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고통을 통과하며 연민과 공감, 연대로 나아가나. 어떻게 아무것도 아닌 자기를 기쁘게 받아들이고 모든 경험을 환영하며 양탄자를 완성해가나. 고통을 마주볼 자신이 없는 나는 실패할지도 모르겠다. 다만, 절망이 몰아닥칠 때마다, 말벌을 쫒아내듯, 후다닥"

 

 

인간 본연의 은밀하고 내밀한 감정에 대한 깊은 사유, 문장 사이로 녹아든 호쾌함, 신선도 백 퍼센트로 해동되는 ‘낯선’ 유머의 쾌감을 선사하는 김소민 작가의 신간 '가끔 사는 게 창피하다'가 출간됐다. 

책은 40대 여성 작가가 퇴사 이후 나를, 주변을, 종래엔 세상을 이해하려는 시도로써 ‘나’라는 한 인간을 다시 키우며 써 내려간 에세이다. 무엇보다 싱글 여성이 온 힘을 다해 자기 자신으로 살아남기 위해 애쓴 기록이다. 작가는 ‘왕년에’ '한겨레신문'에서 13년 동안 기자 생활을 했고 이후 국제구호단체 ‘세이브더칠드런’에서 일했다. 한마디로 꽤 잘 나갔다. 지금은? 40대, 여성, 백수, 싱글. 네 가지 타이틀이 붙은 칼럼니스트다. 한 가지도 힘든데, 네 가지다. 

그래서 ‘사는 게 창피한 걸까?’ 아니면서도 맞다. 그건 세상이 부여한 네 가지 타이틀이 작가에겐 상처이자 동시에 세상에 휘둘려 스스로 부여한 타이틀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그 타이틀을 다시 거두어 ‘진짜 나의 긴 이야기’를 써 내려가려는 작가의 어려운 호흡이자 내적 갈등의 좌표다. 작가는 ‘40대 싱글 백수 여성’이 겪게 되는 일상을 해학적으로 풀어내며 우리가 왜 ‘나’로 버틴 채 타인을 이해하고 사회를 바라보는 확장된 시선을 갖는 게 중요한지 생각하게 한다. 신문기자 시절 익힌 날카로운 관찰력은 40대, 싱글, 백수, 여성이 되고 나니 더욱 빛을 발한다. 정상인 척하는 불협화음의 일상이, 이제야 보인다. 그 일상 속 개인의 이야기는 나의 이야기이자 어쩌면 당신의 이야기다.

작가가 말하는 자기 자신이 되는 첫 걸음, 바로 자기에게 거짓말하지 않는 거다. 세상이 넘겨준 습관대로 생각하며 ‘밋밋해진 전두엽’에 반기를 들어야 한다. 체득된 감각과 생각을 무너뜨리고 실연과 상실을 넘어 자신을 다시 쌓아야 하는 고통에 맞서야 한다. 어떻게 그럴 수 있냐고? 그럼에도 우리는 알고 있기 때문이다. 상처는 아물기 마련이며 두려움은 부딪혀야 활활 타올라 재가 된다는 것을. ‘나’라는 사람으로 버틴 채 어려운 발걸음을 떼며 주변과 세상을 향해 고개를 들면 그제야 보일 거다. 오답인 줄로만 알았던 ‘나의 이야기’가 실은 해답이라는 사실을. ‘나’라는 한 인간을 다시 쌓아가기 위해 마주한 고독과 희망. 이 둘 사이의 평균대에서 작가는 지금, 딱 버티고 서 있다. 우리는? 강선영 기자 ksy@newsnbook.com

-김소민의 '가끔 사는게 창피하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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