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터뷰] "잊혀져가는 전통문화를 위해..." 최한구 시인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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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터뷰] "잊혀져가는 전통문화를 위해..." 최한구 시인을 만나다
  • 송영두 기자
  • 승인 2020.07.19 11: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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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앤북'은 매주 시집, 소설, 산문 등 신간을 발매한 작가들을 만나 그들이 가진 독특한 창작 세계를 들여다보려고 합니다. 소소하면서 진지한 작가와의 대담 속에서 그들의 눈으로 본 세상을 뉴스앤북이 독자여러분께 전해드립니다. 뉴스앤북과 함께 분야와 지역을 넘어 다양한 책과 사람들을 만나보세요. 

최한구 시인
최한구 시인

태양이 내뿜는 열기로 강산이 푸른빛을 찾는 7월 뉴스앤북이 최한구 시인을 만났다.

최 시인은 칠순이 넘은 나이가 무색할 만큼 젊고 활기가 넘쳤다.

그를 따라 들어간 화방에는 그림, 시, 병풍 등 다양한 예술 작품의 흔적들이 있었다.

“정말 어렵고 힘든 상황에서도 긍정적인 것을 볼 줄 알아야 한다.”는 그. 건강한 에너지로 가득한 노신사의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보자.

Q. ‘소멸의 미’로 등단한 후 11년 동안 글을 쓰셨는데 시와 글은 시인님 삶에서 무슨 의미인가요?

A. 저에게 시는 참 특별한 존재에요. 시를 쓰기 시작하면서 세상을 바라보는 시점이 많이 변했습니다. 본래 사물을 볼 때 단조롭게 봤다면 시를 쓴 뒤부터 특별한 점을 찾아내는 시각을 가지게 됐죠. 글을 쓰면서 제 자신을 표현하고 세상을 바라보다 보면 깊은 고뇌에 빠지기도 해요. 최근에는 ‘생은 삶의 발자국에 오염되지만 스스로 자정을 통해 살아가다 세상을 떠날 때가 오면 모든 것을 다 비우고 겸허히 낮은 자세로 사라지는 게 가장 깨끗하고 아름다운 삶이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항상 자만하지 않고 겸손하게 살다보면 행복한 일들은 저절로 찾아오기 마련이죠.

최시인의 작품 '이팝꽃'
최시인의 작품 '이팝꽃'

Q. 지난 2019년 출판사 이든북을 통해 '뿌리꽃'을 펴낸 소감이 있다면?

A. 『뿌리꽃』은 해주최씨의 후손으로써 뿌리를 더듬어 내리며 역사적으로 꽃을 피운 인물들을 시와 시조를 통해 칭송하는 작품이에요. 본관 해주의 시조는 고려시대 해주 향리 최온(崔溫)과 그의 아들 최충(崔冲)입니다. 최충이 과거에 장원급제하며 가문이 크게 성장했죠.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 후손들의 자긍심을 일깨워 주고자 작품을 세상에 내놨어요. 해주최씨의 뿌리를 타고 내려가다 보면 의미 있는 꽃들을 한 송이씩 볼 수 있죠.

Q. 뿌리 속에 담긴 꽃들이 어떤 의미를 담고 있죠?

A. 해주최씨 가문에서 의미 있는 행동들을 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넣어놨다는 뜻입니다. 그중에는 의암 논개의 남편인 최경희 장군도 있고, 그 외에 유명한 인물들도 있어요.

우연처럼/맺어진/비운의 인연으로//고죽의/깊은 사랑/친일시묘 지켜내고//홍랑의/짙은 유혼은/가문으로 흘렀네(뿌리꽃3 ‘천년 사랑’)

이게 한글을 최초로 사용한 여류시인 홍랑의 시비 앞에서 쓴 시에요. 홍랑은 고죽의 무덤 앞에서 손수 초막을 짓고 3년간 두문불출하며 시묘살이를 했어요. 젊고 아름다운 여인이 혼자 시묘살이를 한다는 건 매우 어려운 일이에요. 이후 홍랑은 천하일색의 얼굴을 심하게 훼손시켜 남성들의 접근을 막았고 숯덩이를 스스로 삼켜 불구가 되고 말았죠. 이후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홍랑은 살림을 모두 버린 채 고죽의 문집만 챙겨 떠났어요. 그 문집을 해주최씨 문중에 전한 뒤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습니다. 홍랑의 사망 소식에 해주최씨 문중은 그녀를 집안의 한 사람으로 받아들여 장사를 지내 줬어요. 이후 최경창 부부가 합장된 묘소 바로 아래 홍랑의 무덤을 마련해 줬죠. 올곧은 사랑과 누구도 따를 수 없는 절개로 홍랑이 지켜냈던 최경창의 유작은 ‘고죽집’으로 탄생했고 그 글은 오늘날까지 우리에게 깊은 감동을 선사해주고 있습니다.

Q. 글을 쓰시면서 기억에 남는 일이 있으신가요?

A. 두 가지 기억에 남는 일이 있는데 하나는 등단했을 때가 생각나요. 『소멸의 미』로 등단했을 당시 두려움도 있었지만 시인으로써 활동한다는 의미가 굉장히 벅찬 감동으로 다가왔죠. 제가 많이 부족하지만 ‘최 시인님 글을 읽고 감동받았어요,’란 감상평을 남겨준 독자도 있었습니다. 참 뿌듯한 일이 아닐 수 없어요. 또 제 그림, 시를 통해 상을 받았던 기억이 스쳐가네요. 마냥 좋아서, 재밌어서 한 활동인데 수상까지 받으니 일석이조(一石二鳥)란 생각이 들었죠.

Q. 작품 활동을 안 하실 때는 주로 어떻게 시간을 보내시나요?

A. 계족산 서편 당산이란 새끼 산속에 철철이 새소리가 바뀌는 텃밭이 있습니다. 그곳에서 소박한 식물들을 기르며 시간을 보내고 있어요. 잠시나마 갑갑했던 작업실에서 벗어나 작물들을 만지다보면 새로운 에너지를 얻는 기분이 들죠. 기분도 좋아지고 몸도 개운해져요. 또 산꽃, 바람소리, 동물 이런 자연 속에서 주로 시의 영감을 얻고 있죠. 그렇게 자그마한 것들 속에서 많은 결과물을 얻어 냈을 때 기분을 말로 표현 못해요. 체력이 될 때까지 텃밭 가꾸기를 계속 하고 싶습니다.

Q. 텃밭 가꾸기 외에 다른 취미 활동은 없으세요?

A. 텃밭을 가꾸는 것 외에도 많은 일을 하고 있어요. 악기를 15개 정도 다루고, 붓글씨도 쓰고, 가훈을 써주기도 하죠. 특히 가훈을 써주는 게 저에게 큰 의미가 있어요. 지금까지 약 1,500개의 가훈을 써준 것 같은데, 가훈은 청소년들의 사회적 규범으로써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좋은 시 하나 암송 하는 것이 어떠한 정서교육 보다 우선될 수 있다고 믿어요. 마지막으로 제가 만든 결과물을 보고 ‘고맙다’고 말해주면 참 뿌듯하고 저도 감사한 마음이죠.

최 시인의 작품
최 시인의 작품

Q. 요즘에도 가훈을 써달라는 요청이 들어오나요?

A. 지금은 가훈을 써달라고 하는 사람들이 거의 없어요. 시조, 서예, 문인화, 국악 등이 잊혀지고 있는 현 시대의 상황은 정말 안타깝죠. 사회가 이 상황에 대해 너무 무관심한 것 같아요. 이런 상황을 조금이라도 극복하고자 제가 움직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젊은이들의 관심에서 조금씩 밀려나는 전통 문화예술을 알리고 있어요. 좀 더 깊은 관심과 재능기부를 이어가면서 전통문화를 널리 알릴 예정입니다.

Q. 그 활동이 시인님 삶의 철학이신가요?

A. 누가 제게 삶의 철학을 묻는다면 ‘시서화악무(詩書畵樂武)’라고 답하겠습니다. 시와 서예 그림 악기연주 무예 분야에서 두루 정진해 나가겠다는 의미에요. 어떤 것에도 소홀히 하지 않고 살아가는 동안 꾸준히 연습하는 게 목표죠. 제 인생 공부 분야로 보시면 됩니다.

Q. 추천해주실 시인, 작가님이 있으시다면?

A. 백혜옥 시인 겸 화백을 추천하고 싶어요. 오정문학에서 같이 활동하고 있는 분이죠. 충남대학교에서 서양화를 전공했고 여러 재능이 시로 중화되어 우러나오는 맛이 있는 사람입니다.

Q. 앞으로의 작품 활동계획이 있으신가요?

A. 올 가을에 두 번째 시집 '내일을 믿었던 기억들' 출간 계획입니다. 또 내년쯤에 수필집을 출간하기 위해 열심히 공부하고 있어요. 무엇보다도 자연 속에 내포된 무궁한 진리를 사람들이 쉽게 공감하고 잠시 또는 일부나마 삶에 긍정이 되고 위안이 될 수 있는 좋은 글을 쓰는 게 제 소원이에요. 감사합니다.

◆ 작가 프로필

최한구 시인은 2011년 '소멸의 미'를 통해 문학공간으로 등단했다. 현재 대전문인협회, 오정문학, 대전시조시인협회, 대덕문학, 대덕시낭송협회 등에서 활동하고 있다.

또한 한국서화협회, 한국비림협회, 한국예술문화협회, 중국황산서법협회 등에서도 초대작가로 활동 중이다.

송영두 기지와 최한구 시인
송영두 기지와 최한구 시인

 

송영두 기자 duden12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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