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세계 대전 동안 유대인 대학살을 경험했지만 엘리 위젤은 매일 자신의 갑옷을 훌훌 벗어던지고 학생들에게 자신을 모두 열어 보였다. 그리고 학생들은 그도 미처 알아차리지 못하는 사이에 서로의 꿈과 희망에 귀 기울이고 신앙과 우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는 말했다. “사랑도 가능하고, 희망도 가능합니다. 나는 항상 열린 마음으로 강의를 합니다. 도덕적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라 꼭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교사가 먼저 마음을 열면 학생들이 마음을 여는 일이 가능해지거든요.”

 

홀로코스트 생존자이자 노벨 평화상 수상자인 엘리 위젤(Elie Wiesel, 1928-2016)이 생전에 보스턴 대학교에서 매주 수요일마다 세계 각지에서 온 학생들과 함께 대화하고 토론한 내용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책. 엘리 위젤은 나치 독일의 유대인 대학살이나 인권 문제뿐 아니라 기억, 믿음과 의심, 광기와 저항, 말과 글을 넘어서는 예술 같은 문제에도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으며, 어떻게 하면 인간에 대한 애정으로 세상의 아픈 곳을 치유할 수 있을지 학생들과 자주 이야기했다.

저자인 아리엘 버거는 15세에 처음 엘리 위젤을 만났고, 20대를 엘리 위젤의 학생으로 보냈으며, 30대를 엘리 위젤의 조교로 일한 인물로, 25년 동안 이어진 만남의 기록과 5년 동안의 강의 필기 등을 토대로 엘리 위젤과 함께한 수업의 열기를 고스란히 되살려냈다.
엘리 위젤의 따뜻하고 감동적이며 때로는 위트 넘치는 수업은 힘겨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좀 더 성숙하고 지혜로운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엘리 위젤의 학생이 되었다고 해서 반드시 전사 같은 활동가가 되거나 저항자나 성자가 될 필요는 없다. 엘리 위젤과 함께한 수업을 통해서 우리는 힘도 영향력도 없이 외면당하고, 차별과 배제 속에서 위기에 처한 이들을 좀 더 세심하게 신경 쓸 때 비로소 인류애가 지속될 수 있다는 희망을 배울 수 있다.

미국의 저명한 사회 운동가이자 교육자인 파커 J. 파머는 이 책이 출간된 후 이렇게 말했다.
“아리엘 버거의 노고 덕분에 엘리 위젤이 수많은 학생들에게 가르쳐온 내용들을 찾아볼 수 있게 되었다. 그것도 단지 그가 남긴 말과 글 등을 통해서뿐만 아니라 그의 삶과 인간관계를 통해서 말이다. 엘리 위젤은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고통 앞에서도 진정한 인류애가 무엇인지 보여준 우리 인류의 보물이었다. 이 책 역시 우리에게 죽음을 생명으로 어떻게 변화시켜야 하는지, 그리고 우리가 오늘날 겪고 있는 고통을 어떻게 변화시키고 또 초월해야 하는지를 끊임없이 알려주는 보물이라 할 수 있다.”

이 책은 출간되자마자 미국 전역 언론의 극찬을 받으며 2018년 전미 유대인 도서상(National Jewish Book Award)을 수상했는데, 특히 전기(biography) 부문에서는 1986년 미국의 역사학자 예후다 라인하르츠의 수상 이후 32년 만에 나온 수상작이었다. 강선영 ksy@newsnbook.com

-엘리 위젤의 '나의 기억을 보라'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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