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전우용 기자

한국인이 책을 별로 읽지 않는다는 사실은 큰 비밀이 아니다. 한국 사회가 책을 읽지 못하게 한다는 점에 주목하는 사람도 그리 많지 않다. 믿기 어렵지만 우리 사회는 책을 읽지 않음을 넘어서 책 읽기를 구조적으로 금지하고 있는 사회이다.

특히 요즘 학생들은 정말 책을 읽지 않는다. 읽는다 해도 쉽고 가벼운 소일거리만 찾는다. 영화, 만화, 애니메이션, 게임, 인터넷, 휴대전화 등에 둘러쌓여 책 읽기는 희귀한 구닥다리 여가 활용 방식으로 전락한 것이다.

변화하는 문명의 입장에서 본다면 읽는다는 건 반드시 책에 제한을 둘 필요는 없다. 시각도 될 수 있고 청각, 복합 매체로 된 다른 텍스트도 대접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그 중에서도 책은 인간이 만들어 낸 가장 소중한 지적 도구의 하나이다. 책 읽기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하지만 책 읽기에 열중하기에는 오늘날 사회인들은 너무 큰 삶의 짐을 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젊은이들에서의 경향은 더욱 짙다. 이들이 정열을 바쳐서 할 일은 입학과 취직, 고시 합격 등 경쟁 행위에 머물러 있다. 미래도 어둡다. 빈부격차는 커져만 가고 실업률, 비정규직 비율도 높아만 간다. 

삶의 전망이 불투명하면 여유를 갖기 힘든 법이다. 생존을 위한 대응으로 젊은이들은 어떻게든 취업을 하려고 도서관을 지키며 점수 올리기에 열중하는 쪽, 아예 포기하고 나앉거나 소비문화가 지배하는 거리로 나도는 쪽으로 양분되어 있다. 이런 상황에서 삶과 세계에 대해 깊이 있는 통찰을 제공하지만 때로는 골치도 아프게 만드는 책을 읽는다는 건 어려운 일이다. 

아날로그에서 디지털, 지면에서 화면, 문자 텍스트에서 이미지와 영상 텍스트로의 전환으로 나타나는 기술상의 변화는 독서 문화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더 큰 책임은 책을 읽을 여유와 전망을 만들어내지 못하는 우리 사회에 있지 않은가 싶다. 4월 23일 세계 책의 날을 맞아 뉴스앤북은 열악한 독서문화를, 책 읽지 않는 우리 사회의 구조적 현상을 딛고 일어날 수 있는 해법을 찾아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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