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터뷰] 시를 바라보는 겸손한 자세, 정용기 시인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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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터뷰] 시를 바라보는 겸손한 자세, 정용기 시인을 만나다
  • 송영두 기자
  • 승인 2020.07.12 11: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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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앤북'은 매주 시집, 소설, 산문 등 신간을 발매한 작가들을 만나 그들이 가진 독특한 창작 세계를 들여다보려고 합니다. 소소하면서 진지한 작가와의 대담 속에서 그들의 눈으로 본 세상을 뉴스앤북이 독자여러분께 전해드립니다. 뉴스앤북과 함께 분야와 지역을 넘어 다양한 책과 사람들을 만나보세요. 

정용기 시인
정용기 시인

불쑥 찾아온 초여름 뉴스앤북이 정용기 시인을 만났다.

공주 시내를 벗어나 무령왕릉 방향으로 가니 공주금성여자고등학교가 나타났다.

소낙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날씨에도 정 시인은 밝은 미소로 반겨줬다.

학생들을 위해 도서관 운영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는 그의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보자.

Q. 학생들이 도서관에 많이 찾아오나요?

A. 스마트폰이나 게임기 등 현재 독서를 방해하는 디지털 기계들이 많잖아요. 그것들이 학생들의 독서할 수 있는 시간과 능력을 많이 빼앗아 가는 것 같아요. 도서관을 찾아갈 시간이 없어지는 거죠. 졸업할 때까지 도서관을 거의 안 찾는 학생도 있고 도서관에 매일 오다시피 하는 아이들도 있어요. 학생들이 독서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사회가 힘을 써야 한다는 생각을 해요. 학생들 스스로도 노력을 해야겠지만 아이들이 도서관을 많이 찾아 지적 능력을 함양하고 마음의 양식을 쌓았으면 좋겠습니다.

Q. 학교 내 도서관 운영하시는데 힘드신 점은 없나요?

A. 제가 도서관을 맡은 지 10년 가까이 되었지만 힘들다는 생각은 들지 않아요. 책임감을 가지고 열심히 운영하고 있어요. 보고 싶은 책을 볼 수도 있고 학생들을 만나는 게 제 적성에도 맞고 재밌어요. 학생들이 찾지 않는 시간에는 도서관에서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며 생각을 정리하기도 하죠.

Q. 도서관 운영은 어떻게 하고 계신가요?

A. 책을 한 학기에 한 번씩 사는데 교직원, 학생들에게 도서 구입 희망 목록을 받아요. 저는 학생들에게 유익하다고 판단되는 책이 있으면 3~4권을 구입하고 다른 책들은 1~2권정도 사요. 그런데 그것만 가지고 도서 구입 분량을 채울 수 없어 평소 신문이나 인터넷 등을 참고하면서 사야하는 책을 항상 적어놓죠. 그렇게 하지 않으면 한 책을 여러 권 사야하는 상황이 와요. 몇 년 전에 1,000권 정도의 책을 기증받아서 따로 관리해 왔는데 기존에 있던 책과 함께 분류기호에 맞춰 모두 정리할 예정입니다. 그 과정은 시간이 걸리고 어렵겠지만 학생들이 편하게 책을 찾아 읽을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에요.

Q. 혹시 도서관을 운영하며 기억에 남는 일이 있으신가요?

A. 저는 학교 도서관의 위치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예전에는 굉장히 멀리 있었어요. 빈 교실 한 칸에 도서관을 운영했는데 학생들이 찾아오기도 힘들고 장소도 협소했죠. 그곳에서 도서관을 계속 운영하면 학생들이 찾아오지 않겠다는 걱정을 했어요. 시간이 지나 우연히 삼성 디스플레이 사회 공헌 사업이란 것을 알게 됐어요. 그래서 도서관 지원 사업에 지원했고 저희 금성여고가 선정을 받았습니다. 그 기회를 통해 도서관을 넓고 좋은 곳으로 옮길 수 있던 그 순간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Q. 2001년에 ‘심상’으로 등단하셨는데 시인님에게 시와 글은 어떤 의미인가요?

A. 시를 쓰다보면 마음이 푸근해져요. 시란 것이 세상을 바라보는 하나의 방식이에요. 글을 백지위에 적다보면 내 자신이 정리도 되고, 제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을 공유한다는 마음이죠. 하지만 ‘시를 써야겠다.’라고 생각하면 부담이 될 때가 있어요. 쓰고자 하는 대상에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내가 충분히 쓸 만한 양식을 가지고 있는지를 떠올리면 두려운 마음이 듭니다. 시가 아무 때나 막 쓸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조금 신성한 시간이 필요하죠.

Q. 그 신성한 시간에 주로 영감을 얻으시는 건가요?

A. 좋은 책을 읽을 때, 산책을 할 때, 인간관계에서도 시상이 나와요. 일상 속에서 항상 번갯불 같은 영감이 떠오르는 거죠. 영감이란 게 준비된 사람한테 와요. 영감이 찾아왔을 때 딱 붙잡아 놓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 순간이 지나면 생각도 안나요. 그래서 글을 쓰기위해 밤늦게 조용한 공간에서 혼자 많은 생각을 해봐요. 그 시간이 정말 소중하고 중요하죠. 시란 게 논리적으로 생각하고 유추해서 내용을 이끌어내는 게 아니잖아요. 직관에 의존하는 거고, 순간적인 영감을 붙잡고 써내려가는 거예요. 영감을 느끼고, 떠올릴 수 있는 순간을 ‘신성한 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Q. 글을 쓰시게 된 계기가 있으신가요?

A. 제가 어렸을 때부터 글을 쓰겠다는 생각을 한 게 아니에요. 부모님이 평생 농사만 지으셔서 글도 읽지 못하셨죠. 그래서 집에 책이 한 권도 없었어요. 때문에 집안 분위기 자체가 학문적인 분위기가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고등학교 때 사춘기적인 감성이 들어 글에 관심을 가지게 됐어요. 이후 국어국문학과에 진학했고 문학 동아리도 가입해 활동했죠. 글을 우연히 만났다고 생각해요. 제 성향은 이과가 아니고 문과 성향 이였던 것 같아요.

Q. 지난 2003년 작품을 내시고 다음 작품이 나오기까지 14년이란 긴 시간이 걸리셨는데 이유가 있나요?

A. 이유는 제가 조금 게을렀어요. 그 긴 시간 동안 글을 안 쓴 건 아니지만 당시 출판에 대한 생각이 아예 없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이제는 책을 많이 읽고, 좋은 글을 쓰기 위해 노력도 할 겁니다. ‘나 자신에게 시간을 투자한다는 자세로 살아가겠다.’고 생각하지만 쉽지는 않겠죠. 다시 게을러질까 봐 걱정이네요.

Q. 추천해주고 싶은 시인이나 작가가 있나요?

A. 추천해드릴 분들이 너무 많아서 걱정이네요. 주변에 모든 분들을 다 소개해드리고 싶은데 한 분을 딱 선정해서 말씀드리긴 어려울 것 같습니다.

Q. 현재 재직 중인 공주금성여고 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으신가요?

A. 요즘 학생들이 자기 인생에 대해 굉장히 조급해 하는 것 같아요. ‘여유를 가지고 자신의 미래를 설계해보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아이들이 최근 취업난, 진학문제, 코로나19로 학생들이 큰 스트레스를 받고 있고, 사회가 정해놓은 획일적인 미래 때문에 자신의 꿈을 펼치지 못하죠. 그 부분이 너무 안타깝습니다. 좋은 대학에 가서 대기업 사원, 공무원이 된다는 생각만 가지지 않고 자신의 역량, 재능을 다양하게 펼쳐냈으면 좋겠어요. 사회는 학생들을 경쟁시켜 1등만 바라보는 세상을 만들었잖아요. 이런 사회를 살아가고 있는 학생들은 행복하지 않죠. 결과적으로 ‘성적가지고 스트레스 받지 말고 행복한 상상 속에서 자신의 진정한 삶을 찾았으면 좋겠어.‘라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Q. 오는 8월 학교에서 명예퇴직으로 교직생활을 내려놓게 되셨는데 아쉬우신 점이나 소감을 알려주세요.

A. 아쉬운 점이 많죠. 정년을 몇 년 남겨두고 명예퇴직을 신청했는데, ‘내가 선택을 잘못한 게 아닌가.’ 후회될 때도 있어요. 학생들 때문에 상처를 받을 때도 있지만, 선한 눈매를 가진 성장기의 소녀들과 수업시간에 서로 마음을 나누는 일이 아주 좋았어요. 그런 시간을 더 가질 수 없다는 점이 가장 아쉽습니다. 또 사소한 욕심 때문에, 자신을 다스리지 못한 옹졸함 때문에 학생들에게 상처를 준 언행을 많이 한 것 같아서 부끄럽기도 하고 후회가 돼요. 제 언행으로 고통을 겪은 졸업생이 있다면 이 자리를 빌어 사과드립니다. 퇴직을 하면 자신을 다스리는 데 신경을 써야겠어요.

◆ 작가 프로필

2001년 《심상》 신인상으로 등단하였으며 시집 『하현달을 보다』(2003년)를 상재했다.

2001년 《심상》 신인상, 2003년 웅진문학상
시집 『하현달을 보다』(2003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창작지원금 지원 시집)
『도화역과 도원역 사이』(2017년, 세종시문화재단 문화예술 보조금 지원 시집)

화요문학 동인, 충남작가회의·충남시인협회 회원, 세종문학 회장이며 공주금성여자고등학교 국어 교사로 재직 중이다.

송영두 기자와 정 시인
송영두 기자와 정 시인

 

송영두 기자 duden12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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