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한국사 교과서, 제주 4.3사건 달라진 내용은?
2020 한국사 교과서, 제주 4.3사건 달라진 내용은?

 

2020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가 발간된 가운데 재일본 제주4·3유족들이 반기고 나섰다.

이석문 제주특별자치도교육감은 지난 19일 재일본 제주4·3 유족들을 만나 4·3이 새롭게 기술된 ‘2020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 발간 소식을 전하며 4·3평화인권교육 확대 방안을 논의했다.

이석문 교육감과 오승식 교육청 교육국장, 김진식 서귀포시교육장 등으로 구성된 제주도교육청 방문단은 지난 19일 관서 제주도민회 신년인사회 참석에 앞서 오사카 통국사에 있는 4·3희생자위령비를 찾아 헌화하고 참배했다.

오광현 재일본 4·3유족회장을 비롯한 유족들은 이 자리에서 “4·3이 올바르게 기술된 한국사 교과서가 발간된 것을 환영한다. 유족들이 매우 큰 감사를 느끼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이석문 교육감은 “제주와 전국의 학생들이 4·3을 바르게 기억하고 계승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유족들과 협력해 4·3평화인권교육을 확산하겠다”고 화답했다.

한편 이번에 공개된 고교 한국사 교과서 8종의 출판사는 금성출판사, 동아출판, 미래엔, 비상교육, 씨마스, 지학사, 천재교육, 해냄에듀 등이다.

그동안 제주4·3에 대한 한국사 교과서의 내용을 보면 제1차 교육과정(1954년)부터 제5차 교육과정(1987년)까지 "북한 공산당의 폭동"으로 기술되다가 제7차 교육과정을 통해 폭동으로 규정한 것외에 민간인의 희생이 추가 됐었다. 

그리고 그동안 제주4‧3은 한국사 교과서에서 '대한민국의 수립과 한국전쟁 전사(前史)'에 기술되어 '제주4‧3이 정부수립에 반대한 폭동이나 좌우대립의 소요사태 등'으로 규정되면서 교과서 편찬 때마다 4‧3을 왜곡 또는 폄하 등의 논란이 계속 제기되어 왔다.

이에 대해 도면회 교수(대전대학교, 비상교육 '한국사'대표 집필자)는 "1947년 3․1절 기념 대회에서 경찰의 발포로 사상자가 발생한 사실이야말로 봉기의 근원적 배경을 이루는데, 여기서는 봉기의 핵심적 원인이 아닌 듯이 병렬적으로 서술하고 있을 뿐이다. 또한 지금까지 제주4․3의 진상이 밝혀지지 않은 원인은 역대 정권의 탄압과 은폐 때문인데, '남북한 대치 상황 때문'인 양 왜곡했다"(초․중․고등학교 교과서 제주4·3 관련 서술 분석, 2017, 12, 74쪽)고 밝혔다.

동아출판사가 발행한 교과서의 경우 '잊혀지지 않는 기억, 제주 4‧3사건'의 제목으로 "제주 4‧3사건은 냉정과 분단 그리고 탄압에 대한 저항이며, 수많은 민간인이 학살당한 비극이었다"고 소개하고 2쪽과 1/2을 할당해 '제주4·3사건이 일어나다'와 '3.1절 사건, '제주 4‧3사건의 현장', '제주 4‧3사건 진상조사'와 '대통령 사과' 등의 소제목으로 자세히 기술해 눈길을 끌었다.

MiraeN(미래엔) 출판사도 '3.1절 기념행사가 끝나고 구경하던 사람들에게 경찰이 발포하고 사상자가 발생하자 주민들이 항의 시위를 벌였다. 시위자를 검거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일반인이 체포되자 주민의 반감이 높아졌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제주도의 좌익 세력과 일부 주민들은 단독 선거 저지와 통일 정부 수립을 내세우며 무장봉기하였다'라고 기술하고 있다.

제주4·3희생자유족회(회장 송승문)는 성명을 통해 '2020년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에 제주4·3이 올바르게 수록된 데 대해 "4·3의 역사와 정의를 이제야 바로 세우게 됐다"며 "한국사 교과서에서 제주4·3을 '폭동'으로 기술한 과오가 더 이상 사라지면서 이념과 사상의 굴레를 벗어나 7만 여 유족의 한을 풀게 됐다"고 환영했다. 강선영 기자 ksy@newsnb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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