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선영의 하루한줄] 분신같던 반려견·반려묘, 떠나보내는 긴 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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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선영의 하루한줄] 분신같던 반려견·반려묘, 떠나보내는 긴 여정
  • 강선영 기자
  • 승인 2020.06.24 1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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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곧 돌아올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건 고양이를 좋아하고 고양이를 키운 적이 없는 집에 물으면 다들 입을 모아 반드시 돌아온다고 말하기 때문인데, 나는 정말 그렇게 믿고 싶다. (…) 이제 그만하자고 생각하면서도 또 부르고 싶어져서 이마를 방석에 대고 노라야, 노라야, 부른다. 멈춰야 함을 알지만 거기 없는 노라가 사랑스러워 멈출 수가 없다."

 

우치다 햣켄이 고양이 노라와 쿠루, 이렇게 셋이서 '함께' 지낸 시간은 없었다. 노라가 1년 반, 쿠루가 5년 3개월. 두 마리 고양이가 우치다 햣켄의 곁에 머물다 간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그리고 그 짧은 시간에 대한 눈물겹지만 사랑스러운 기록이 반세기가 넘는 시간을 건너 여기 남았다.

우치다 햣켄의 나이 예순여섯에 예기치 못한 작은 손님 하나가 헛간 지붕에서 바지랑대를 타고 내려와 그의 집 물독에, 아니 그의 삶 속에 퐁당 뛰어들었다. 바로 고양이 노라였다. 노작가의 '작은 운명'이었던 노라가 훌쩍 집을 떠난 뒤, 눈물로 낮밤을 지새우며 "노라야, 노라야, 노라야"를 되뇌던 우치다에게 어느 날 문득 고양이 쿠루가 찾아와, 곁에 스르르 머문다. 그리고 5여 년 후, 그의 품에서 숨을 거둔다. 이 책은 그 아름답고 슬프고 환한 시간들에 대한 기억이자 기록이다.

노라가 가로질러 떠난 정원에 수십 번의 계절이 피었다 시들었지만, 그럼에도 노라를 생각하고 부르는 것을 멈추어야 할 적당한 때라는 건 찾아오지 않았다. 결국 목에 달아주지 못하고 넣어둔 서랍 속 목걸이처럼, 노라를 위한 마음은 항상 햣켄의 마음속 어딘가에 가지런히 수납되어 있었다.
노라와 달리 쿠루는 마지막 눈감는 순간을 곁에서 지킬 수 있었다. 귤 상자에 담겨 그의 집 정원에 고이 묻혀 있다. 언제든 원할 때 따뜻한 이부자리로 올라와 품에 안길 수 있다.

찾지 못한 노라 생각으로 단팥죽 위에 툭 떨어트리는 눈물 한 방울, 고양이가 떠나고 남은 자리를 감히 바라보지도 못하고 엉엉 울음을 쏟아내는 힘겨운 어깨, 찬바람에 문이 삐걱대는 소리에도 심장이 철렁 내려앉는 애잔하게 굽은 등, 그 장면들, 그 마음들을 오래 기억하게 되는 글이다.

-우치다 햣켄의 '당신이 나의 고양이를 만났기를'에서

강선영 기자 ksy@newsnb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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