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선영의 하루한줄] 상상만 했던 소설 속 음식들, 번역의 맛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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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선영의 하루한줄] 상상만 했던 소설 속 음식들, 번역의 맛은 어떨까?
  • 강선영 기자
  • 승인 2020.06.11 11: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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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베리나 크랜베리 같은 열매들은 아예 이렇다 할 번역어가 따로 없어서 혼란이 더욱 가중된다. 영한사전 편찬자들은 블루베리나 크랜베리의 한국어 뜻풀이를 ‘월귤의 일종’이라든지 ‘월귤의 사촌’이라고 기재하고, 그걸 본 번역가들이 책에다 블루베리나 크랜베리를 ‘월귤’이라고 뭉뚱그려 표기하는 경우가 많다. 결과적으로 한국어 번역서에 월귤이 나오면 그게 원문에서 링곤베리인지, 블루베리인지, 크랜베리인지 알 수가 없다."

 

소공녀 세라, 하이디, 작은 아씨들, 주디 애벗……. 책을 사랑하는 독자라면 한번쯤 그들의 친구가 되어 고민을 털어놓고 웃음과 눈물을 나누었을 것이다. 그리고 건포도빵과 나무딸기 주스, 그레이비 같은 들어본 적조차 없는 음식의 맛을 황홀하게 음미했을 것이다. 이 모든 불가능한 일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바로 번역의 힘 아닐까.

작가이자 번역가인 김지현의 첫 산문집 '생강빵과 진저브레드'가 출간됐다. ‘순록 스튜’부터 ‘생강빵’ ‘과자 집’ ‘TV 저녁식사’까지, 제목으로 내걸린, 고전 명작 34편에 등장하는 음식 이름만 훑어도 침이 꼴깍 넘어간다. 그중에는 당시에는 생소했지만 지금은 동네 마트에서도 쉽게 만날 수 있는 식재료도 있고, 상상 속에서만 맛볼 수 있는 음식도 있다. 우리말로 바꾸어도 자연스러운 음식이 있는 반면, 어떻게 옮겨도 부자연스러운 음식도 있다. 오늘도 번역가들은 그 사이 어디쯤에서 고뇌하고 있을 것이다. 김지현이 더없이 다정한 언어로 전하는 번역의 고단함과 황홀함 그리고 추억어린 ‘문학 먹방’ 이야기를 들어보자.

'생강빵과 진저브레드'의 각 챕터는 지은이 김지현이 만난 명작 소설의 한 구절로 시작된다. 책의 차례도 식욕을 돋운다. 식전(食前), 본 식사, 식후(食後) 순에 따라 총 3부로 구성했다. 제1부 ‘빵과 수프’에는 하이디가 그리워한 검은 빵, 소공녀 세라가 양보한 건포도빵 등의 이야기가 소담스럽게 담겼다. 제2부 ‘주요리’에는 워더링 하이츠의 크리스마스 파티에 차려진 거위 구이를 비롯하여 안나 카레니나가 맛본 플렌스부르크 굴과 함께 서양의 대표적인 인스턴트 식품 ‘TV 저녁식사’도 다루어 최대한 다양한 음식을 소개했다. 

제3부 ‘디저트와 그 밖의 음식들’에는 빨간 머리 앤이 마신 나무딸기 주스, 오 헨리의 클라레 컵처럼 생각만 해도 기분 좋아지는 디저트뿐만 아니라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먹은 ‘아주 작은 케이크’처럼 상상의 음식까지 실었다. 음식 이름을 제목으로 한 각 챕터에는 그 음식이 등장한 소설 속 장면을 실어 읽는 맛을 더했다. 챕터 끝에는 최연호 파티시에의 감수를 받아 음식에 대한 상세한 설명과 정보를 덧붙였다. 

지은이가 섬세하게 배치한 순서를 따라 읽어도 좋고, 좋아하는 음식부터 찾아 음미하듯 읽어도 좋다. 좋아하는 문학 작품이 담긴 챕터를 찾아 다시 한 번 추억에 젖어보아도 좋을 것이다. 어느 페이지를 펼쳐도 눈을 즐겁게 하는 아기자기한 일러스트는 윤미원 푸드 일러스트레이터의 작품이다.

-김지현, 최연호의 '생강빵과 진저브레드'에서

강선영 기자 ksy@newsnbook.com

강선영 기자 ksy@newsnb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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