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3일은 독서 증진과 출판 장려, 저작권 보호 촉진을 목적으로 유엔이 지정한 세계 기념일, 책의 날입니다. 코로나19 사태로 ‘슬기로운 집콕생활’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책을 읽으며 마음의 여유를 찾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사람과 사람이 만날 수 있는 책 속에는 삶의 지혜와 미래를 위한 노하우가 적혀 있습니다. 저희 ‘뉴스앤북’은 2020년 책의 날을 맞아 명사들이 책으로 얻은 관심사를 독자와 공유하고자 합니다.

염무웅 국립한국문학관장

 

1. 우리는 왜 책을 읽어야 하는가?

"인터넷 기술이 발달하고 전자매체가 보편화되면서 한때 책의 위기가 거론됐다. 그러나 인간의 사고작용에 본질적인 변화가 생기지 않는 한, 책의 역할이 달라질 수는 있어도 책의 중요성이 감소하지는 않으리라 생각한다. 단순히 정보의 생산과 전달이라는 기능은 책으로부터 전자매체로 옮겨갈 수 있겠지만, 깊은 사색과 정교한 논리의 소산은 책 이외의 다른 도구에 영속적으로 저장/보존되기 어렵다고 본다. 책을 통한 인간사유의 심화를 우리 인류문화는 결코 양보할 수 없을 것이다."

 

2. 굳어지는 독서율 저하, ‘책을 읽는 문화’의 정착을 위한 과제는 무엇인가?

"책을 읽으라고 권장한다고 독서문화가 향상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책보다 더 간편하고 값싼 지식의 획득수단이 있다면 책의 매력은 사라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따라서 인터넷에 빠지는 것보다 진지하게 책을 읽는 것이 세상을 살아가는 데 구체적으로 더 도움이 되는 사회적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한 일이다. 단편적 지식의 소유자가 아니라 깊은 통찰력의 소유자가 더 대접받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3. 전국 곳곳에 독립서점이 뿌리고 있다. 대전에도 18곳의 독립서점이 운영되고 있지만 지자체 지원은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역과 독립서점이 함께 발전하기 위한 묘안이 있다면 무엇인가.

"요즘 대부분의 사람들이 동네서점에 가서 책을 골라 사는 것이 아니라 인터넷으로 직접 구매하는 경향이 있는데, 어떤 점에서 그것은 막을 수 없는 대세이다. 따라서 한 가지 대안은 지역과 전문서점들이 단순히 책의 공급자가 아니라 특정 지역 또는 특정 분야에서의 문화적 센터 역할을 맡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서점은 관심 가진 독자들의 활동의 구심체가 될 수 있을 것이고, 그럴 경우 지자체나 지역 운동단체에서 문화센터로서의 서점을 적극 후원하도록 요청할 수 있을 것이다."

 

4. 추천하고픈 ‘내 인생 최고의 책’은 무엇인가?

" 이세상에 좋은 책은 수없이 많다. 내 경우 고교시절에 읽은 함석헌(咸錫憲) 선생의 '성서적 입장에서 본 조선 역사'(1950)가 큰 영향을 주었다. 이 책은 후에 '뜻으로 본 한국 역사'(1965)라는 개정판으로 나왔다.
함석헌은 그의 저서에서 종교적인 관점에서의 한국사를 보고자 했다. 그는 1930년대 당시 역사학계를 지배하던 유물론적 역사관을 비판하고, 역사를 정신사적 입장에서 보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한국 정신의 핵심을 종교에서 찾고, 한국사에 유교와 불교가 중요한 역할을 감당했지만 근대에 들어서서 이들의 역할이 끝났다고 보았다. 문학을 공부하는 입장에서는 나도 번역에 참여했던 아르놀트 하우저의 명저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를 추천하고 싶다. 물론 홍명희 선생의 '임꺽정'이나 염상섭 선생의 '삼대', 박경리 선생의 '토지' 같은 장편소설도 필독서로 꼽고 싶다."

전우용·강선영 기자 ksy@newsnbook.com

저작권자 © 뉴스앤북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