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터뷰] 사물을 바라보는 남다른 시선 '옥빈' 시인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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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터뷰] 사물을 바라보는 남다른 시선 '옥빈' 시인을 만나다
  • 송영두 기자
  • 승인 2020.06.07 09: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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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앤북'은 매주 시집, 소설, 산문 등 신간을 발매한 작가들을 만나 그들이 가진 독특한 창작 세계를 들여다보려고 합니다. 소소하면서 진지한 작가와의 대담 속에서 그들의 눈으로 본 세상을 뉴스앤북이 독자여러분께 전해드립니다. 뉴스앤북과 함께 분야와 지역을 넘어 다양한 책과 사람들을 만나보세요. 

뉴스앤북이 옥빈 시인을 만나기 위해 대전산업단지를 찾았다. 

대전산단 내부는 오전부터 무거운 것을 옮기고, 기계를 만지는 이들이 비지땀을 흘린다. 그런 현장에서 작가를 만난다는 것은 생소한 일이었기에 낯선 공기가 자욱하게 다가온다. 

하지만 이런 고정관념은 옥 시인을 만나자 단번에 무너졌다. 

따뜻한 미소, 나긋한 목소리는 돌 사이를 뚫고 피어난 민들레 같았다. 

그의 개인 공간 곳곳에 가득한 책과 글은 문학에 대한 열정이었다. 그의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보자.

옥빈 시인

Q. 지난 1993년 계간 ‘문학세계’로 등단했는데 조선소 일을 하던 중 글을 쓰게 된 계기가 있다면?

A. 거제도 대우조선에 근무할 당시 독서가 힘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어느 날 일을 마치고 술집을 가게 됐어요. 술집에서 직원에게 TV문학관에서 나온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옆에 있는 분이 갑자기 끼어드는 거예요. 그래서 같이 이야기를 하다가 일주일 후 자신이 쓴 글을 가지고 다시 만나기로 했죠. 저는 2~3편을 작성해서 갔는데 그 분은 노트 한권을 통째로 가져오는 거예요. 그 분이 써오신 글을 읽다보니 저도 조금씩 글에 관심이 생겼죠. 그래서 그 분의 그분들의 작업을 도와드리며 저도 글 작업을 시작하게 됐어요. 이후 거제도문인협회에 가입하며 활동에 박차를 가했어요. 시간이 지나고 결혼해 대전으로 올라와 동료 문인들과 함께 작품 활동을 이어 가고 있죠.

Q. 27년 동안 글을 쓰면서 힘들었던 적이 있었나요?

A. 처음에는 제가 문학을 전공하지 않아서 힘들었죠. 그래서 책을 마냥 많이 읽었어요. 항상 책을 읽으며 글에 대해 독학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면서 책에 대한 제 인생의 방향이 잡혔죠. 책을 읽으며 깨달음으로 가는 성찰을 배운 거예요. 과거 천주교 미사를 보러 갔다가 ‘네 이웃도 사랑하지 못하며 어떻게 나를 사랑하려 하느냐’라는 말에 영감을 받은 적이 있어요. 당시에 ‘내가 다른 사람부터 잘 대해주지 못하면서 어떻게 내가 잘 지내냐’라는 생각을 하며 살았어요. 저는 일상에서 깨달음을 얻는다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옥빈 시인의 '업무일지'
옥빈 시인의 '업무일지'

Q. 작년에 출간한 ‘업무일지’에 굉장히 신선한 소재를 담으셨는데?

A. 제가 직접 경험한 노동 현장의 애환과 노동의 가치, 의미 그리고 공구와 기계에 대한 애착을 시집에 풀어놨어요. 원래 ‘업무일지’가 3집인데 모두 생활을 담은 생활 시에요. 일상생활을 하며 조금씩 써놓은 작품들이죠. 1집은 시골에서 생활할 때의 이야기를 담았고 2집부터 사회현상에 대한 반성, 주장을 담기 시작했어요. 1집부터 ‘업무일지’라는 내용을 담았는데 3집을 준비하기 전, 한 권으로 모아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작년에 출판한 ‘업무일지’를 통해 제 이야기를 할 수 있었죠.

Q. ‘업무일지’에 총 60편이 수록됐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이 있으신가요?

A. 특별히 기억에 남는 작품은 없고 저 같은 경우 모든 작품 하나하나가 다 소중하죠. 제목 하나하나가 주는 깨달음을 이번 작품에 담은 거예요.

한나절이나 하루를 쓰고 무심코 버려질 때마다 나는 무사한 날들을 꿈꾸었다//내가 잡았던 연장이나 자재들이 쉼 없이 일하는 동안 기름때에 얼룩진 저녁에 오면 검은 노을이 진다//무엇이 나를 사지로 내몰아대는가 닳고 해어져서가 아니다 스멀스멀 내 안쪽까지 파고들어 위협하는 분진이나 기름때에 방어선을 넘겨주었을 뿐이다//오른쪽과 왼쪽이 없다 정해진 것은 과거이고 정해지지 않은 것을 미래다 날품 같은 사랑이 전부다 (‘면장갑’)

면장갑은 일하면서 계속 끼고 있다가 더러워지면 버리잖아요. 그런데 장갑 입장에서 보면 손이 다치지 않게 막아주잖아요. 보호해주는 거죠. 저는 그런 쪽으로 많이 바라봐요. '내가 하는 일에는 이런 게 있어'라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 “생긴 것과 쓰는 힘이 남 다르다”라는 깨달음을 알려주고 싶죠.

Q. 깨달음이라면 어떤 건가요?

A. 절단기, 용접기, 망치, 바이스플라이어, 드릴, 스패너, 그라인더.....//해결할 놈들 손볼 때는 절단 내고, 지지고, 때리고, 물고, 파고, 조이고, 갈아버리고.....//할 일을 하다 보면 나누고, 붙이고, 맞추고, 잡아주고, 뚫고, 연결하고 다듬고....(‘연장’)

절단기는 자르는 게 아니라 나누고, 용접기는 지지는 것이 아닌 붙이는 것 등 똑같은 연장을 바라보는 시각에 대한 이야기죠. 이런 형태로 사물을 바라보면 특별한 무언가가 보여요. 연장의 삶을 나의 삶과 적용시키면서 잡아주고, 연결하고 뭐 그런 깨달음이죠.

Q. 투박하고 단순한 사물들을 보실 때 특별한 점을 찾아내는 작가님만의 방법이 있다면?

A. 저는 사물들에 대한 ‘의인화‘를 시키려고 많이 노력해요. 면장갑이란 시를 쓰려고 하면 면장갑 입장에서 바라보려고 하고, 긍정적인 면을 보게 되죠. 특히 사물들의 임무가 있잖아요? 볼트와 너트의 임무가 있고, 망치의 임무가 있고. 그런 것들을 생각하다 보면 노동자의 일과 도구가 하는 일을 같이 생각하고 느껴질 거에요. 독자들이나 노동자들에게 “그 일에 대한 소임을 다했다“라는 느낌을 깨닫게 해주고 싶어요.

Q. 매일 반복적인 삶을 살고 있는 지친 직장인들에게 어떤 말을 해주고 싶으신가요?

A. 사실 우리의 삶은 반복이잖아요. 하는 일을 매일 해야 하죠. 그게 ‘너무 짜증나고 힘들어’라고 생각하지 말고 삶의 한 부분이라고 생각하며 다른 취미나 흥미를 찾아갔으면 좋겠어요. 일상에 변화를 줬으면 좋겠다는 거죠. 또 누구를 만나서 이야기를 하고 털어놔야 속이 풀리잖아요? 사람을 만나야 된다고 생각해요. “일상은 당연한 거다”라는 긍정적인 생각을 통해 일상을 어떻게 즐길 수 있는지 고민해야된다고 생각해요. 결과적으로 "자신이 처한 입장에 순응하고 이 상황을 어떻게 즐겨 나갈지 깊이 생각해보세요"란 말을 하고 싶네요.

Q. 앞으로의 작품 계획이 있으신가요?

A. 이제 업무일지는 그만 쓰려고 해요. 요즘은 두 가지 경우를 분리해서 쓰고 있는데 하나는 ‘시골스러움’이에요. 낫, 경운기, 풍구 등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거죠. 다른 한 가지는 ‘자연’이예요. 무궁화, 오징어, 거미집 이런 것들을 통해 사회의 부조리나 정치적인 이야기를 풀어나갈 예정이에요. 향후 이 두 가지 주제를 묶어서 출판할 것이냐, 따로 출판할 것이냐를 고민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Q. 작가님께서 추천해주고 싶은 작가님이 있나요?

A. 저는 두 분을 추천하고 싶은데 한 분은 이강산 작가님을 추천하고 싶어요. 사진도 찍으시고 소설도 쓰시고 시도 쓰시는 분이에요. 최근에 ‘하모니카를 찾아서’란 시집도 출판하셨어요. 교직 생활에서 활동하시다가 은퇴를 하시고 작가의 길을 걷고 계신 분이죠. 배려심이 넘치시고, 삶의 활력이 가득하신 분 입니다. 또 한분은 이봉직 작가님 이예요. 대표적으로 '웃는 기와'라는 작품을 집필하셨죠. 기자 출신이시라 글을 정말 잘쓰시고 표현력이 픙부하세요. 이 두 분의 넘치는 열정과 에너지를 독자분들에게 전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Q. 마지막으로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으신가요?

A. 제 인생을 책에서 가져왔다고 생각해요. 배움의 깊이를 더욱 깊게 해주는 것이 독서죠. 시가 어렵다고 생각해도 다시 한 번 꼼꼼하게 읽어보면 ‘아 이런 내용을 담고 있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될 거에요. 책을 많이 읽는게 중요해요. 독서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전체적으로 젊은 친구들이 문화생활을 조금 더 즐겼으면 좋겠어요.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독서, 문화생활이 많이 침체됐잖아요. 책 속에 인생이 있고 많은 깨달음이 있으니, 부디 독서를 통해 나 자신을 뒤돌아보면 좋겠어요.

◆ 작가 프로필

옥빈 시인은 충남 계룡시에서 태어나 충남기계공업고등학교 기계과를 졸업하고 거제도의 대우조선에 입사하여 7년간 근무했다.

현재 대전에서 기계장비를 판매, 설치하는 ‘한국기계’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시인은 1993년 계간 '문학세계' 신인상으로 등단했다. 시집으로 '그대 가슴까지 붉게 물들이겠어요', '흔들렸던 추억은 아름답다'가 있다.

대전시장문학부문공로상, 정훈문학작품상, 한국생활문학작품상 등 화려한 수상 경력을 갖고 있지만 그는 늘 초심의 마음으로 시 창작에 열중하고 있다.  송영두 기자

옥빈 시인과 송영두 기자

송영두 기자 duden1212@naver.com

송영두 기자 duden12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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