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유담
황유담 (청주 대성고1학년)

‘폐하께서는 물욕에 마음이 끌리고 욕심이 습관이 되셨습니다.‧‧‧ 아첨을 좋아하고, 정직을 꺼리며, 안일함에 빠져 노력할 줄 모르십니다.’ -면암 최익현 의정부 찬정 사직상소-

다들 한 번쯤은 그런 생각을 할 것이다.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 또는 지금 내가 다니고 있는 이 회사, 학교를 더 좋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 내 직위를 걸고 윗사람한테 문제를 따지고 싶다.’라는. 하지만 우리에게는 그런 일을 할 만한 용기가 없다. ‘지금 나 하나 챙기기도 바쁜데, 내 직위까지 잃어서 후세를 챙겨줘야 하나?’ 하는 생각도 들 것이다. 그러나 지금 시대보다 신분의 차 때문에 더 각박했던 조선시대 때도 앞에 적은 문구처럼 대놓고 목숨을 잃을 수 있는데 임금에게 충고를 하는 이들이 있다. 시대가 발전함에 따라 여러 가지가 나아졌다고들 하지만, 예전에는 목숨까지 건 상소를 오늘날에는 직위조차 걸기는커녕 아무 말도 못 하고 있으니, 과연 나아졌다고 할 수 있을까?

‘다시는 신을 부르지 마옵소서’라는 책은 제목에서 유추할 수 있듯 조선시대 사람들의 사직상소를 모아놓은 책이다. 단순히 모아놓은 것이 아닌 이 사직상소를 왜 내게 되었는지, 사직상소를 낸 시대의 배경은 무엇인지, 마지막으로 우리가 이것을 보고 무엇을 본받아야 하는지 까지 전부 적혀 있었다. 특히 각 인물의 사직상소로 들어가기 전 간단한 인물소개가 앞쪽에 나와 있는데 덕분에 이런 인물들을 쉽게 이해하고 깊게 내용을 읽을 수 있었다. 이 책에선 진심으로 ‘와!’ 소리가 나올 정도로 엄청난 직위들을 포기한 인물도 많았는데, 나는 이 중에서 특히 조금 생소했던 약천 남구만의 사직상소를 살펴봤다.

‘바라옵건대 신의 간절한 심정을 굽어살피어 속히 신을 면직하여 주시옵소서.‧‧‧‧비록 이렇게 직임을 벗을 수 있길 청하고 있습니다만, 신이 어찌 감히 단 일각인들 책임을 회피하고 조정을 잊을 수 있겠나이까.’

위의 문구는 책 속에서 나온 약천 남구만의 영의정 사직상소 내용 중 하나이다. 이 남구만은 숙종 때 영의정을 지낸 소론의 영수이고 교과서에 자주 수록되는 「번방곡」이라는 시의 지은이다. 그는 노론이 편찬한 『숙종실록』과 소론이 편찬한 『숙종실록 보궐정오』에서까지 그의 성품이 강직하다고 평가할 정도로 대담하고 용감한 이였다. 특히 그는 안민정책을 시행하는 일에 주력했는데, 때문에 이 사직상소에도 백성들의 삶을 안정시키고 혜택을 가져다주려는 마음이 담겨있다. 당시 남구만은 깊은 병으로 인해 자신이 더 이상 이 직위를 맡을 수 없다고 생각했다. 때문에 사직을 하려 했지만 그럼에도 조정의 일에 진언할 것이 있다며 이렇게 사직상소를 임금에게 전달한 것이다.

다시는 신을 부르지 마옵소서

 

그가 거론한 것은 바로 은점 문제였다. 당시 조선에서는 전국 각지에 위치한 은점을 통해 은을 채굴하고 그 재산을 국가재정에 포함했는데 중앙정부에선 이 은점들을 다 통제 할 수 없음으로 감독관을 선임했다. 그러나 각 지역의 은점에 감독관이 선임되고 개별적으로 운영되기 시작하자 워낙 큰 이권이 걸려 있다 보니 부정부패가 끊임없이 늘어났다. 군역을 회피한 무뢰배들이 산골짝에 들어가 은을 캔다며 남의 재물을 도둑질하거나 남의 아내를 겁탈하는 일도 자주 생겨나게 되었다. 하지만 중앙정부에서는 오로지 채굴량을 늘리는 데에만 급급하며 이러한 문제들은 신경쓰지도 않았다. 이와 같은 부정부패는 백성들에게 큰 피해를 안겨다주었고 그걸 본 남구만은 말했다. “저는 정말 모르겠습니다. 은을 캐는 일이 과연 백성을 위한 것입니까? ‧‧‧‧지금 조정이 걱정해야 할 것은 백성들이 굶주리는 것이지 은화가 부족한 것이 아닙니다. 굶어 죽은 시체가 즐비한 이때, 새로운 관직을 만들어 여러 도에 사람을 파견하는 이유가 백성을 구제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은을 캐기 위해서라면, 그 폐단이야 굳이 논할 가치도 없거니와 무엇보다 백성들의 절망이 너무나 클 것입니다.” 하지만 임금은 백성에게 끼치는 피해는 나중에 다시 논하여도 문제가 없다고 답했다. 이에 남구만은 완벽해 보이는 일도 진행 과정에서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데, 이렇게 문제가 큰 것들은 더더욱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하지 않겠냐며 물었다.

위에서 남구만은 주장했다. 정책이란 그 존재 의미에 맞게 백성을 우선으로 두어야 하고, 정책의 집행 과정에서 예상되는 문제점들에 철저히 대비하여야 한다. 또한 한 번 확정된 정책은 지속적이고도 일관되게 추진되어야 한다. 이는 우리 현대 사회에서도 필요한 사항이라고 생각한다.

이처럼 사직상소는 현대에 살고 있는 내가 보더라도 아주 직설적이고 깊은 의지가 담겨있었다. 예전이든 지금이든 정치에 관련해선 여러 문제들이 비슷하게 즐비하고 있고 때문에 이 책을 읽는 동안 현재 시행되는 여러 정책과 문제들 또한 저절로 떠오르며 대입해 보게 되었다. 예전의 잘못이 현재까지 이어진 다는 것은 진정한 ‘발전’이 아니다. 아마 우리에게는 편리함과 실용적임을 높인 기술의 발전이 아니라, 잘못된 점들을 윗사람에게 건의하고 이를 나아가게 하려 노력하는, 이런 용기의 발전이 필요한 것은 아닐까?

청주 대성고등학교 1학년 황유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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