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터뷰] "위축된 문화예술계에 활기를..." 박주용 시인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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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터뷰] "위축된 문화예술계에 활기를..." 박주용 시인을 만나다
  • 송영두 기자
  • 승인 2020.07.05 1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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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앤북'은 매주 시집, 소설, 산문 등 신간을 발매한 작가들을 만나 그들이 가진 독특한 창작 세계를 들여다보려고 합니다. 소소하면서 진지한 작가와의 대담 속에서 그들의 눈으로 본 세상을 뉴스앤북이 독자여러분께 전해드립니다. 뉴스앤북과 함께 분야와 지역을 넘어 다양한 책과 사람들을 만나보세요. 

박주용 시인
박주용 시인

빗방울이 유리창을 흔들어대던 6월의 어느 날 뉴스앤북이 박주용 시인을 만났다.

계룡의 한 카페에서 박 시인과 대화를 나누다 보니 그의 바다 속에 풍덩 빠질 수 있었다. 그의 목소리는 부드러웠고 어딘가 모르게 말의 품위와 지적인 울림 같은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박 시인은 심리적 안녕감에 도움이 되는 자기개념으로 대화 내내 연대감과 공감능력을 높여줬다.

'특별한 시선으로 자연에서 시를 얻는다'는 그의 야야기 속으로 들어가보자.

Q. 2014년 매일신문 신춘문예에 당선돼 등단 하셨는데, 시인님 삶에서 시와 글은 어떤 의미인가요?

A. 저는 어렸을 때부터 글과 시를 좋아했고 학창시절 국어과목을 가장 선호했어요. 매일 3km의 등, 하굣길을 다니며 봄, 여름, 가을, 겨울을 있는 그대로 느낄 수 있었죠. 그 자리에 있던 꽃, 바람, 들판, 강변 같은 풍경들이 저도 모르는 사이 마음속에 쌓이고 있었어요. 그렇게 쌓인 자연을 글로 표현하기 시작했고 시간이 지나 국어국문학과에 입학했어요. 대학에서 글을 공부하며 ‘내 적성은 문학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어 본격적으로 문학에 전념했죠. 지금도 글 작업을 계속 하고 있는데 시와 글을 제 삶 그 자체라고 생각해요.

Q. 본격적으로 시를 쓰신 계기가 있나요?

A. 제가 교직 생활을 33년 정도 하다가 지난 2018년에 명예퇴직을 했어요. 본격적으로 시를 쓰게 된 계기는 ‘아이들을 가르치면서였다‘라고 생각해요. 교학상장(敎學相長)이란 말이 있잖아요. 아이들 문예 지도를 하면서 저도 같이 성장했죠. 학생들을 가르치며 문득 ‘나도 글을 써서 아이들에게 보여줘야겠다.’라는 생각이 들었고 저의 시를 써서 아이들에게 보여줬어요. 또 학생들이 직접 동인지를 출판할 수 있도록 도왔죠. 그 과정에서 저도 학생들에게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Q. 첫 시집 ‘점자 그녀가 환하다’를 출간하셨을 때 기분은 어떠셨나요?

A. 시인의 로망이 있다면 자신의 시가 활자로 나오는 거잖아요. 첫 시집을 출간했을 당시 세상의 주인공이 된 것만 같았어요. 시집에 담긴 시는 저의 사상이고, 감정이고 어떻게 보면 지금까지 살아온 삶의 내력이에요. 그 이야기를 세상이 내놨죠. 가난하게 살았기 때문에 튼튼한 손과 발을 가질 수 있었고, 배려하는 마음을 가질 수 있었어요. 상처받고 아파하던 주변 사람들을 보며 자라왔기 때문에 그런 이야기를 시집에 많이 담아냈어요. 하지만 처음부터 행복하진 않았어요. 시집을 출간하면서 ‘내 감정, 사상을 들켰다’라는 생각이 들어서요. ‘나의 한계가 이 만큼이다’란 것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거잖아요. 처음에는 기쁜 마음밖에 없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위축이 됐었죠.

Q. 권덕하 시인이 시집 해설에서 "박주용 시인은 자연과 마주하며 밝은 육감으로 다양한 자연의 표현을 채집해 시로 표현한다."고 평가했는데 평소 시상은 자연에서 얻으시나요?

A. 저는 자연의 사물을 바라보는 시각을 중요하게 생각해요. 그래서 항상 나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사물의 시선에서 세상을 바라봐요. 그러다보니 남들과는 다른 시선을 가지게 됐죠. 항상 똑같은 각도로 자연을 보면 단조롭잖아요. 시는 세상의 다른 각도를 보게 도와주는 매개체인 것 같아요. ‘세상이 우측으로 23.5도 기울어져 있으면 우리 같은 경우는 좌측으로 23.5도 기울여서 세상을 쳐다봐야 제대로 볼 수 있는 게 아닌가.’라고 생각해요. 삐딱하게 보는 것이 올바르게 보는 방법, 그것이 시인이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란 뜻이에요. 어디서 본 듯 하고 써놓은 느낌이면 감동도 없고, 재미도 없어요. 시선을 바꿔 세상을 보다보면 시상이 떠오르고 영감을 얻죠.

Q. 세상을 다르게 보는 특별한 방법이 있나요?

A. 보통 사람들 모두 특별한 시선을 가지고 있는데, 그렇게 보려고 하지 않거나, 그 방법을 모르는 것 같아요. 당연히 그렇게 쳐다봐야하는데 사람들은 그렇게 안보고 있거든요. 시인 입장에서 보면 시를 통해서 그들의 시선을 바꿀 수 있게 도와주는 게 저의 역할인 것 같아요. 시를 쓰면서도 이 세상에 존재하는 시인들이 존경스러운 이유가 거기서 나오죠. 시를 통해 세상 사람들을 이끌어주고 도와줄 수 있다고 생각하면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한 마음입니다.

Q. 시집을 출간하시면서 기억나는 일화가 있으시다면?

지난 2013년도에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셨어요. 모친의 임종을 지키기 위해 수발을 들고 있었고 그 당시 병원 근처에서 벚꽃을 보여드린 적이 있어요. 어머니는 휠체어에 앉아 벚꽃을 보더니 ‘너무 화사하고 좋다’라며 ‘네가 정말 하고 싶은걸 하고 살렴’이란 말을 해주셨어요. 그 장면이 가슴 속에 깊이 남아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 열흘 동안 여행을 하며 마지막 신춘문예 도전을 계획했어요. 그 과정에서 좋은 결과가 나왔죠. 그 조언이 없었다면 지금의 저는 없을 것 같아요.

박 시인이 지난 5월 출간한 시집 '지는 것들의 이름 불러보면'
박 시인이 지난 5월 출간한 시집 '지는 것들의 이름 불러보면'

Q. 시 쓰면서 좌절하거나 힘들었던 적이 있나요?

A. 시 쓰는 것이 고통이고 좌절이면 절대 못하죠. 저녁 늦게 서재에 앉아 깊은 생각에 빠질 때가 있어요. 오랜 고뇌 끝에 하나의 단어를 찾고 시의 결을 발견했을 때 너무 행복해요. 그 보상이 고통이라고 생각하는 것들을 다 씻어내 주기 때문입니다. 저는 시를 일로 생각하지 않고 노는 것이라 생각해요. 혼자 놀기의 진수가 바로 시 쓰기죠. 왜냐면 남이 써주는 게 아니잖아요. 내 생각이나 감정, 이야기를 풀어내는 결정체니까요.

Q. 혼자 놀기의 진수요?

저는 제가 쓴 시를 잔잔한 음악에 맞춰 읽곤 해요. 제 목소리를 녹음해 들으며 시에 담긴 이미지를 머릿속에 그려보죠. 그렇게 하다보면 제가 시에 담은 이미지가 떠오르기도 하고 잘못된 단어를 찾아내기도 해요. 그럼 수정해서 다시 녹음하고, 그 과정을 반복해요. 이 작업을 몇 번 하다보면 하루가 순식간에 지나가요. 정말 시 쓰기는 재밌는 놀이에요.

Q. 제5대 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 계룡시지회(이하 계룡예총) 지회장을 역임하고 계신데 어려운 점은 없으신가요?

A. 제가 교직생활 당시 했던 것들이 연장 됐다고 생각해 힘들지 않아요. 학교의 축제, 행사, 프로그램 등을 기획하는 과정은 너무 즐겁죠. 교육, 예술은 한 번 지나가 버리면 되돌릴 수 없는 소중한 시간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아주 디테일하게 계획을 잡죠. 그 과정이 오래 걸린다 한들 아이들이 좋아하고 나은 쪽으로 변화되면 희열을 느꼈어요. 계룡시민들의 문화적 감성을 일깨우고, 예술의 수준을 높이는데 기여하고 싶어요. 맡겨주신 분들에게 너무 감사한 마음입니다.

Q. 현재 문화예술계가 코로나19로 인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어떤 심경이신가요?

A. 시청에서 코로나19로 인해 문화 예술 행사를 자제하고 내년에 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그 이유가 뭐냐 물어봤더니 코로나19 때문에 시민들을 동원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거예요. 작년에 100명이 왔으면 지금은 50명도 안 온다는 거죠. 성과가 없단 거예요. 코로나19 상황이 장기화하면서 단 한 번의 전시·공연 기회마저도 가지지 못할 소중한 청년 예술가들의 피해가 커질까 우려돼요. 코로나가 있던, 없던 계속해서 자신의 역량을 쌓고 있고 생계를 꾸려나가기 위해 노력하지만 그 과정이 묻혀버린 상황이죠. 위축된 문화예술계에 활기가 필요한 상황인데 현대 사회가 예술인들을 조금이나마 배려해줬으면 좋겠습니다.

Q. 앞으로의 작품 활동 계획이 있으신가요?

A. 시는 시 속에 그림을 숨기는 거예요. 은유나 상징적인 그림을 독자들이 찾도록 유도하는 거죠. 그런데 요즘 사람들은 숨어있는 것을 시간 내서 찾지 않고 어려워하잖아요. 때문에 은유나 상징이 많이 들어간 시들은 사람들이 안 좋아하는 것 같아요. 안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좋아할 겨를도 없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앞으로 시를 쓰게 된다면 조금 단순하게 쓰려고 해요. 그림을 시 속에 숨기지 않고 살짝 꺼내는 거죠. 단순하게 쓰면서 할 얘기는 다해야하고 새로운 시각으로 봐야하니까 어렵겠죠. 하지만 ‘독자를 바라보는 시인이 되겠다.’고 다짐했기 때문에 더욱 노력할거에요.

Q. 추천해주시고 싶은 시인, 작가님이 있다면?

A. 저는 제 동기 세종문인협회 회장 정용기 시인을 추천하고 싶어요. 정 시인은 말과 행동과 시가 일치하는 사람이에요. 인품도 정말 좋고 시도 잘 쓰고 정의감도 넘치죠. 그 친구는 주변에 적이 없어요, 모두 그를 좋아하죠. 제 머리 한 쪽에는 ‘정 시인이 진짜 시인이다’라는 생각이 담겨있어요.

Q. 마지막으로 하시고픈 말씀이 있으신가요?

A. 시를 읽는 다는 것은 시인이 시 속에 펼쳐놓은 세상을 같이 쳐다봐주는 거잖아요. 독자들이 저와 같은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봐줬으면 좋겠어요. 어떻게 보면 욕심이지만 그것은 독자의 몫이 아니고 저의 책임이에요. 제가 어떻게 독자들의 시선, 감성을 맞춰 조금이나마 위안을 주고, 같이 세상을 탐방할지 항상 고민하고 있습니다. 독자들과 함께 세상을 똑바로 바라보면서 살만한 세상을 꿈꾸고 싶어요. 이것은 제가 앞으로 시를 창작해 나가는 방향인 것 같아요.

◆ 작가 프로필

박주용 시인은 충북 옥천 청산에서 출생했고, 충남대 국어국문학과와 건양대 교육대학원을 졸업했다.

2014년 매일신문 신춘문예로 등단(시 부문)했고, 시집으로는 '점자, 그녀가 환하다'와 '지는 것들의 이름 불러보면'이 있다.

현재 화요문학 동인, 시산맥 특별회원, 계룡문인협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지는 것들은 멍으로 지는 것이어서 그림자도 피멍 들어 있다", "이름 부를 때마다 짙어지는 멍, 새기는 일보다 지우는 게 힘들 때가 많다", "시퍼렇게 멍들어도 어쩔 거여 허옇게 살아야지"라는 박주용 시인은 '멍의 시인'이며, 그의 두번째 시집인 '지는 것들의 이름 불러보면'은 '멍의 사회학'을 서정적인 아름다움으로 노래한다. 삶은 멍이고, 상처이다. "장다리꽃 시리고", "쉿, 우주의 꽃봉우리 열반 중이다.

송영두 기자와 박주용 시인
송영두 기자와 박주용 시인

 

송영두 기자 duden12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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