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육사 시문학상이 친일 논란에 휩싸였다. 올해 17년째를 맞이한 이육사 시문학상 수여 과정에서 그동안 심사자와 수상자들이 친일문인기념상에 이름을 올린 사실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광야’로 알려진 이육사 시인은 일제강점기 17번이나 투옥되며 조국 해방을 위해 애써온 시인이지만 심사자나 수상자는 그 반대였던 것이다. 

민족문제연구소 민족문학연구회와 한국작가회의 자유실천위원회는 지난 20일 성명을 발표하고 이같은 현실에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2020년 제17회 <이육사 시문학상> 발표를 보며 이루 말할 수 없는 참담함과 부끄러움을 갖는다. 친일문인을 기리는 문학상인 팔봉비평문학상을 수상한 문학평론가가 심사위원이었고, 대표적인 친일문학상인 미당문학상 후보를 두 차례나 수락했을 뿐만 아니라 전두환 취임 때 찬양시를 쓴 시인을 기리는 편운문학상을 수상한 시인이 수상자였다"면서 "대한민국 국민에게 이육사 시인이 어떤 분인지 새삼스럽게 소개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조국 독립을 위해 분투하다가 열일곱 차례나 옥고를 치르고 끝내 일제의 감옥에서 온갖 고문을 당해 순국한 이육사 시인의 숭고한 정신을 계승하는 일이 우리에게 주어진 의무이자 자랑일 뿐이다. 이육사문학관의 반역사적이고 몰상식한 행동을 더 이상 방관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들에 따르면 2020년 이육사 시문학상 심사위원 중 구모룡 평론가는 친일문인을 기리는 팔봉비평문학상을 받았으며 이육사 문학상 수상자인 이재무 시인는 친일문인 서정주를 기리는 미당문학상 후보를 두 차례나 수락한 이력이 있다.

팔봉비평문학상, 미당문학상은 동인문학상과 함께 대표적인 친일문인기념상이다. 팔봉 김기진과 미당 서정주의 경우 친일반민족인명사전에도 이름이 올라있을 만큼 노골적인 친일 행보를 이어왔다.

이에 문학계에서는 “이육사의 시 정신을 기리는 ‘이육사 시문학상’에 적합하지 않은 심사위원 위촉과 수상자 선정”이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옥고를 치르며 일제에 저항한 이육사 시인의 민족정신과 부합하는 운영 방향성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문학계에서는 “그동안 이육사 시문학상 수상자나 심사자들의 상당수가 미당문학상, 팔봉비평문학상 등 친일문인을 기리는 문학상을 수상하였거나 심사했다.”며 “그 이름을 일일이 거명할 수 없을 정도로 상황이 매우 심각하다.”고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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