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불밖은 위험해" 코로나19 없이 떠나는 책여행
"이불밖은 위험해" 코로나19 없이 떠나는 책여행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급격히 확산되면서 전국 유, 초, 중, 고등학교 개학이 1주일 연기됐다.

이에 외식이나 외출을 자제하며 '집콕'을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식료품, 생활 필수품, 식사까지 온라인으로 구매하고 있으며, 집에서 즐길 수 있는 취미생활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

실제로 온라인쇼핑사이트 G마켓은 지난 4일부터 10일까지 취미생활 용품 판매량이 지난해 동기 대비 최대 4배 이상 증가했다고 밝혔다. 사람이 많은 영화관을 찾는 대신, 넷플릭스나 DVD 등으로 영화를 보거나 책을 읽는 사람이 늘며 DVD 판매량은 2배 이상, 소설(58%)과 에세이(269%) 판매도 크게 증가했다.

서점에 직접 책을 사러 가지 않고 집에서 손쉽게 독서할 수 있는 전자책에 대한 수요도 늘었다. 해당 기간 전년 대비 판매량 67%·매출액 76%가 상승했다. 

그 중에서도 답답한 일상에서 벗어나고픈 갈망을 드러내듯 여행, 레저, 취미 부문 책들이 눈에 띄게 판매되고 있다. 

평년 같으면 수줍은 봄기운을 느끼며 여행하기 딱 좋은 시기지만, 그러지 못하는 상황. 

잠시 현실을 떠나 다른 세상을 접할 수 있는 책 여행에 적합한 작품을 추천한다.

1. 김영하의 '여행의 이유'

꽤 오래전부터 여행에 대해 쓰고 싶었던 김영하가 처음 여행을 떠났던 순간부터 최근의 여행까지 자신의 모든 여행의 경험을 담아 써내려간 아홉 개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지나온 삶에서 글쓰기와 여행을 가장 많이, 열심히 해온 저자는 여행이 자신에게 무엇이었는지, 무엇이었기에 그렇게 꾸준히 다녔던 것인지, 인간들은 왜 여행을 하는지,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졌고, 여행의 이유를 찾아가며 그 답을 알아가고자 한다.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에 출연하면서 하게 된 독특한 여행에 대한 글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여행'에서는 김영하 작가의 감각적 사유와 화법이 유감없이 발휘된다. 

즐겁고 유쾌하게만 보이는 예능 프로그램 '알쓸신잡'에 대한 색다른 인문학적 통찰이 흥미진진할 뿐 아니라,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이야기를 풀어가는 김영하 스토리텔링의 힘을 느낄 수 있다.

2. 이병률의 '혼자가 혼자에게'

이병률 시인이, 5년 만에 펴낸 신작 산문집 '혼자가 혼자에게'는 세계 각국을 여행하는 대신, 새로운 곳을 향한 사색을 시작한다. 작가가 가장 잘 말할 수 있는 것이자, 그리고 깊이 아는 대상인 '혼자'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혼자 책상 앞에 앉아 있는 일, 여행자로서 혼자 여행을 떠나는 일, 그렇게 자연스럽게 오랜 시간 동안 '혼자'에 주파수를 맞춰온 시인. 그가 써내려간 혼자의 자세와 단상은 세상에 점점이 흩어진 수많은 혼자들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또한 작가가 써내려간 담담한 문장과 예민하게 포착한 장면, 그리고 특유의 시선을 담은 사진을 통해 '나만 할 수 있는 일, 나만 가질 수 있는 것들은 오직 혼자여야 가능하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달으며 공감을 자아낸다.

3. 장영은의 '삶의 쉼표가 필요할 때'

장영은은 19세의 어린 나이에 금융감독원 고졸 공채 1기로 입사, 주변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았다. 

그러나 그녀는 직장생활이 결코 행복하지 않았다고 고백한다. 오히려 극심한 스트레스에 대상포진까지 걸리고 ‘이대로 가면 죽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까지 들자 그녀는 입사 5년차인 24세에 연봉 5천만 원의 안정적인 금융공기업을 퇴사하고 더 넓은 세상을 경험해보자며 해외여행을 떠난다.

이 책은 그녀가 428일간 6대륙 44개국을 여행한 경험을 사진과 함께 기록한 여행에세이 묶음이다. 퇴사를 결심하기까지의 갈등과 고뇌, 해외여행지에서 있었던 경험, 그리고 1년 반이라는 긴 공백을 채워주는 가족이라는 안식처에 대한 소회 등등은 우리들에게 행복이 무엇인지, 삶이 무엇인지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좋아하는 시 한두 편쯤은 외우고 있어야 한다는 동유럽 아이들의 맑은 눈망울, 인도에서 만난 선재와의 철학적 대화, 눈을 보며 말하라는 쿠바의 낙천주의자들, 불볕 더위 속에서 돌소금에 망치질을 하는 에티오피아의 아이들, 어릴 적 화가의 꿈을 찾기 위해 늘그막에 이국땅 크로아티아에 와서 그림을 그리며 만족해하는 중년의 여성, 등등은 지금까지 성공과 안정적인 생활만을 추구해온 그녀의 가치관에 큰 충격을 가져다준다.  강선영 기자 ksy@newsnb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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