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인해 문화계가 크게 위축됐다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호황을 이룬 분야가 있다. 대형서점들이 그 주인공이다. 시대의 변화에 맞춰 지속적인 콘텐츠를 생산해온 대형서점은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매출이 늘었다는 평가다. 하지만 지역 서점의 경우엔 여전히 폐점에 다다를만한 수준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고 하소연을 하고 있다.

6일 출판업계에 따르면 등교가 계속 늦춰지며 출판계는 지난해보다 많은 분야에서 매출이 늘었다. 그중에서도 청소년소설은 지난 3, 4월 지난해 동기 대비 판매(교보문고 기준)가 121% 늘었다. ‘아몬드’ ‘마음을 읽는 아이 오로르’ ‘시간을 파는 상점’ 등이 이끌었다. 자녀교육서도 전년 같은 기간보다 41% 늘었다. 대학 개강 연기로 강의 교재를 복사, 제본하는 수요가 줄면서 교재 판매도 전년 대비 10% 안팎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지난 5일 교보문고가 지난 한 달 운영한 무료 전자책, 오디오북 대출 서비스인 ‘책 쉼터’를 이용한 회원들의 독서 실태를 분석한 결과, 이용자들이 가장 많이 대출한 전자책 1, 2위는 각각 ‘심리학을 만나 행복해졌다’와 ‘하버드 상위 1퍼센트의 비밀’이 차지했다. 코로나19 확산과 관련된 감염병 사태를 다루며 순위에서 역주행에 성공한 알베르 카뮈의 고전 ‘페스트’는 3위로 뒤를 이었다. 4위는 유발 하라리 등 세계 석학들이 인류 문명의 대전환을 이야기한 대담집 ‘초예측’이었다. 소설 ‘페스트’를 제외한 나머지 3권의 책은 모두 불확실한 미래의 답을 찾는 책들이다.

‘심리학을 만나 행복해졌다’는 중국에서 출간되자마자 150만부 이상 판매된 베스트셀러로, 심리학으로 인간관계, 투자와 소비 등 세상살이에서 오는 갈등을 풀어주는 책이다. ‘하버드 상위 1퍼센트의 비밀’은 하버드에서도 가장 폐쇄적인 투자자 집단의 성공에서 ‘부정적 신호의 차단‘, ‘깊은 몰입’이 가장 강력한 성공 공식이란 점을 뽑아낸다. ‘초예측’은 문명의 거대한 변혁의 방향을 가늠해볼 수 있는 책이다.

하지만 지역 출판사들은 여전히 불황이 심해지고 있다고 하소연을 한다. 코로나19, 그리고 수도권이 아닌 경우 ‘지역’이라는 태생적 한계, 여기에 지속적인 인구감소가 더해지면서 ‘삼중고’를 겪고 있는 거다.
최근 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낸 ‘지역출판문화산업 육성 및 진흥 방안 연구’에 따르면, 광역자치단체, 기초자치단체의 지역 출판사 지원 조례는 제주도가 유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보고서는 17개 시도 지역출판문화산업 관련 조례를 ‘출판’, ‘서점’, ‘독서문화진흥’으로 나눠 조사했다. 지역서점을 위한 조례는 대전, 세종, 강원, 충북, 경남을 제외한 시도에서 모두 25개였다. 독서문화진흥을 위한 조례는 세종을 제외한 대부분 지역이 두고 있어, 총 98개다. 연구에 따르면 서울과 파주 등 수도권에 밀집한 출판 산업 구조도 문제로 짚었다. 2017년 기준 수도권 출판사 수는 전체의 79.2%로, 이들에 매출액 20조 7553억 원 중 87%가 집중된다.

지역 한 출판업계 관계자는 “지역 출판에 관한 정부의 지원책이 전무하는 등 사실상 지역 출판업계는 고사 상태”라며 “지역 출판사의 불황은 결국에 폐점으로 이어질 것이며 이는 곧 지역 독서 문화에도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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