오는 시점은?

A. 사물을 볼 때 깊이 있게 보려고 해요. 단순히 스치듯 지나가면 시가 나오지 않죠. 자연을 자세히 보면서 거기에 담겨있는 철학, 녹아드는 과정을 느껴요. 아주 작은 것도 자세히 바라보면 다른 사람이 보지 못한 걸 볼 수 있고 거기서 시를 건져낼 수 있습니다. 특별한 시점에서 깨달음을 얻는 거죠. 저는 여행을 통해 아름다운 곳을 거닐면서 시재를 떠올리고 시를 만들어요, 그런데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곳을 둘러볼 수 없으니 참 안타까운 상황입니다.

Q. 사물을 바라볼 때 특별한 점을 찾아내는 노하우가 있나요?

A. 그 노하우는 상상력이라고 생각해요. 사물, 자연을 바라볼 때 어느 한계점에 도달하게 되잖아요. 헌데 상상력은 그 한계를 얼마든지 뛰어넘을 수 있습니다. 상상으로는 모든 일을 할 수 있죠. 이치에 어긋난 것도 상상력으로 올바르게 돌릴 수 있어요. 옛날에는 시를 꼭 경험하고 부딪혀서 썼지만 요즘에는 상상력으로 창작해낼 수 있습니다. 상상력도 너무 나아가지 않고 허용된 범위 내에서 타당성을 뒷받침 해주면 충분합니다. 하늘 그러면 ‘파랗다, 높다’생각하잖아요. 그것을 볼 때 얼마든지 ‘노랗다, 빨갛다, 밤색이다‘라고 할 수 있죠. 이런 게 상상력입니다. 얼마든지 새로운 표현을 할 수 있는데 그에 대해 올바른 타당성을 제시하는 게 핵심이에요. 그게 없으면 공감이 되지 않죠. 예술은 서로 공감, 소통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시도 이해를 못해 감동이 없어요.

Q. 글을 쓰시면서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었나요?

A. 제가 시집을 쓰고 나서 책을 여러 곳에 보내고 있습니다. 그런데 대뜸 故 임영조 시인이 저한테 전화해서 당신 도대체 누구냐라고 물어보는 거예요. 당황해서 아무 말도 못하고 있는데 제 신상정보를 막 캐물으면서 내가 모르는 시인이 왜 그렇게 시를 잘 쓰느냐고 놀랐던 거죠. 그 시인이 칭찬하는 방식이 그런 거였죠. 갑작스럽게 연락을 받아 칭찬받았던 일이 기억에 남습니다.

Q. 좋은 글과 시를 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A. 글을 잘 쓰려면 책만 많이 봐야 되는 게 아닙니다. 시를 쓰려면 영화도 보고, 그림도 감상하고 근접예술을 많이 접해야 해요. 예술이라는 것이 줄기가 있으면 결국 같은 곳을 바라보죠. 근접예술을 많이 접하면 상상력도 넓어지고 사고의 폭도 넓어져요. 예를 들자면 음악도 듣고 그림도 그리다보면 결정적인 순간이 생기는 것 처럼요.

Q. 결정적인 순간이요?

A. 글을 쓸 때 기승전결이잖아요. 기에 동기부여를 하고 전환을 하고 종결을 짓는 거죠. 승에 전환을 하면서 놀켜야 하는데 그 놀람은 쓰는 사람의 역량에 달려있습니다. 어느 선까지 승을 진행시켜야 하는지, 그것을 통해 느끼는 진폭이 크면 클수록 작품의 깊이가 생기는 것 같아요. 얼마만큼 그것을 더 깊게 바라보고, 남이 보지 못한 것들을 끄집어내느냐에 따라 완성도가 달라지는 거죠.

Q. 시를 읽고 난 뒤 독자들이 전한 독자평 중 기억이 남는 게 있다면?

A. 저는 아름다운 것보다 진실을, 아픔보다 따뜻함을 노래하는 시를 쓰고 있습니다. 제 시를 통해 ‘시가 사람들 마음을 따뜻하게 만들어줬다’란 말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여학생들이 쓴 시는 참 곱고 예쁘잖아요. 그런데 저는 그런 시보다 마음을 울릴 수 있는 글을 쓰고 싶어요. 감상하다 보면 독자들과의 소통도 원활해지고 저의 삶도 달라지는 기분이 들죠.

Q. 현재 계룡문협 회장을 맡고 계신데 어려운 점은 없나요?

A. 계룡문협 회원들이 협조를 너무 잘해줘서 크게 어려운 점은 없습니다. 하지만 계룡의 숨어있는 문인들이 이곳에 발을 들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 많이 안타까워요. 회원들이 많이 확보가 되면 협회 운영에 탄력이 생길 거라고 믿고 있죠. 처음에 발을 들여놓는 건 누구나 힘들잖아요. 계룡 문인들의 자연스러운 교류를 통해 사람들이 많이 찾아오면 좋을 것 같아요.

Q. 계룡문협이 앞으로 발전할 수 있는 방안이 있나요?

A. 지역에서 있으면 서로서로 좋다 말해줘서 발전이 없는 것 같아요. 자꾸 칭찬만 하다보면 앞으로 나아가질 못하죠. 단점도 수용할 수 있고 문제점에 대한 지적도 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 상황에 안주하다보면 작품성도 떨어지게 되는 것 같아요. 문인들이 스스로 쳐놓은 울타리를 넘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두 세배의 노력이 필요해요. 본인들이 이 문제점에 대해 조급하게 생각하고 절실하게 생각해야죠. 뭐라고 말한다고 해서 변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Q. 앞으로의 작품 활동 계획은?

A. 제가 요즘 글을 많이 못써요. 계속 글을 써야하는데 많이 게을러졌죠. 이제 급하지 않고 느긋하게 활동을 하고 싶어요. 그동안 3년에 한권씩 책을 출간했는데 이제는 마무리를 하는 단계라고 생각하며 책 출판에 대한 생각을 많이 내려놓을 생각입니다. 시간이 되면 내년에 책을 출간하고 다음작품을 준비하겠습니다.

Q. 문화예술계가 코로나19로 많이 힘든 상황인데?

A. 코로나19로 인해 직면한 상황은 참 안타깝습니다. 할 수 있는 일이 없어 기다려야 된다고 생각해요. 최근 코로나19 관련 시를 급하게 적어낸 적이 있는데 그 제목이 ‘지금은 기다려야할 때’입니다. 어느 누구도 어떻게 할 수 없어 마냥 기다려야 하는 것 같아요. 예전에는 부담 없이 문화, 예술 활동을 접하며 관계를 형성할 수 있었는데 지금은 마스크 걱정, 거리두기 등에 대한 우려가 많죠.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이 상황을 순응하고 기다려야하는 시점 같아요.

Q. 문학인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릴게요.

A. 문학이라는 게 참 어렵죠. 저도 수필, 비평도 써보곤 하는데 시를 쓰는 게 가장 어려운 것 같아요. 하지만 어렵다는 건 그만큼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글을 쓰는 인구가 많이 확대되고 예술이 활성화 될 때 사람들의 마음도 여유로워지고 사회 구조도 확립된다고 생각해요. 많이 쓰고, 경험해봤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죠. 문학의 저변 확대가 많이 이뤄졌으면 좋겠어요.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A. 계룡문협 회원들이 작품 활동에 몰두해서 좋은 작품도 많이 펴내고 활발하게 활동했으면 좋겠어요. 최근 문학상 같은 대회가 많이 있는데 그 기회를 통해 성취감을 맛보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또 시심을 통해 시민 모두가 따뜻한 마음들이 되길 바라죠. 시집을 읽으면 감성이 충만해져 누구나 착한 사람이 되고 고운 얼굴을 갖게 되잖아요. 계룡시민 한 분이라도 더 시를 읽고 서로가 공감하고 소통하는 보다 살기 좋은 계룡시가 되길 소망합니다.

◆ 시인 프로필

이섬 시인은 전북 정읍에서 태어나 한남대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했다. 지난 1995년 ‘향기 나는 소리’로 국민일보 국민문학상 시 부문 2천만 원 고료 당선, 2004년 문예진흥원 우수도서 선정, 2008년 김장생문학상 대상 수상한 바 있다.

현재 이섬 시인은 계룡문협 회장직을 역임하고 있다.

시집으로는 '누군가 나를 연다', '향기 나는 소리', '초록빛 입맞춤', '사랑아 어찌 그리 아름다운지!', '황촉규 우리다' 등이 있다.

시선집은 '초록, 향기 나는 소리'이 에세이집은 '보통사람들의 진수성찬', '외갓집 편지'가 있다.

송영두 기자와 이섬 시인
송영두 기자와 이섬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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