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터뷰] '양꼬치 사총사의 지옥대탐험' 이은하 작가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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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터뷰] '양꼬치 사총사의 지옥대탐험' 이은하 작가를 만나다
  • 송영두 기자
  • 승인 2020.06.14 10: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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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앤북'은 매주 시집, 소설, 산문 등 신간을 발매한 작가들을 만나 그들이 가진 독특한 창작 세계를 들여다보려고 합니다. 소소하면서 진지한 작가와의 대담 속에서 그들의 눈으로 본 세상을 뉴스앤북이 독자여러분께 전해드립니다. 뉴스앤북과 함께 분야와 지역을 넘어 다양한 책과 사람들을 만나보세요. 

이은하 작가
이은하 작가

"아이들이 동화책 속에서 마음껏 뛰어놀고, 행복하게 웃고, 때론 울며 힐링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온 세상에 연둣빛이 찾아온 어느 날 한남대학교의 한 카페에서 국어국문창작학과 교수 이은하 작가를 만났다.

파릇파릇 피어나는 풀의 생명력처럼 이 작가의 미소에는 행복의 에너지가 넘쳐났다.

그의 웃음 소리는 마치 어린아이 처럼 때묻지 않은 순수함이 가득했다.

여전히 아이들의 마음으로 글을 쓰고 있는 이 작가의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보자.

Q. 최근 ‘양꼬치 사총사의 지옥 대탐험’을 출간하게 된 소감 말씀해주세요.

A. 반갑고 기쁜 마음이에요.

‘양꼬치 사총사의 지옥 대탐험’은 오랫동안 고민하고 쓴 작품이에요. 한참 묵혀두었다가 꺼내어 여러 번 수정을 했어요. 오랜 시간 마음을 쏟아서인지 더욱 설레요.

머릿속에 떠다니는 이미지들이 하나의 이야기로 완성돼 책으로 나온다는 건 생각보다 멋진 일입니다. 누군가 제 책을 읽고 또 다른 상상을 한다는 건 신기한 일이고요. 날아가 버릴 수도 있는 이야기가 세상에 태어나 우리들 곁에서 숨 쉬고 있으니까요. 책 출간을 기점으로 조금씩 더 진지해지고 있어요. 이 책이 누군가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에 대한 사명감이 들기 때문이에요.

저는 글을 쓸 때 주인공 아이가 돼 몰입해서 쓰는 편인데, 이 글은 착상하는 단계에서부터 ‘자란다는 것, 성장한다는 것은 무엇일까’에 대한 철학적 고민을 많이 했어요. 어른이지만 여전히 불확실한 삶 속에서 헤매고 있었고, ‘어떻게 살아야 즐겁고 행복하게 사는 것’인지에 대해 해답을 찾고 있었거든요. 평범한 한 사람으로서 그리고 작가로서 기한 없이 멈추어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보자는 마음에서 출발했기에 저한테는 의미가 있는 책입니다.

최근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모두들 힘든 상황인데, 이 책을 통해 어린이들이 불안과 우울한 마음을 해소하고 웃음과 활기를 찾았으면 좋겠어요. 

Q. 이 책을 출간하시면서 기억에 남는 이야기가 있나요?

A. ‘양꼬치 사총사의 지옥 대탐험’은 중국에서 생활한 제 경험이 담겨있어요. 주인공 빛나, 범수, 동동, 강강은 낯선 세계에서 만난 제 이웃이자 친구이며, 제 모습이기도 합니다. 

산동성 지난에서 살았던 집과 공원, 도시 풍경은 익숙하면서도 설렜고 신기하면서도 두려웠어요. 당시 언어 문제로 긴장을 많이 했었는데 부딪히고 상처받으면서 어울리는 과정은 새로운 발견으로 이어졌어요. 나이와 성별, 문화와 언어 차이는 분명히 있지만 두려움이 편안함으로 변하는 과정은 너무나 흥미로웠죠. 낯선 이들과 따뜻한 마음을 교감하게 되는 순간들은 능숙한 말과 글을 통해서 이루어지는 게 아니란 걸 알게 되었죠.

책을 쓰는 일은 고되지만 중국에서 겪었던 일들을 곰곰이 떠올리면서 행복한 시간을 보냈어요.

Q. 최근 발생한 아동학대 소식을 접하며 많이 힘드셨다던데?

A. 이 책을 쓰기 위해 어린이·청소년 문제에 대한 자료를 많이 찾아봤어요. 학교폭력, 왕따, 게임 중독, 가출, 자살 등 위험하고 가슴 아픈 현실을 보면서 절망감이 들어서 힘들었어요. 

아이들의 문제는 부모님과 학교, 사회 문제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어서 쉽고 간단히 생각하면 안 되는 문제들인데, 우린 이를 지속적으로 살펴보지 않는 것 같아요. 

이 아이들은 앞으로 어떤 마음으로 살아가게 될까, 아이들의 문제 행동을 어디서부터 어떻게 들여다보아야 할까, 고민하면서 마음이 내내 우울했어요. 그리고 나는 어떤 어린이였고, 어떤 어른으로 자라있는가 또다시 생각하게 됐죠.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그런 생각들이 꼬리를 물고 저를 괴롭혔어요. 그래서 저는 당시 집 앞의 천불산을 매일 등산하고, 시끄럽고 후미진 골목길과 시장통을 쏘다녔지요. 그리고 철학과 종교 서적을 탐독하면서 제 자신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어요. 이야기를 탄생시킨 중국 생활 2년은 생각이 많이 꿈틀거린 시간이었고 제 자신을 인내하는 시간이었어요. 

Q. 출판하시면서 아쉬운 점이 있었나요?

A. 이 책을 구상할 때부터 판타지 만화와 애니메이션으로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집필했어요. 시리즈로 출간할 생각이어서 역동적 사건과 공감각적 이미지가 훨씬 많았는데 여건 상 분량을 많이 줄이다 보니 삭제된 내용들이 있어요. 그 점이 아쉽지만 훗날 좋은 기회가 생기면 생략한 이야기들도 새롭게 태어날 수 있으리라 생각해요.

Q. 이번 동화책에 좀 무거운 주제를 담으셨는데 계기가 있나요?

A. 10년 전 중국에 있는 대학에 초빙교수로 근무했던 적이 있어요. 

당시 제가 생활했던 곳은 불교적 색채가 짙은 지역이었어요. 책 속의 현실적 공간은 그곳에서의 생활이 토대가 됐어요. 당시 낙후된 지역의 서민적 삶을 보면서, 또 이주한 한국인과 어린 한국인 유학생들의 생활을 보면서 잘 드러나지는 않지만 사투를 벌이듯 불안과 싸우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어요. 

책 속의 주제의식이 무겁고 부정적인 것은 아니에요. 사는 건 매 순간 도전이며 긴장감이 돌지만 그렇기 때문에 흥미롭고 짜릿하죠. 편안해서 보지 못하던 것들이 힘든 순간에 더 잘 보이고, 당연하게 여기던 것들이 얼마나 귀한 것인지 느낄 수 있도록 쓰고 싶었어요.    

또 어린이들이 단순해 보이지만 생각보다 마음이 복잡하다는 것을 그려내고 싶었어요. 기억에서 지우고 싶은 것, 극복하기 힘든 것, 고통의 무게, 슬픈 감정을 어떻게 정화시켜 나가야 하는지는 어린이들에게 중요한 문제이고 어른들과의 소통과 노력이 절실하다는 주제의식을 담고 싶어서 서사성과 환상성이 강한 장편 판타지로 집필하게 됐어요. 

Q. 주인공 범수, 빛나, 강강, 동동을 통해 어떤 말을 전하고 싶으셨나요?

A. 살면서 힘든 마음은 어른들도 종종 느끼잖아요.

아이들이 습관적으로 하는 말들 중에 “죽고 싶다”는 말이 있지요. 이 말은 ‘나 좀 봐 주세요, 내 얘기 좀 들어 보세요, 나 좀 구해주세요’라고 말하는 역설적인 외침이라고 생각해요. 

책 속의 주인공들은 진짜 죽으려고 한건 아니지만 주변에서 답을 회피하니까 직접 지옥에라도 뛰어든 거예요. 그 곳에서 간절히 원하던 누군가를 만나고, 운명적인 문제에 대해 ‘가서 물고 늘어져서라도 묻고 따지고 싶다’라는 내적 동기와 욕구를 분출한 거죠. 

이 친구들이 죽어서 체험한 세계는 너무나 낯설고 이상하지만 ‘그 곳이 현실보다 더 리얼한 현실이다’라는 걸 전하고 싶었어요.

Q. 주인공 아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어떤 말일까요?

A. 이 책 속에 나오는 주인공들은 중국인 쌍둥이 형제와 중국에서 살게 된 한국인 아이들이 우정을 쌓고 친구가 돼 인생의 또 다른 체험을 해나가는 이야기에요. 

주인공들은 각기 다른 개성을 지녔으면서도 비슷한 면이 많아요. 각자 말 못할 아픔과 괴로움이 있는데 혼자 힘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문제들로 머리가 아픈 친구들이에요. 어쩌면 평생 그 문제와 씨름하듯 살아야 되는 아이들이죠. 

최근 아동 폭력, 가정 문제, 학업 문제 등으로 사건 사고가 많은데, 유년시절에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겪게 되는 어려움이나 고통이 평생 아이들의 삶을 갸우뚱하게 만드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궁금한 것들에 대해 피하지 말고 묻고 답할 대상을 찾아 물고 늘어지라고 말하고 싶어요. 먼 훗날 그 대상은 결국 자기 자신이 되겠지만 그 여정 또한 귀한 순간이 될 거라고 얘기해 주고 싶어요.

양꼬치 사총사의 지옥 대탐험을 읽는 아이

Q. 어떤 아이들이 이 책을 읽었으면 좋겠어요?

A. 어린이들은 여리고 약해보이지만 작은 것에도 기쁨과 슬픔을 잘 느끼고 현실에 대한 적응력도 빨라서 어른보다 강합니다. 

고민이 많고 사는 게 재미없는 친구들, 어려운 질문에 답을 구하지 못하는 아이들이 이 책을 읽었으면 해요.

예를 들어 ‘나는 왜 이런 병에 걸렸지?’, ‘엄마 아빠는 왜 이혼을 하신 거야?’, ‘친구들은 왜 나를 싫어하지?’, ‘나는 왜 내 꿈과 상관없는 공부를 해야 하지?’ 같은 질문들이죠.

너무 어려운 질문들이예요. 답이 없다고 묻지도 않고 피해버리지 마세요. 외면할수록 궁금증은 더 커져서 힘들고 지칠 때면 되살아나 우리의 마음을 병들게 하니까요.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은?

A. ‘양꼬치 사총사의 지옥 대탐험’ 은 ‘내면의 물음’을 던지는 데서 시작한 작품이지만 동화는 재미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동화책을 펴는 순간 낯선 세계로 빠져들어 신나는 판타지 체험을 하기를 바랍니다. 

때로는 표정과 몸짓이 말보다 더 많은 것을 담아내듯이 책을 읽는 동안 나타나는 표정과 감정이 현재 여러분의 진심일지 모릅니다. ‘나는 지금 괜찮아, 문제없어’라고 말하기보다 양꼬치 사총사와 함께 마음껏 떠들고 뒹굴었으면 좋겠어요. 주인공들처럼 힘든 문제를 감추지 말고 꺼냈으면 해요. 속마음을 터트리고 울고 불며 쏘아붙이는 싸움이 꼭 나쁜 것은 아니니까요. 억누른 감정부터 쏟아내어 자연스럽게 흘러가도록 만들어야 더욱 건강하게 잘 자랄 수 있으니까요.

◆ 작가 프로필

이은하 작가는 명지대학교 문예창작학과 졸업를 졸업해 명지대학교 대학원 문예창작학과 석사 ·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아동문예 신인상, 아동문학평론 신인상, 한국소설 신인상, 세계동화문학상 등을 수상했으며 현재, 한남대학교 국어국문·창작학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저서로는 장편동화 『콧구멍 속의 비밀』, 『아이야, 별이 되어라』, 『내 짝꿍 하마공주』, 『내 별명은 쓰레기』, 『빼앗긴 일기』, 『바람 부는 날에도 별은 떠 있다』, 『우리 아빠가 된 나백수』, 『꿈꾸는 코스모스』 와 소설집 『만약에 퀘스천』, 이론서 『문학과 상상력』, 비평집 『이준연 아동문학 50년』  외 다수의 작품이 있다.

이은하 작가와 송영두 기자
이은하 작가와 송영두 기자

송영두 기자 duden12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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