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들은 왜 온종일 집안일을 하고도 ‘집에서 논다’는 말을 듣는가
주부라 불리는 이들이 있습니다.
아이들에게는 엄마, 남편에겐 아내, 집사람, 와이프 등으로 불립니다.
이들은 집에서 다양한 종류의 일을 하지만 불시에 “집에서 놀면서 이것도 안하고 뭐했어!”라는 말을 듣습니다.
도대체 이 말은 어디서부터 시작된 걸까요?"

 

‘사랑’과 ‘헌신’의 이름으로 집안일과 육아를 꾸역꾸역 감당하는 엄마! 주부라 불리는 이들은 온종일 가사일을 하면서도 일하는 사람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존재들이다. 방금 설거지를 했는데 집에서 논다는 말을 듣고, 방금 요리를 마쳤는데 논다는 말을 듣는다. 매 순간 자신의 행위를 부정 당하는 것이다.

‘이게 아닌데 하면서 말하지 못하는 답답함!’ 다양한 자리에 선 주부들의 고충을 듣고, 사유하고, 글쓰기로 가꾸어낸 책이 '당신이 집에서 논다는 거짓말'이다. 저자는 오랫동안 남성들의 언어 속에 감춰졌던 가사 노동의 사회?역사?경제적 비밀을 파헤친다. 집안일을 도맡아 하는 주부들의 애환?고충?공감의 감성에서 한 발 더 들어가는 탐험을 시작하는데, 근본적인 질문을 가슴에 품고 그 연원을 파고 들어간다. 가사 노동은 왜 이렇게 폄하 당하게 되었을까? 이런 현상은 언제, 어디에서 시작되었을까?

'당신이 집에서 논다는 거짓말' 1장이 전업주부라는 삶의 방식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고민한다면, 2장은본격적으로 ‘경제학’ 고전들을 탐색한다. 마르크스의 '자본론', 게오르크 지멜의 '돈의 철학'과 같은 주류 경제학 도서들이다. 백미는 자본주의의 ‘시초 축적’에 관한 부분이다. 저자는 자신의 경험과 역사 속 여성들의 경험을 연결하며 시초 축적에서 배제되었던 여성의 노동에 대한 사회적·역사적 맥락을 큰 틀에서 조망한다. 
주류 경제학에서 생략된 수많은 손길이 있는데, 그것은 돌봄을 담당하는 비임금 노동자의 손길, 주로 엄마나 아내라 불리는 이들의 손길이었다. 그리고 이 손길이 경제학에 포함되는 것은 어마어마한 정치적 경제적 문화적 변동을 동반할 것이다. 

만일 애덤 스미스가 '국부론'을 쓸 때 저녁을 차려준 어머니의 노동을 경제적 요인에 포함시켰다면 그 후 경제학의 역사는 크게 달라졌으리라. 자본주의 체제에서 처음부터 구성요소로 포함되지 않았다는 측면에서, 마음대로 공짜로 가져다 쓰되 그 가치는 인정해주지 않는다는 측면에서, 여성의 돌봄 노동과 천연 자원은 쌍생아처럼 닮아 있다. 그 때문에 여성의 모성, 여성의 돌봄 노동에는 ‘자연스러움’, ‘천성’이라는 개념이 따라왔다.

-정아은의 '당신이 집에서 논다는 거짓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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