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에티켓’ 을 읽고   

최정인

최정인 청주사창시장 문화관광형시장 육성사업단 홍보팀장

“죽음을 생각하다”

아버지가 5년의 투병생활을 마치고 돌아가시고 나서 남아있던 아버지의 짐을 정리하다가 먹다 남은 약봉지를 발견했습니다. 그 약봉지를 본 막내녀석이 “진통제네. 약국에 갖다줘. 거기서 버려야 해. 아주 강한거야”

알겠다는 대답과 함께 눈물이 흘렀습니다. ‘우리 아버지 속이 많이 아팠겠다.’

아버지의 투병이 길어지면서 병간호를 하는 우리도 상당히 힘들었다고 생각했었습니다. 아버지 장례를 치르고 나서 ‘길었던 피로함이 사라지겠구나’라는 이기적인 생각도 했습니다.

그러다 하루, 이틀 지나면서 죽음을 기다리는 아버지의 심정을 얼마나 절망적일까 생각하니 ‘참, 나는 나쁜 자식이구나’라는 후회가 들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얼마후 울랄라 세션의 멤버인 임윤택이 위암으로 사망했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투병중에도 왕성하게 활동을 하던 그였기 때문에 그의 죽음은 많이 안타까웠습니다.

친구들과 모임중에 그의 얘기를 하면서 죽음에 대한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불쌍하다’ ‘안타깝다’ 이런 대화가 오고가고 ‘우리 나이가 이젠 죽음을 아는 나이가 된 것 같다’라는 대화에서 모두 긍정한다는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죽음을 통해 삶을 생각하다’

죽음의 에티켓

40년을 넘게 살아오면서 죽음을 마주하는 일은 좀처럼 생기지 않습니다. 죽음이라는 단어가 주는 ‘공포’를 외면하고 있지만 우리도 결국은 죽음을 향해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이 책에서는 말하고 있습니다.

아버지를 떠나보내면서 주위 사람들이 사랑했던 가족을 보내는 모습을 보면서 죽음을 아는 나이가 됐다고 말하는 나도 죽음을 경험한 것이 아닌 그저 막연한 이해만 했을 뿐입니다.

죽음을 경험했다고 해서 죽음을 아는 것은 아닙니다. 겪어보지 않은 일을 안다고 하는 것을 안다고 하는 것도 옳은 일은 아닐 것입니다. 한번도 나 자신의 일이었던 적 없는 죽음.

‘죽음의 에티켓’은 누구나 겪을 죽음의 과정을 간접적으로 경험해 볼 수 있도록 하며 ‘나, 그리고 당신’의 일이라는 말투로 독자를 주인공으로 만들어 죽음을 보는 게 아닌 나 자신이 겪고 있는 것으로, 실제 내게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말해줍니다.

이 책은 온전히 ‘죽음’에 대해서만 이야기합니다. 죽음을 바라보는 타인이 가져야 하는 자세, 죽음을 받아들이는 본인이 겪을 일들과 준비하면 좋은 것들. 남아있는 가족들의 슬픔까지... 마치 죽음 설명서와 같이 죽음의 주체인 내가 주도적으로 이 모든 것을 진행해야 하는 과정을 담담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죽음을 통해 얻는 삶의 교훈과 삶의 자세, 태도 같은 것들에 대하여 이야기 하고 있지 않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아이러니하게도 삶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됩니다. 죽음의 주체로서 죽음을 맞이했을 때 내가 살아온 삶을 아쉬워하지 않을지, 내 가족과 친구들에게 어떤 존재로 기억되고 싶은지에 대해, 즉 나의 삶이 어떠했는지 원초적인 질문을 갖게 합니다.

그리고 죽음을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 나에게 있음을 감사하며 책 페이지를 덮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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