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트'를 읽고     

이우진
이우진 연구원

이우진 대전 연구단지 연구원

21세기 에디슨이라 불리는 미국의 미래학자 레이 커즈와일은 2029년에 인간의 지능을 초월한 인공지능이 나타날 것이며 2045년에는 인류 전체의 지능을 초월한 인공지능이 개발될 것으로 예측하였다. 다음 세대는 인공지능이 보편화 되어 있는 사회에서 살아 갈 것이라는 의미다. 이미 우리는 의학, 교육, 금융, 공공서비스 시장에서 인공지능의 혜택(?)을 누리고 있고 특정 분야에서는 인간의 판단력보다 인공지능에 의한 결과물을 더 신뢰한다. 인공지능 의료시스템 “왓슨”의 치료법과 인간의사의 치료법이 다른 경우 환자는 “왓슨”의 처방을 더 선호하고 신뢰하며 인공지능 변호사 “로스”는 인간변호사가 300건의 업무처리 기간 동안 약 60만건을 처리하면서 한번도 불평이나 잔업수당을 요구하지 않는다. 또한 미국의 어느 인공지능 약국은 200만건의 처방전을 조제하는 동안 단 한 건의 실수도 없었다고 하며 인공지능 교육프로그램은 아이들 개개인의 학습수준에 맞춰 수학이나 외국어를 가르치면서 학생의 학습이 부실하다고 실망스러운 표정을 짓거나 자존감을 꺽지도 학생을 포기하지 않기에 학생들은 오히려 차별 없는 AI교사를 더 선호하기도 한다. 이미 단순노동력을 제공하는 직업의 상당부분은 로봇에 의해 대체되고 있으며 전문성과 안정성을 가지고 사람들의 부러운 시선을 받았던 직업 또한 서서히 인공지능에 대체될 것임은 자명하다.

인공지능은 비단 직업세계만의 변화를 가져오는 것만이 아니라 인간의 판단력과 지혜의 탐구에도 커다란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인간이 수행하는 경험적 사고와 행동은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고민, 실패, 도전 그리고 발상의 창조적 전환 등이 소중한 자산이 되어 대를 물려가며 우리를 성장시켰지만 인공지능이 발달된 세상에서는 사고의 기능마저 인공지능 알고리즘에 의존하게 될 수 있다. 그 결과 다행히(?) 모든 사고와 행동에 있어 완벽한 결론과 효율적 판단력을 얻을 수는 있더라도 스스로 고민하고 답을 찾기 위한 과정은 사라지고 결국 자기 결정력을 잃어버리게 될 수도 있다. 몇 시에 일어나서 무엇을 먹고 어디를 가서 어떤 것을 배우고 경험하며 누구를 만나서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하는지가 알고리즘에 의해 결정되고, 어떤 친구를 사귀고 어디를 여행하며 어떤 경험을 쌓아야 행복할 수 있을지를 온라인 검색을 통해 비교하며, 누구를 배우자로 선택해야 풍요롭고 안정적이며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을지를 사전에 시뮬레이션 해보고 점수에 따라 반려자를 최종 결정하는 세상이 올 수도 있을 것이다. 또한 인공 지능끼리 경쟁이 발생하면서 개별 인공지능의 판단을 제어할 수 있는 알고리즘을 스스로 터득한 슈퍼인공지능이 인류의 지속성장이라는 원칙을 준수하기 위해 전쟁을 일으키고 질병을 발생시키며 인간의 삶과 죽음을 소프트웨어가 결정하게 되는 영화 같은 이야기가 현실이 될까 걱정된다.

 

사회적으로 인공지능에 대체되지 않고 정신적으로 알고리즘에 종속되지 않는 나를 만들기 위해 지금과 같은 교육방식이나 사회제도는 많은 변화가 필요하다. 교육은 지식전달이 아니라 지혜를 깨닫는 과정이 되어야 하며 나만의 평생유치원을 설립하여 끊임없이 새로운 환경에 자신을 노출시켜야 한다. 또한 디지털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디지털문화의 소비자가 아닌 창조자적 입장에서 생각하며 전자시대 이전부터 전해 내려온 문학과 예술과 같은 아날로그적 자산을 디지털과 융합하여 새로운 문화를 창조할 수 있도록 하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산업혁명 이후 과학에 의해 잠시 뒷전으로 밀려났지만, 인공지능 알고리즘으로는 절대 구현할 수 없는,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고유한 능력인 ‘철학’ 에도 다시 관심을 두어야 할 때다.

인공지능에 대처하기 위한 철학적 사고와 함께 인간이 가질 수 있는 유일한 무기는 사회와 타인에 대한 협력과 공감능력 그리고 봉사일 것이다. 그것이 인간을 인간 답게 만들 것이며 ‘나’만 아는 삶을 살다가 기계에 대체되지 않고 ‘우리’라는 삶을 살면서 기계의 주인이 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게 할 것이다. 인공지능이 우리의 미래를 위협하는 기술이 아니라 우리가 제어할 수 있고 통제할 수 있는 보조적 수단으로 발전되어 우리의 삶을 더 풍요롭게 해 주는 새로운 전자장치 중 하나로 여길 수 있다면 더 이상 두려움을 가질 필요가 없을 것 같다. “어쩌면 인공지능은 더 이상 기계처럼 살고 싶지 않다는, 이제는 진정한 인간의 삶을 살고 싶다는 인류의 오랜 바람에 응답해서 나온 것일 수도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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