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예술인들의 설자리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예술산업의 규모는 갈수록 커지고 있는 데 말이다. 예술인에 대한 턱없이 부족한 복지 탓이 크다는 게 대표적인 문제점으로 제기되고 있다.

16일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국내 대중문화예술산업의 규모는 전체적으로 증가했지만 예술인들의 월 평균 소득은 약 180만 원으로 4년 연속 줄었다. 진흥원은 지난 11일 대중문화예술산업 관련 사업체의 실태와 종사자의 활동 현황, 노동 환경 등을 조사한 ‘지난해 대중문화예술산업 실태조사’(2018년 기준, 격년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대중문화예술산업 전체 규모는 6조 4210억 원으로 3년 전인 2016년 5조 3691억 원과 비교해 5분의 1 수준인 19.5% 성장했다.

무엇보다 예술 분야 산업 규모가 성장한 배경엔 세계 시장에서 한국 드라마와 영화, 예능 프로그램이 꾸준한 인기를 얻었고 방탄소년단 등 케이팝 아이돌 그룹의 성공적 해외 활동 및 글로벌 팬덤 형성이 매출 상승에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그렇지만 정작 현장에선 살림살이가 좀처럼 나아지지 않다는 하소연이 나오고 있다. 예술산업 규모는 해마다 성장세를 보이고 있지만, 예술인들의 월 평균 소득은 2014년 185만 3000원, 2016년 183만 2000원, 2018년 180만 2000원으로 4년 연속 줄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이 수치는 예술인들이 본업 외에 아르바이트 등 다른 소득 활동을 겸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겸업을 하지 않고 순수하게 예술 활동으로만 벌어들인 수익은 월 평균 128만 2000원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사실상 최저임금에 크게 못 미치는 대우를 받으며 일을 하고 있는 셈이다.

김영준 한국콘텐츠진흥원장은 “공정한 산업환경 조성을 위한 사회적 요청이 계속돼 왔고 그에 대한 개선 노력이 표준계약서 사용 증가 등 긍정적인 성과로 연결되고 있으나 아동·청소년, 연습생 등 상대적 약자에 대한 권리 보호, 불공정 계약 등에서 개선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실태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상대적 약자의 처우 개선을 위한 제도적 보완 대책 수립 및 공정한 계약문화 확산 등 건강하고 투명한 산업구조 마련을 위해 노력해 나갈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해외에선 예술인의 안정적인 근무 환경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프랑스의 경우엔 예술인 실업보험제도인 ‘엥떼르미땅’을 통해 예술인들이 창작 활동을 안정적으로 지속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네덜란드와 독일 또한 각각 예술인들을 위한 ‘최저생활보장제도’와 ‘사회보험제도’를 시행함으로써 예술인들의 기본 생활을 보장하고 있다.

지역 한 출판업계 관계자는 “예술인들이 최저임금도 받지 못한 채 일을 하는 게 사실상 일상화됐다. 본업 뿐만 아니라 부업을 겸해야만 기본적인 생활을 할 수 있을 정도”라며 “예술인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절실하다. 점차 예술사업이 국내 뿐만 아니라 세계로 뻗어가는만큼 현장에서 일하는 이들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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