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광률 작가가 신작 '시일야방성대학'(도서출판 나무옆의자)을 출간했다. 고 작가가 이번에 주목한 문제는 한국 사회 최고 기득권층인 교수 집단의 모략과 이전투구다. 작가 스스로가 30년 동안 대학에서 강의를 하면서 고민하고 갈등을 겪을 수밖에 없었던 부분이 투사와 반투사의 장치로 그려진 작품이다. 

소설은 (재)일광학원의 일광대학교가 교육부 재정지원제한대학으로 가선정돼 부실 판정을 받게 되면서 시작된다. 학생들은 총장 퇴진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고 급기야 총장실을 점거하기에 이른다. 총장은 긴급 대책회의를 열어 관계자들을 불러들인다.

소설은 현 총장 모도일과 전 총장 주시열, 그리고 직원 출신 비정년 교원 공민구를 중심으로 얽혀 이들의 미로와도 같은 이해관계도인 동시에 전속력으로 질주하는 욕망을 들여다보는 현미경이다. 권력 다툼과 특권 의식, 이권을 위해 양심과 인격과 자존심마저 남김없이 내던지는 교수라는 이름의 인간 군상이 보여 주는 진실을 위장한 거짓투성이 성채를 만나볼 수 있다.  

모 총장은 일광학원 설립자 모준오의 외아들이다. 하버드 의대 졸업 후 귀국해 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다가 2대 총장에 추대, 18년째 절대 권력을 행사하고 있다. 이명박 정권에서 사립학교법이 사립학교 소유주들에게 유리하도록 개정됐다. 이전에는 4년 더하기 4년, 즉 8년까지 중임을 하면 한 텀(term)을 쉬어야 연임이 가능했던 총장 임기를 쉼 없이 이어서 할 수 있도록 했다.

모 총장은 등록금, 재단 유입금 등등 재원을 학생의 복리나 학습권을 위해 사용하는 것에 우선해 제2캠퍼스를 핑계로 부동산을 늘려가는 데에 열을 올린다. 교수들에게는 성과연봉제라는 프레임으로 연봉은 해마다 인상은커녕 해마다 깎고 있으며 학교 재정에 도움이 되는 편입 정원은 늘리고 있다.

1대 총장 주시열은 일광학원 설립자 모준오가 세금 절약을 위해 고민할 때에 학교 설립을 추천하고 도움으로써 일광학원 재단에 깊숙이 발을 들여놨다. 그는 자신이 일광학원 재단에 무형의 지분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며 언젠가 그 대가를 돌려받을 날을 고대하고 있다. 

직원 출신 비정년 교원인 공민구는 죽음을 앞둔 아버지를 지켜보는 동안 학교로부터 내사를 받고 있다. 일광대학교 '35년사' 집필 및 편집위원이었을 뿐인 그에게 예산 과다 책정과 집행에 대해 책임이 있다는 내용이다. 학교에서 점거 농성이 벌어지는 동안 그의 아버지는 세상을 떠나 장례가 치러지는 동안에도 그는 학교로부터 갖은 압력을 받게 된다.

시일야방성대학은  최고의 지성이라 일컫는 대학교수 사회에서 벌어지는 온갖 암투와 질투, 모략, 계략, 지질한 욕망에 사로잡힌 모습들을 포착하고 있다. 이는 초등학교에서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의 그 알량한 권력을 좇으며 그에 기대어 벌어지던 가슴 서늘한 횡포들을 기억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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