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BOOK PICK은 소설가 김영하의 '오래 준비해온 대답'이다.

오래 준비해온 대답은 소설가 김영하가 10여년 전 시칠리아를 여행하며 보고 느낀 것을 생생히 담아낸 책이다.

작가는 문장과 내용을 가다듬고 여행 당시 찍은 사진들을 풍성하게 수록했다.

그들이 여행을 떠난 것은 스마트폰이 대중화되기 직전인 2008년이다.

최신장비가 없던 그때 그들은 공중전화로 호텔을 예약해야 했고, 종이 지도를 보며 길을 찾아야 했다.

미로 같은 골목들이 즐비한 이탈리아에서 길을 잃는건 일상이였고 날씨도 정확히 알기 어려워 비를 맞으며 여행을 이어갔다.

이탈리아의 기차들은 예고도 없이 취소돼 작가를 곤경에 빠뜨렸다.

시칠리아섬으로 넘어가는 것은 그들에게 힘들 일이였다.

하지만 작가는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는 이 고생스러운 여정 속에서도 “시칠리아가 바다 건너 섬이라는 것을 확실하고도 분명하게, 그것도 몸으로 알게 되었다”라고 말했다.

우여곡절 끝에 어렵사리 도착한 시칠리아에서 그는 왜 그곳이 ‘오래 준비해온 대답’처럼 떠올랐는지 깨닫는다.

어려움을 겪고 있을 때 다정하게 다가와 도와주고는 사라지는 따뜻한 사람들, 누구도 허둥대지 않는 느긋하고 여유로운 삶, 장엄한 유적과 지중해. 그곳에서 작가는 자신을 작가로 만들었던 과거를 떠올리고 오랫동안 잊고 있던 자기 안의 ‘어린 예술가’도 다시 만난다.

스마트폰이 없는 대신 작가는 자신의 감각과 직관에 의존해 자신만의 길을 만들어 나갔다.

책을 읽다보면 작가가 충만한 감각으로 만난 시칠리아의 맛, 풍광, 촉감, 냄새를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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